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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류·한국어 열풍’은 글로벌 문화”…“북한도 혜택 함께 누려야” 


한국 보이밴드 BTS가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공연했다.
한국 보이밴드 BTS가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공연했다.

한류 인기를 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앱에서는 중국어와 힌두어보다 학습자가 많다는 새 통계도 발표됐습니다. 최근 ‘남한말투’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북한도 ‘한류언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5억 명의 인구가 외국어 공부를 위해 사용하는 앱인 ‘듀오링고(Duoling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는 작년에 한국어는 이 앱에서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라고 소개했습니다.

[듀오링고 보고서] “Top 10 languages studied around the world (in order): English, Spanish, French, German, Japanese, Italian, Korean, Chinese, Russian, Hindi. Korean and Japanese have become more popular than ever in South Asia,”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다음으로, 중국어와 러시아어, 힌두어 학습자보다 많습니다.

듀오링고는 특히 한국어는 필리핀 등 4개국에서 1위, 파키스탄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어 열기는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현대언어학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은 2002년 1만 200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1만 7천 100명으로 68%가 급증했습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과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인 CNN은 최근 이런 한국어 열풍 추세를 관심 있게 보도하면서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 소장이자 한국학 프로그램 총괄자인 신기욱 교수는 23일 VOA에 미국 대학에서 30여 년을 가르치면서 한국어에 대한 이러한 인기는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교수] “제가 미국 대학에 30년 이상 있는데 저의 경험으로 보면 지난 5년? 최근 사이에 제가 느끼기에 확실히 많이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주로 한국을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 아니면 교포들이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한국인, 또 꼭 한국을 전공하려는 게 아니라 K팝, K컬처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친구는 관심이 있어서 혼자 한국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이런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세종학당의 규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이 운영하는 세종학당은 지난 2007년에 3개국 13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3일 기준 84개국 244곳으로 폭증했습니다.

아시아 139곳, 유럽 57곳, 북남미 32곳, 아프리카 12곳, 오세아니아 4곳으로 전 세계에 고루 퍼져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세계적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지난 2021년에 ‘오빠’, ‘먹방’ 등 한국의 대중문화 용어 26개를 새로 추가하면서 “우리 모두 한류(Korean Wave)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영화, 음악, 패션뿐 아니라 언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로 옥스퍼드대에서 언어학과 번역학 등을 가르치는 조지은 교수는 2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어학자들조차 이런 이례적인 현상에 당황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지은 교수] “한류는 굉장히 새로운 언어 공부, 언어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Fandom language learning 즉 스스로 self-motivated 된 현상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일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외국어 공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어려운데, (K팝 관련) 78억 건의 트위터를 낼 만큼 열정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K-팝 관련 트윗이 78억 건, 런던의 세종학당은 정원에 들어가지 못해 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있고, 조 교수 본인이 직접 개설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온라인 번역 워크숍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190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이러한 열풍의 소비층이 한국인이 아닌 지구촌 주민들이기 때문에 엄밀히 보면 ‘한국어’가 아닌 ‘한류 단어’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단어에 대한 판단을 한국이 아닌 영어권에서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한국인 봉준호 감독이 지적했듯이 전통적인 한국 문화와 세계인들이 소비하는 ‘한류 문화’ 사이에 ‘1인치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조지은 교수] “사실 드라마나 영화 미디어 콘텐츠 때문에 한국어는 같이 길을 갈 것입니다. 사실 저희(옥스퍼드 영어사전)가 2021년에 26개 단어를 넣었지만 사실 26개 정도가 아니라 100개도 넣을 수도 있어요. 글로벌 인지도가 너무 높아서요. 지금 세계에서 한국 문화만큼 글로벌한 단어 생산이 높은 문화권이 없어요. 한국만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영어권 사람들도, OED(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자들도 이건 무슨 상황일까? 놀라는 상황입니다.”

조 교수 등 전문가들은 한국의 세계적인 경제력과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어 공부 열기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 파워, 공공외교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류를 즐기며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는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의 지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한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어, 한류 단어의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며 처벌을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지난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자 대북 인권단체들 사이에선 기존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에 이어 북한 청년들의 표현의 자유를 죽이는 ‘3대 악법’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 법 제정에 대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고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한국식 말투를 따라 하는 현상을 박멸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23일 VOA에 북한이 한류를 막는 “3중 강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한류를 막기 위한 하나의 법률적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북한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굉장히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이 쓰는 말투가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드라마를 통해 굉장히 유행합니다. 예를 들어 오빠야, 자기야 등은 제가 있을 때도 썼습니다. 2019년까지죠. 근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롯해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이러한 법제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한류를 아예 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죠.”

류 전 대사대리는 특히 “북한의 선전선동사업은 ‘당의 유일 관리제’라고 해서 100% 당이 직접 관장한다”며 “한국 말투가 사회적 풍토로 자리 잡으면 정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 당국의 이런 대응은 “북한 주민들의 ‘식량 접근권’에 이어 ‘정보 접근권’까지 모두 막는 것으로 또 하나의 아주 끔찍한 인권 유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사는 전 세계적인 한류와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북한과 주민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북한 정부가 전향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같은 한국말을 하기 때문에 조금만 오픈하면 그 혜택을 우리와 같이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에는 ‘인간안보’보다는 정권 안보를 더 중시하는 것 같아요. 지금 오픈하면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북한도 굉장히 잠재력이 많은 나라잖아요. 우리와 같은 민족성을 가졌으니까. 그런데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것을 넘어서서 그 역시 인권 유린이 아닐까? 발전의 기회, 접근의 기회를 줄이는 거죠.”

옥스퍼드 대학의 조지은 교수는 한국어는 이제 영어처럼 변이가 많은 세계적인 언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정부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류 언어’를 지정학적 차원에서 제한하지 말고 이런 파도에 같이 오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조지은 교수] “한류 자체가 남한의 문화라기보다는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 세팅에서 새롭게 재탄생하고 재해석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자산을 함께 만들어 가고 혜택을 자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도 한류를 자산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남한의 한류만이 아니니까요. 생산자와 주체는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 글로벌 시민들, 특히 소셜 미디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도 특히 남한의 문화라고 단정 짓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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