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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사전 "한류 세계적, 26개 단어 추가"..."북한서 한류는 범죄, 처벌 강화"


옥스포드 영어사전.
옥스포드 영어사전.

영국의 세계적인 사전이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위상을 반영해 ‘오빠’ 등 한국어 단어 26개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빠’란 단어를 사용하면 최대 2년 노동교화형에 처할 정도로 한류 등 외부 문화를 배척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884년부터 출판된 영국의 세계적인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은 최근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단어 26개를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이 추가한 단어는 한국인들이 요즘 많이 쓰는 ‘오빠’, ‘대박’, ‘먹방’에서부터 ‘K-드라마’, 한국식 영어 표현인 ‘스킨십’(skinship), ‘파이팅’(fighting) 등 음식과 음악, 전통, 대중문화 용어들입니다.

11세기부터 현재까지 영어권에서 사용한 60만여 개 단어와 의미, 변천사를 보여주는 옥스포드 영어사전 측은 “우리 모두 한류(Korean Wave)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며 “이것은 영화, 음악, 패션뿐 아니라 언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 홈페이지] “We are all riding the crest of the Korean wave, and this can be felt not only in film, music, or fashion, but also in our language,”

이와 관련해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 등 주요 영어권 매체들은 세계적인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 BTS, 미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최근 전 세계 드라마 팬을 사로잡은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 열풍이 이제 세계적인 사전에까지 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럽 출신으로 한국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8일 VOA에, 옥스포드 영어 사전의 한류 용어 추가 등재는 개방과 교류가 경제발전과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공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한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죠. 개방적이고 많이 발전한 한국이 그동안 외래어를 많이 받아들였는데 이제 한국어가 다른 나라에서 (인기 높은) 외래어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그만큼 열린 세상! 문화교류! 이것이 한국의 경제, 사회, 정치, 발전 수준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런 한류 등 외래문화 접근을 중대범죄로 여겨 처벌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세계 300여 개 단체가 연대한 40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유엔 회원국들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북한 지도부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으로 외래문화를 범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청년들의 외국 말투와 머리 모양, 복장까지 단속하고 한국 등 외국 매체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최대 15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특히 유통의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어 주민들의 기본권이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 지도부가 비사회주의 투쟁 명목으로 청년 옷차림이나 남한식 말투 언행을 집중단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입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 수호전을 전개할 것을 지시했고, 당국은 청년들의 옷차림과 남한식 말투 등 언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남편을 오빠라고 한다든지, 오빠라고 쓰면 안 된다 ‘여보’라고 써야 하고, ‘남친’이라고 하면 안 되고 ‘남동무’라고 해야 하고.”

남편이나 남친 등을 ‘오빠’로 부르는 등 한국식 말투를 쓰다 적발되면 혁명의 원수로 낙인 찍혀 최대 2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도 최근 “김정은이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머리 모양, 말, 행동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vicious cancer)으로 규정했다”며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류의 영향력이 김정은에게는 사회장악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케이토연구소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외교안보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두려움이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등 외국에 사는 탈북민들은 대부분의 지구촌 주민들이 즐기는 한류를 범죄로 처벌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출신으로 영국 의회에 근무하는 티머시 조 씨입니다.

[녹취:티머시 조 씨] “많이 화가 나고 상당히 어이가 없고. BTS라고 하면 영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Parasite(기생충) 영화도 그렇고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북한이 딱 하나일 것 같아요. 그런 말을 언급한다고 감옥에 보내는 나라는. 영국 친구들은 진짜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냐고 이런 질문까지 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8일 VOA에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라며 “젊은 지도자가 청년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 자체가 잔인하고 위선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K-팝을 ‘악성 암’(vicious cancer)으로 규정하면서 본인은 정작 지난 2018년 한국의 여성 K-팝 그룹인 레드벨벳의 평양 공연 때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공연을 보고 이들과 악수까지 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평양 엘리트 출신으로 제3국에 거주하는 대북 소식통은 10일 VOA에, “한국 대중문화 단속은 과거부터 지속된 것으로새삼스럽지 않다”며, 그러나 해외에 나오면 이런 조치가 “너무 황당하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 “황당하기 짝이 없고 말도 안 되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소식통은 과거 한국의 신상옥 감독이 평양에서 제작한 영화 ‘의적 홍길동’이 떠오른다며,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듯이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북한은 조선 시대와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외 파견 북한인들 중 기성세대는 한국의 예능이나 드라마, 자신 같은 청년 세대는 K-팝을 매우 좋아한다며, 자신은 이런 세계적인 한류 문화를 “긍지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 “저는 정말 긍지로 생각합니다. 한국 K-팝이 이 곳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솔직히 이 나라에서 BTS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젊은이들은. 그 정도인데 야! 국민을 못 보게 하고. 앞으로 이러다가 뭐 자기 친오빠도 오빠라고 못 부르는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남북한의 상황은 매우 대조적”이라며 “북한 지도부가 진정한 ‘인민대중중심’을 실현하려면 비사회주의 척결이 아닌 외래문화 수용을 통해 발전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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