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군포로와 억류자 가족들이 미한동맹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피해자들의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 등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또 정책 제안서를 통해 미국과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구체적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한 서한에는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오랜 그리움과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건 미국 정부에 대한 기대가 담겼습니다.
[녹취: 손명화 대표] “잊힌 국군포로, 버려진 국군포로의 삶을 국무부 등 미국 정부가 버리지(외면하지) 마세요 이렇게 외치고 싶고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다, 국군포로의 인권을 소중히 여겨달라, 국군포로들을 송환하지 못했지만 유해라도 송환되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6·25국군포로가족회의 손명화 대표는 7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들의 유해가 한국으로 송환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손 대표는 서한에서 미국 정부가 미군 참전용사들의 유해를 끝까지 찾아오고 대통령이 직접 새벽에 공항에서 유해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며 그런 “전쟁 노병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도움으로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정 박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를 만나 서한을 전달한 뒤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수만 명의 국군포로들이 수십 년 동안 탄광 지역에서 노예처럼 혹사당했지만 한국 정부는 단 1명도 직접 데려오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국군포로의 자녀들도 연좌제로 노예처럼 살았다며 이날 별도로 박 부차관보에게 전달한 ‘정전협정 70주년, 한미동맹 70주년 정책 제안서’를 통해 미한 정부와 국제사회에 5가지를 요청했습니다.
[녹취: 손명화 대표] “올 3월 채택될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국군포로의 제네바협약 송환권(right of repatriation), 국군포로와 후손들이 겪는 강제노동, 노예화, 고문, 구금, 강제실종, 처형, 성분 차별, 가족 분리 등의 인권 침해를 명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같은 국군포로·실종자 문제 전담 기구를 설치해 한미 양국 간 공조를 제도화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국군포로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미국 정부의 관련 문서 공유 허용, 북한 억류를 경험한 미한 전쟁포로들에게 특별 훈장을 수여할 것 등을 당부한 내용도 제안서에 담겼습니다.
북한에 10년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을 이날 박 부차관보를 만나 전달했습니다.
김 씨는 10년이 지나도록 동생의 생사와 행방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당시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던 미국 정부가 동생의 송환을 위해서도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정삼 씨] “이 자리에서 오늘 편지를 드리는 것은 (억류자들의) 생사 확인, 석방과 송환을 위해 미국 국무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 이신화 대사님, 유엔이 협력해서 귀한 일을 나타냈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워싱턴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던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도 그동안 자신이 발품을 들여 수집해 제작한 납북자 관련 자료집을 이날 박 부차관보에게 전달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이날 면담에서 한국 내 비전향장기수 수십 명을 북한에 보내면서 납북자는 단 한 명도 맞교환하지 못한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이사장]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보냈습니다. 그때 우리 가족들은 납북자 국군포로 1명이라도 받아달라 그렇게 가족들이 호소했습니다. 자국민 보호라는 헌법이 명시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을 우리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에게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특히 자국민 보호에 너무 무기력한 역대 한국 정부를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에 납북자 문제가 반영됐고 이날 서울에서 미국의 부차관보를 처음으로 만나는 등 희망이 보인다며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납북자 송환을 언급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이사장] “이것이 윤석열 정부에서 끝날 게 아니라 이제 시작으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국무부는 일본인 납북자분들 뒤에 우리 한국 납북자들도 꼭 거론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한국 정부도 외교관들이 외국에 나가서 이 문제를 꼭 거론하도록 이신화 대사도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 이사장은 이날 행사 뒤 VOA에 이날 행사가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확실히 달라져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전시 납북자는 8만~10만 명, 전후 납북자는 516명, 억류자는 김정욱, 김국기 선교사 등 6명입니다.
또 한국 국방부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 측 자료를 인용해 한국군 실종자를 8만 2천 명으로 추정했지만 포로교환을 통해 귀환한 군인은 8천 343명뿐이며 현재 5백여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날 박 부차관보와의 면담에는 최성룡 이사장, 손명화 대표, 김정삼 씨,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황인철 1969년KAL기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은 면담에서 북한 범죄집단에 대해 너무 고상하게 대응하는 게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납치 행위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으로 확산했고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은 더 커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이미일 이사장] “분명히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너희들이 쏜 미사일이나 그런 문제로 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면 그 순간 김정은 네 목숨도 부지할 수 없다는 강력한, 그들의 수준에 맞는, 우리는 너무 고상하게 저들을 다룹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두 살 때인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로 아버지와 헤어진 뒤 54년째 재회를 못 한 황인철 1969년 KAL기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협력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말로 많이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한국 사회 안에서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정말 소중하고 뜻깊습니다. 이제는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국제사회의 힘에 의해서 저희 가족이 자연스럽게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황 대표는 특히 북한이 1983년 ‘항공기 불법 납치 억제에 관한 국제 협약’을 비준하고도 아버지를 송환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납치된 “대한항공 여객기 YS-11기는 아직 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군포로와 억류자 가족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VOA에 앞으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의 면담도 이뤄져야 한다”며 한미 정부와 가족 모두 이 문제에 대한 동력을 계속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