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고위 관리들이 북한에 납치되고 억류된 피해자 가족들을 처음으로 함께 만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과 자국민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동시에 전달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 박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7일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함께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미국의 고위관리가 서울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을 공식적으로 만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 부차관보는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존엄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옹호해 왔다”며 “우리는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 박 부차관보] “For decades the United States has championed efforts to promote and improve respect for human rights and dignity of North Koreans. We promise to not back down from that fight"
또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지속적인 문제”로 미한일 정상이 지난해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납북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인권 증진은 계속 미국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가족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 박 부차관보] “We are committed to raising awareness about the human rights violations committed by the DPRK and we'll continue to support efforts to amplify voices of the victims and their families.”
특히 이런 노력을 돕기 위해 국무부가 북한 내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소셜 미디어 캠페인인 ‘정당한 이유 없이-Without Just Cause’를 지난달부터 시작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이 “여러분의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부당하게 구금된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석방을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불법 구금된 모든 사람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모두를 위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은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규명을 촉진하고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며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증진하도록 전념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박 부차관보] “The United States calls for the immediate release of all those who were unlawfully detained and remains committed to promoting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for all….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promoting accountability for human rights abuses, amplifying DPRK defector voices and facilitating the free flow of information into through and out of the DPRK.”
이날 면담에는 북한에 10년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황인철 1969년KAL기납북피해자가족회 대표,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박 부차관보는 이날 2시간 가까이 이들의 활동과 바람을 경청한 뒤 “여러분의 이야기를 워싱턴으로 갖고 돌아가 상부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부차관보] “I will take your stories back with me to Washington. Report this up to my bosses and will continue to amplify your voices and the human rights of abductees, POWs, detainees, and the people inside North Korea from my position at the State Department,”
이어 국무부 부차관보라는 위치에서 “여러분의 목소리와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계속 증폭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계인 박 부차관보는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전날에 다시 이신화 대사를 만나 북한 인권 증진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친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 대사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건강·정보권’, ‘해외에 있는 탈북민·북한 노동자’와 함께 3대 주요 북한인권 문제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우리가 주목할 납북, 억류자 및 국군포로 문제는 납치와 실종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이자 그 가족들의 애끓는 인도적 문제입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을 포함한 여러 가족은 진실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와 행방을 알기 위해 수십 년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 방기한 인권과 인도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처럼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날 피해자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며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음 달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될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북한에 억류된 다른 나라 국민들에 한국과 일본 국적 구금자를 명시하고 이를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지도부에도 이에 대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저는 북한이 자신들의 잘못과 범죄를 시인하고 모든 납북자와 실종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를 조사하고 규명하는데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정 박 부차관보와 이신화 대사는 이날 “인권은 인류 보편적 언어”로 영어가 인권 옹호 활동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관계자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탈북민, 피해자 가족들과 교류·협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