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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북한 관리들, 사석에서 중국 비방…주한미군 용인도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평양에서 회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평양에서 회담했다.

북한과 중국 사이는 혈맹 또는 순망치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서로에 대한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직접 상대했던 전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 관리들이 사석에서 중국을 비방하거나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수 년간 접촉하며 매우 잘 알게 된 북한 관리들이 때로는 경계심을 풀고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중국에 대한 속내를 보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실무협상을 전담했고, 이어 한국 주재 부대사,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냈으며 퇴임 뒤인 2007년부터는 민간인 신분으로 북한 관리들과 반관반민 대화에 나섰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 북한 관리와 북중 관계, 한반도 역사와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e were speaking in Korean, and he kept using a rather offensive phrase to describe the Chinese. He kept on saying Joongkuknom. And I was really struck by that. He was very respectful of me and never said anything inappropriate towards my country but he did make it a point to use that phrase when he talked about the Chinese in general.”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관리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 그는 중국인들을 묘사할 때 계속해서 모욕적인 문구를 사용했다”며 “그는 계속해서 ‘중국놈’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것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나를 매우 존중했고 미국에 대해 부적절한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중국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용어를 꼭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러한 반감의 배경으로 북한이 중국에 의존적인 관계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한국전쟁에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하고 그 이후로도 수십년 간 중국의 경제 지원이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 there is this dependence on the Chinese that is at the very heart of the relationship that I think a lot of North Koreas who being Koreans are very proud people find concerning to them. It’s a burden that they bear that they have to be so dependent on a country when the central focus of their ideology is independenc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이 관계의 핵심인데 자존심이 센 북한인들이 이 점에 우려한다”며 “주체사상을 따르는 국가가 실상 다른 국가에 의존한다는 것이 그들이 짊어지는 짐”이라고 말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평양에 주재했던 존 에버라드 전 영국 대사도 2012년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간담회에서 미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반면 중국을 혐오하는 게 북한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상한 냄새가 나고 무례하며 그들이 먹는 음식마저도 역겹다고 여기는 게 북한인들의 정서라는 것입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도 ‘북한이 중국에 의존한다는 점을 분하게 여긴다’는 점과 중국 경제인들이 북한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극도로 무시하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내며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맡았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협상장에서 북한과 중국 측 대표들 간 신경전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We were operating in a multilateral six party format and we could hear the Chinese and the North Koreans fighting all the time when they were doing their bilateral meetings. And every time the U.S. and China met together, the North Koreans got very nervous ‘what are the Americans and the Chinese talking about that’s going to basically stab us in the back?’ Publicly they want to show solidarity but there is a lot of distrust and paranoia I think that North Korea feels with regard to China.”

차 석좌는 “6자회담 도중 중국과 북한이 양자 회동을 할 때 그들이 항상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미국과 중국이 양자 회동을 할 때는 북한이 ‘우리의 뒤통수를 칠 얘기를 하는가’ 하며 매우 긴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은 공개적으로는 연대를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신과 편집증을 많이 갖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 기갑부대가 연천에서 열린 미한합동도강훈련에 참가했다. (자료사진)
주한미군 기갑부대가 연천에서 열린 미한합동도강훈련에 참가했다. (자료사진)

“북한, 주한미군 용인 입장 밝혀”

북한 최고 지도부와 관리들이 여러 미국 관리들에게 주한미군 용인 입장을 거듭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1994년 미국 제네바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30년 전 당시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오전 회담이 끝나고 통역만 대동하고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를 VOA에 전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Kang Suk Joo said that you Americans should not assume that we North Koreans would like to see you leave the peninsula. We have no need for that and your presence on the peninsula does not trouble us. I took that to mean the presence of the U.S. forces about 30,000 or so I think at the time, and I reported that back to Washington.”

“강석주 부부장은 미국이 한반도를 떠나는 것을 북한이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것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갈루치 전 특사는 전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 발언이 당시 약 3만 명의 주한미군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워싱턴에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강 부부장과 대화를 나눈 뒤 얼마 되지 않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에게 같은 말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강석주가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북한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그 발언의 바탕에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할 당시 배석했을 때 같은 요지의 말을 들었습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한국 고위 당국자들에게 들었던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물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She asked Kim Jong Il whether it would be all right for American troops to remain on the Korean peninsula even after unification. And Kim Jong Il thought about the question for a while and then he said very carefully that we Koreans have neighbors that have had designs on our territory and it might be a good idea for us to have a powerful friend from far away that doesn’t have designs on our territory.”

아인혼 전 특보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정일에게 통일이 된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남아 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며 “김정일은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 영토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며 “아마도 우리 영토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멀리 있는 강력한 친구를 갖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김정일이 ‘주한미군’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김정일의 발언을 한 글자 한 글자 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일이 미국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한미군 주둔도 용인할 수 있다는 인상을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도 최근 새 회고록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 (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CIA 국장 시절인 2018년 3월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주한미군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폼페오 전 장관은 “나는 그(김 위원장)에게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일관되게 주한미군 철수가 김 위원장을 매우 기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며 “이 말에 김 위원장은 웃으며 탁자를 두드리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마중나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마중나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좋은 관계 모색” VS “북한 주도 통일에 주한미군은 걸림돌”

폼페오 전 장관의 전언에 대해 전직 관리들은 서로 다른 평가를 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한반도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대립하며 중국에 제재 회피를 도울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As they take a longer strategic view, they can be certainly sophisticated enough to understand that having a good relationship with the U.S. would help them keep the Chinese at arm’s length. So I credit this is perfectly reasonable for Kim Jong Un to share with Mike Pompeo. I don’t have any reason to doubt the story you describe.”

갈루치 전 특사는 “그들이 더 장기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세련된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폼페오 전 장관에게 했던 말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김정일과 김정은이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do not think you can draw the inference that his son would feel the same way. In other words even if Kim Jong Il would have been comfortable with U.S. troops remaining on the peninsula, it may be that his son has a very different view of American military presence on the Korean peninsula.”

“김정일이 주한미군 주둔이 괜찮다고 생각할 지라도 그 아들은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폼페오 전 장관을 만났을 때와 비교해 지금 김정은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아인혼 전 특보는 지적했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은 중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 석좌는 ‘통일 이후에 미군이 없을 경우 한반도에 큰 위협은 중국’이라고 북한이 이야기하곤 한다며, 하지만 이것은 큰 틀의 전략적 차원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The point I would make is that that’s sort of at the grand strategic level. But that sort of thinking doesn’t operationalize as sort of a North Korean desire to have a U.S. security blanket. It doesn’t go down to the policy level where North Korea goes ‘all right, we’ll give up our nuclear weapons if you provide us a security guarantee against China.’ Those two levels never meet.”

차 석좌는 “이러한 큰 틀의 전략적 사고가 미국의 안보 제공을 받고 싶다는 북한의 욕구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핵무기를 포기할 테니 중국으로부터 안보를 지켜달라’라고 북한이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폼페오 전 장관이 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면 순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mean anybody who knows anything about North Korea knows that the ultimate goal of the North Koreans is the end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under North Korean rule. And the existence of the U.S. alliance and the existence of those weapons and defense are the things that continue to preserve the independence of the Republic of Korea. So to say that somehow the North Koreans are not worried about those things I’m sorry but I have to use the word ridiculou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것을 안다”며 “미한 동맹, 한반도에 배치된 무기의 존재는 한국의 독립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북한이 그런 것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

중국도 북한에 복잡한 속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매우 복잡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On the one hand the Chinese are very proud that they entered the Korean War and pushed back the American forces. On the other hand they feel that the North Koreans have never been sufficiently grateful for what China did for North Korea and this is a deep wound to the Chinese. I also think that the Chinese find the North Koreans to be a difficult ally, that they don’t take advice very easily and that the Chinese have to at times threaten the North Koreans with taking away some of the food aid and other things to get the North Koreans to do what the Chinese want.”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한편으로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한국전쟁이 참전해 미군을 물리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데, 북한이 중국에 충분히 감사를 표한 적이 없어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또 북한을 충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때로는 중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해 식량원조와 다른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해야 하는 어려운 동맹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두 번째 국정연설을 통해 중국에 대해 꽤 조심스럽게 말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으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길 원한다면서, 이때 북한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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