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미국 대학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학습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로스앤젤레스대학(UCLA) 한국학연구소의 이남희 소장은 전례없이 많은 미국 학생이 한국학을 수강하고 있다면서, 한류는 분단 등 한반도 근대사를 알리는 데도 기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VOA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미국과 영국의 한국학 교수들로부터 각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한류 열풍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김영권 기자가 UCLA 이남희 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UCLA의 한국학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한국학연구소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이 소장) 가장 오래된 것뿐만 아니라 교수진 구성이 가장 다양할 것 같아요. 지금 12명의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이 계시고 단지 한국 역사와 문학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연극을 포함해서 기독교 등등 여러 분야에서 열두 명의 교수분들이 지금 한국학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센터 자체는 1993년부터 시작됐고 한국학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학 관련 강의가 얼마나 개설돼 있나요?
이 소장) 최근 조사해 봤더니 제가 속한 과에서 1년에 거의 100여 개 되는 과목을 가르칩니다. 그중 절반은 한국어에 관한 과목입니다. 1년에 2천 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국학 관련 수업을 듣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희 과에 국한된 것입니다.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한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고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현대언어학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은 2002년 1만여 명 정도였는데, 2016년에는 1만 7천 100명으로 68%가 급증했습니다. 소장님은 학교에서 이런 현상을 피부로 체감하시나요?
이 소장) 그렇죠. 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저의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배경이 무척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학기 수업의 거의 80% 학생들은 소위 한국계가 아닌 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서 2001년부터 가르쳤는데 그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사실 20여 년 전 또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학이야말로 한류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이 소장) 피상적으로 드리는 말씀일 수 있지만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류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예를 들면 학생들이 TV 드라마와 영화를 보거나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따르면서 가사를 이해하고 싶고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그런 수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죠. 또 한 가지는 한국 정부와 여러 기관이 소위 한국학 프로그램을 다방면으로 지원한 결과이기도 하죠. 또 생각해볼 점은 소위 한국의 전근대적 역사가 다이내믹하고, 물론 여러 아픈 경험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그런 모습들에서 나오는 것들도 어필하지 않을까 그런 것도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한류 열풍은 한국이 주도했다기보다 글로벌 팬덤(fandom), 즉 국제 소비층이 열광적으로 주도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 소장) 그렇죠. 만약에 한국인이 말씀하신 대로 국수적으로 움직였다면 그만큼 어필이 없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바깥에서 한국 문화를 그야말로 감사하는 그런 팬들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가 생각해 볼 수 있죠. 또 한류가 여러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남한 사회의 경제산업화, 민주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호기심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더 열광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미국 대학 내에서 한국어, 한류 언어를 배우는 추세 변화에 대해 파악된 자료가 있나요?
이 소장)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저희 학교 회의와 미 중서부 10개 대학 컨소시엄 모임 회의 때 들어 보면 지금 얘기하신 전반적인 상황들이 미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교수들도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서 한국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있고 그래서 재정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이런 현상이 많은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학 프로그램이 없는 대학이라 할지라도 한국어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기 때문에 대학이 거기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죠.
기자) 이런 현상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소장) 아무래도 최근의 현상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이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볼 때는 이러한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아무래도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또는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이들이 어느 곳에 어느 분야에 진출해 있든 이것은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 이런 한류 열풍이 비단 한국어 공부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도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소장)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Crash Landing on You (사랑의 불시착) 같은 TV 드라마 같은 경우에 많은 사람이 물론 재미있어서 보겠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저로서는 사실 한없이 고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역사가들이 아무리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많이 와닿지 않을 텐데 이러한 드라마를 통해서 그런 분단의 문제와 아픔을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 사실 엄청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죠. 물론 그것들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보장할 수 없겠지만 각자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기자) 반면 우려되는 부분은 없을까요?
이 소장)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볼 때는 워낙 대학들도 그렇고 일반 사회에서도 그렇고 한류는K팝, K드라마 이렇게 되다 보니까 대학에서도 그러한 시류를 따라가는, 그래서 대학원생들도 한류를 공부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든든하게 역사와 문화의 기초를 다지고 한류를 공부하는 것이 좋을 텐데 그런 기반이 약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고요.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기관들에서도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이렇게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게 약해지지 않는가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한 때 한류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당국이 강력히 차단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지난달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해 철저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런 다양한 문화를 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 소장) 아무래도 과거 남한의 경우만 봐도 그러한 억압적인 문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 보면 그런 강압적인 정책이 국가가 원하는 대로 실행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는 것도 어려울 거로 생각합니다. 제가 구체적인 북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히 평가할 수 없지만 남한 사회의 경험만 비춰봐도 오히려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강제적인 억압으로는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군요.
이 소장) 네, 문화라는 것이 한국도 60~70년대를 거치면서 상당히 억압적인 문화정책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반대해서 일어났던 세력이 있었던 것처럼. 특히 일제강점기에도 그랬고 저항은 항상 있는 법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주립 로스앤젤레스대학(UCLA) 한국학연구소의 이남희 소장과 함께 최근 한류 문화의 미국 내 움직임과 영향 등에 관해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