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시점에 평양 순안공항에서 발사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추정되는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1월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거의 비슷한 형태의 도로 보수 흔적이 드러났는데, 이번에도 같은 곳에서 ICBM을 발사한 정황이 포착돼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한 북한의 ICBM 발사의 한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박동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평양 순안공항의 민간 활주로와 군용 활주로 중간 지점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20일 자 위성사진입니다.
최근까지 없던 대형 하얀색 지대가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이 화성-17형 ICBM을 시험 발사한 뒤 화염으로 검게 그을린 자리를 하얀색 물체로 덮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ICBM 화성-15형을 쏘고 이틀 뒤인 20일, 지난해 발사 때와 동일한 지점에 또다시 하얀색 지대가 깔린 것입니다. 하얀색 지대의 모양은 지난해 11월 때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크기는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도 이 지점에서 ICBM을 발사한 뒤 그을린 흔적을 지우거나 패인 도로를 메우기 위해 하얀색 물체를 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ICBM 발사 현장을 하얀색으로 덧칠해 온 전례로 볼 때 이번에도 그런 사후 처리 흔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같은 정황은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통해서도 파악됩니다.
이동식발사차량 TEL과 화성-17형, 화성-15형의 외형만 다를 뿐, 발사가 이뤄진 도로에 그려진 하얀색 선과 도로 바로 옆 풀밭의 모습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번 발사 장면이 지난번 발사 때와 같은 지점에서 촬영되고, 발사 역시 석 달 전과 같은 곳에서 이뤄진 사실을 시사합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독 공항 유도로를 ICBM 발사 장소로 택한 데 주목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해 11월)
“페인트를 칠하는 시점은 미국이 그을린 자국을 촬영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북한이 이미 알고 있을 때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콘크리트 표면이 훼손됐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보수를 해야 했던 것이죠.”
베넷 선임연구원은 순안에서 포착된 활동은 북한의 ICBM이 완벽한 ‘이동식’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만큼 발사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동식발사차량은 장소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으로선 가장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깔린 순안공항 유도로나 활주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2월과 3월, 5월, 11월 그리고 올해 2월까지 여러 발의 ICBM을 쏘면서 지속적으로 순안공항 도로만 발사 장소로 사용해왔습니다.
VOA 뉴스 박동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