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에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미국의 유력 미사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상궤도 비행 대신 고각 발사로도 재진입 기술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으며, 여러 시험을 통해 입증된 북한의 역량은 재진입체 제작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20일 VOA에 북한이 이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번 화성 15형 ICBM 발사에서도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은 이미 2016년 재진입체 지상 시험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이 정상궤도 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를 했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면서, 오히려 고각 발사에 성공했다면 정상궤도에서는 성공 확률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
“고각 발사를 하면 최소 에너지 궤적의 발사 때와 약간 다른 온도를 발생시키지만 둘 다 재진입체에 많은 부하를 주기 때문에 재진입체가 고각 발사 시험에도 살아남는다면 더 정상적인 궤도 시험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루이스 소장은 또 북한이 스스로 완성했다고 주장한 최신 화성 17형 대신 화성 15형을 발사한 데 대해서는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인 만큼 안정적인 발사 성공에 주안점을 둔 포석으로 평가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
“화성 15형은 이미 배치 단계에 있는 데 비해 화성 17형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화성 15형은 전담 운영부대를 두고 훈련을 잘 해왔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더 큽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에 액체연료 기반의 ICBM 발사를 하면서 발사 시간을 단축하는 기습 발사를 했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주변국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사전 연료 주입 체계, 즉 앰플 방식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 밴 디펜 / 전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
“북한의 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과 화성 15, 화성 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액체 추진제는 구소련이 제작한 것입니다.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한 뒤 몇 년간 보관할 수도 있죠. 따라서 이 미사일들이 공장 제작 단계에서 이미 연료가 장착될 수 있습니다.”

밴 디펜 차관보는 또 북한이 18일 ICBM 발사에 이어 20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하는 등 연이어 도발한 데 대해서는 지난 8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KN-25 계열의 방사포로 보인다며 새 무기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시험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도 있지만 군사 작전상의 이유도 있다면서, 장거리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