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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한국 ‘애국가’ 음원 “1942년 VOA 방송”


이승한 한국 초대 대통령.
이승한 한국 초대 대통령.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애국가 음원은 1942년 VOA 방송이 송출한 것이라고 한국의 민간 단체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일제 강점기에 VOA가 한국인들에게 국제 정세를 전달해 독립 준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애국가 음원이 VOA가 1942년 방송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는 1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제 강점기인 1942년 7월 6일 VOA가 단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송출한 애국가 음원을 입수해 조사한 한 결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판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몇 해 전 KBS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에서 이 애국가 음원을 처음 발견해 대한민국국립역사박물관의 전문가 등에 의뢰해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이사장] “그 내용을, 전부 다 검증되지 않아서 보도를 못 하고 있다가 이번에 KBS가 창사 50주년을 맞아서 현대사 아카이브를 개설해 이 자료가 어떤 자료인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문의했고요. 박물관 담당자가 저에게 여기에 나오는 애국가가 아주 특별합니다.그래서 제가 의뢰를 받고 내용을 감수한 결과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애국가 음원이라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당시 워싱턴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VOA 한국어 단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연설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육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애국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김 이사장이 제공한 애국가 음원을 들어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어 연설 앞뒤, 한국어 연설에는 연설 앞에 한 여성 소프라노가 부르는 애국가가 담겨 있습니다.

[녹취: VOA 방송 애국가 음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닮도록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보우하사’를 ‘보호하사’로 불렀을 뿐 지금의 애국가 가사와 모두 같습니다.

김 이사장은 일제 강점기 국민회 북미지방총회에서 발행했던 ‘신한민보’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연설이 1942년 7월 6일 방송됐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한국 역사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애국가 노랫말은 1907년 전후에 만들어졌으며 작곡은 해외에서 활동하던 안익태 선생이 1935년 작곡한 뒤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후 임시정부와 국민회 등 독립운동가들이 애국가를 국가로 자랑스럽게 불렀다며, 이 때문에 당시 조선총독부가 애국가를 철저히 금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이사장] “1936년 3월 4일 자로 조선총독부가 이 애국가 악보는 발매 금지, 국내에서 발행할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금지곡으로 공포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일제는 거기에 대해 경계했고 이 애국가가 당시 우리 민족에게 독립 정신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또 모든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던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치하에서 VOA는 한국인들에게 독립 의지를 불어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이사장] “한국의 유명한 독립운동가들 중에 여러분이 미국의 소리(VOA) 단파방송을 통해서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독립, 광복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우리 역사의 산 증거이지요. 특히 독립운동에 끼친 영향은 굉장하죠. 요즘 말로 하면 전파를 통해 독립 정신을 일깨웠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첨단적인 독립운동 방법이었죠. 그것이 일제 강압에 좌절했던 우리 청년들에게 소망을 주는 굿 뉴스였죠.”

실제로 당시 경성방송국에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들은 몰래 VOA 방송 등을 청취해 독립운동가들과 정보를 공유하다 발각돼 최대 300명이 체포되고 여러 명이 옥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1942년 발생한 경성방송국 ‘단파방송 밀청사건’입니다.

한국의 ‘연합뉴스’ 등 언론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애국가 음원은 1946년 경성방송국(KBS 전신)이 송출한 이화여고 학생들의 합창이었다며, VOA 방송의 애국가는 4년이 앞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KBS가 해당 VOA 음원의 추가 검증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현대사 기록영상 아카이브 플랫폼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BS는 아직 이에 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일각에서는 애국가 노랫말 문제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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