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과 북한 정상 간에 전화 핫라인이 가동됐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상당히 집착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전화통화를 했던 사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 출간을 계기로 밝혀졌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유명 인사들에게서 받은 친서 150점을 모은 책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들’(Letters to Trump)을 다음달 25일 출간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출간에 앞서 지난 9일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와 그와의 소통 내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실제로 전화를 걸어 올림픽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He actually called and said he wanted to be part of the Olympics)”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북 정상 간 핫라인 가동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김 위원장이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 시작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도 그 해 3월5일 평양을 방문했던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백악관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미북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 이전에 이미 전화 핫라인을 개설하고 올림픽 참가와 정상회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언제, 어떻게 전화 핫라인을 개설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전후 맥락을 볼 때 북한 수뇌부가 미국과의 외교를 결심하고 2017년 10-12월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2017 October, November, December time frame, phone call…”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 책에는 김 위원장이 2018년 7월30일 보낸 서한도 포함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서한에서 “대통령 각하, 나는 1차 정상회담 당시 우리 사이에 확립된 훌륭한 관계에 굳건한 믿음을 가져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기대했던 종전 선언이 빠진 데 대해 애석한 감은 있지만, 각하와 같이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는 확실히 종전 선언이 양국간 관계 발전을 고무시키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촉진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이른 시기에 빛을 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종전 선언은 당시 남북한 수뇌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당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만나 판문점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 선언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6월7일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닷새 뒤인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은 빠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했지만 종전 선언은 빠져있습니다.
이에 대해 켄 고스 국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같은 참모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의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과 달랐다며, 참모와 관료 집단이 반대하면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도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rump have one view and bureaucracy headed by Pompeo and Bolton have another view…”
실제로 볼튼 전 보좌관의 회고록인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볼튼 보좌관은 이를 막으려 했고,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도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습니다.
또다른 것은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입니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다음달인 7월 6일 폼페오 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당시 북한은 폼페오 장관에게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폼페오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전면적인 핵 신고와 핵 폐기를 북한에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평양을 떠나는 폼페오 장관에게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7월3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종전 선언 무산에 아쉬움을 표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김정은의 개인적 친분이 아직도 미북 관계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하면 자리에서 물러나 조용히 고향에 칩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부정선거로 패했다며 다시 출마할 뜻을 밝혔고, 실제로 지난해 11월 15일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최근 실시된 미 에머슨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의 지지율로 양자 대결에서 42%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들어 각종 기관이 실시한 8차례에 걸친 공화당 후보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도 북한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서밋 2022 리더십 컨퍼런스’ 행사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To achieve that progress, it will be necessary to turn away from the path of aggression and provocation and continue down the road that we started together when I was in”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공격과 도발의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임 시절 시작한 대화의 길을 계속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를 선호하고 그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미국의 최고 지도자와 그 정도까지 합의에 근접한 적은 없거든요, 트럼프에 대한 배신감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와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죠.”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도 북한은 트럼프를 선호한다며 김 위원장이 대선 전에 그를 평양으로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e should not surprise if Kim Jung-un writer a letter to president Trump and invite to Pyongyang.”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는 2024년 11월5일 실시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선출될지, 또 이를 계기로 미북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