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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국제 인권단체들 “한국, 북한 등으로 ‘범죄인 인도’ 말아야”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면 촬영한 사진을 지난해 7월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면 촬영한 사진을 지난해 7월 공개했다. 사진 = 통일부.

전 세계 32개 시민사회단체가 한국 대통령에게 보낸 사형제 폐지 촉구 공개서한에서 개인을 북한 등으로 추방하거나 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어기고 특정인을 사지로 모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와 세계사형폐지국제연대(WCADP), 이탈리아인권연맹(FIDU) 등 32개 국제 인권단체들이 28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지낸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인도네시아 검찰총장과 아르헨티나 출신인 토마스 오헤아 타나, 소냐 비세르코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도 서한 발송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1월 실시한 한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31개국이 한국 정부에 사형제 폐지 또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지난 25년간 사형 집행이 없는 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개서한] “We therefore renew our call for South Korea to abolish the death penalty, which it has not carried out in the past 25 years since December 30, 1997, for all crimes.”

특히 “사형제 폐지는 명백히 세계적 추세”라면서 2021년 말 현재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8개국이고 ‘법적·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144개국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관련 결의안은 역대 가장 많은 125개국이 찬성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또한 “사형 집행이 생명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존중할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한다”며 한국에는 “원언식을 포함해 아직 사형수가 59명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개서한] “We recall that the use of the death penalty is inconsistent with South Korea’s international legal obligation to respect fundamental human rights, including the right to life. With 59 persons still on the death row, including Won Eon-shik,”

이런 상황은 “고문과 그 밖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방지할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무죄가 밝혀진 사람은 언제든 감옥에서 석방될 수 있지만 사형에 처한 경우는 되살릴 수 없다며 “10명의 죄인이 사형을 면하는 것이 1명의 무고한 사람이 처형되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사형제 폐지의 길을 열고 정부는 공식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사형 관련 모든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또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해선 안 된다며,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는 곳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사형 존치국으로 개인을 추방하거나 범죄인 인도하는 것을 멈출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개서한] “We also urge South Korea to stop the deportation and extradition of persons to countries that retain the death penalty, including the United States , Japan, China and North Korea , in violation of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including where they would be in danger of being given a death sentence.”

이들은 지난 2002년 자유권규약위원회가 밝힌 내용을 근거로 사형 폐지국의 경우, “사람을 실존하는 사형 집행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에게 사형이 선고될 합리적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형 집행 방지의 보장 없이 이들을 추방이나 범죄인 인도를 통해 자국 관할권으로부터 퇴거시킬 수 없다고 위원회가 밝힌 것에 주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이 공개서한을 주도한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29일 VOA에 “이 내용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북송 같은 국제법 위반 행위를 현 정부가 되풀이하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지금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앞서 문재인 정부처럼 탈북민을 근거 없이 북한으로 북송시켜 처형당하든 사지로 모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정부가 사형제 폐지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보이면 단지 사형제 폐지뿐 아니라 사형이나 처형을 노골적으로 하는 북한, 중국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전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들과 조사위원이 서한에 동참한 것은 문재인 전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이 얼마나 심각한 국제법 위반 행위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탈북 어민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망명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닷새 만에 포승줄에 묶어 북한으로 추방했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특별보고관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공개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비롯해 강제송환금지원칙 등 여러 국제법과 국내법을 모두 위반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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