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손풍금이라고 불리는 아코디언. 한국에서는 북한에서만큼 인기 있는 대중 악기는 아니지만 음색이 구슬프고 특유의 구성진 분위기가 있어 아코디언에 관심 두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현재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는 남북출신의 수강생이 한데 모여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손쉬운 아코디언’ 프로그램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수업 현장음]
탈북민 아코디언 강사 이효주 씨의 지도에 따라 수강생들이 아코디언의 한 음 한 음을 짚어가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아코디언 기초 과정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이 열리고 있는데요. 남북 출신의 수강생 10여 명이 모여 자기 아코디언을 어깨에 멘 채 강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로그램에 관한 소개, 남북통합문화센터 통합체험팀의 나영선 연구원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나영선 연구원] “’손쉬운 아코디언’ 수업은 탈북민 아코디언 강사가 북한의 대중 악기인 아코디언을 가르쳐 주는 수업이고요. 그래서 북한의 대중음악 정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남북 주민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수업입니다. 지금 매주 토요일 9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2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아코디언 수업은 계속 열렸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선생님을 모셔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명도 변경되었고요. 선생님도 바뀌고 사업팀도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왼손, 오른손 연습부터 시작해서 그다음에는 ‘반달’이나 ‘에델바이스’처럼 기초 곡을 합주하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는 프로그램 4회 차였는데요. 어느덧 남북 출신의 수강생들은 서로 정겹게 안부를 묻기도 하고 수업하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서로 물어보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쌓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나영선 연구원] “우선은 서로의 존재를 좀 낯설어하시기도 해서 이제 2회 차 수업 시간에는 서로 이름을 소개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이제 주민분들이 궁금해하셨던 북한에서는 아코디언이 대중 악기라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배우게 되는지 어떻게 접하게 되는지 등을 물어보시고 이제 답변을 받으시기도 했고요. 그런 식으로 서로 알아가면서 점점 친해지고 계십니다. 아코디언이 9시 반부터 수업하는데 더 일찍 나와서 연습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제 거기에는 일반 주민분, 탈북민분 다 섞여 계시고요. 그러면서 자조모임 식으로 운영하면서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실력은 모두 다릅니다. 처음 아코디언을 접한 수강생도 있고요. 북한에서 이미 아코디언을 배운 탈북민도 있죠.
[녹취: 나영선 연구원] “저희 기준이 따로 있지 않았지만, 처음에 홍보할 때 아코디언을 배운 분 중에도 기초부터 다시 탄탄하게 다지고 싶은 분들을 모시고자 했고요. 그래서 작년에도 수강했지만 올해도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싶다, 악기라는 것이 조금만 쉬면 다시 실력이 원상 복구되기도 해서 그런 식으로 지금 진행하고 있고 실력이 다 조금씩 다르다 보니까 저희가 15명 정도 정원이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2시간 동안 1대 1로 맞춤 지도를 해주시면서 일주일 동안 할 과제를 주세요. 그러면 연습해오고 1대 1로 지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수업을 가르치는 탈북민 이효주 강사는 북한 청진의 제2사범대학 예능 학부에서 학생들에게 아코디언을 가르쳤습니다.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대중 악기로 사랑받고 전공 수업이 있는 만큼 아코디언이 가지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효주 강사] “북한에서 아코디언은 일단 북한에서 정치 선전의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이 음악 예술이잖아요. 거기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코디언이죠. 그러니까 노래를 어디 가서 한다 할 때는 무반주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아코디언의 역할은 그냥 걸어 다니는 음향, 노래방 반주기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되게 많이 알려져 있고 대중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하고 싶은 마음이 좀 많지만 조금 비싸서… 근데 북한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보다 절대로 싸지 않죠. 그러니까 수요자가 많으니까 일단 아코디언을 배우면 좋은 데 갈 수 있거든요. 그 모든 기관, 기업소, 대학까지도 이런 예술 선전을 많이 하다 보니까 아코디언 수들은 잘만 하면 그냥 이렇게 선택이 되는 거죠.”
이효주 강사는 실력이 각기 다른 수강생들에 맞춰서 한 명 한 명 꼼꼼히 지도하는데요. 수업 현장을 보니까 한자로 된 교본을 쓰고 있더라고요.
[녹취: 이효주 강사] “처음에 교안 작성할 때는 일단 다 처음부터 똑같이 시작하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 눈높이가 서로가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분들이 그 기량에 맞게 가야지만 일단 속도감도 나고 배우는 사람들도 좋을 것 같고요. 그래서 지금 그 방향으로 일단 마쳤습니다. 이게 보면 북한은 교본이라고 해서 악보 책이 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잘 나와 있어요. 근데 대한민국에는 아코디언 교본 같은 것이 있지만 제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교육을 너무 오래 했잖아요. 일단은 북한에서 학생들을 계속 아코디언 전공으로 키웠고 그러다 보니까 여기에 일반적으로 돌아다니는 교본이 저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보면 지금 한자로 된 거 그건 중국 교본이거든요. 그리고 러시아 교본도 또 있어요.”
이효주 강사는 남북한 출신의 수강생을 가르치며 수업을 대하는 태도와 연주하는 스타일이 각각 다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점차 하나로 만들어가는 것이 자기 역할이지 않겠느냐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효주 강사] “일단 탈북민과 일반 주민들이 같이한다는 게 사실은 그냥 쉬울 것 같은데 또 쉽지만은 않거든요.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많이 이렇게 조금 예민한 부분도 있고 그래서 처음부터 저는 그냥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제일 강하죠. 그래서 운영함에서도 남한과 탈북민 이걸 저는 구분하는 게 아니라 같은 노래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부터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더불어 수강생 가운데서는 북한에서부터 배우고 싶었던 아코디언을 드디어 배우게 됐다는 한 탈북민 수강생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집에 가서도 아코디언 연습을 해야 한다며 아코디언 생각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수강생] “제가 취미 생활할 게 없었잖아요. 불면증도 와서 제가 약도 먹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취미생활 뭐 할 것 인가… 다 돈이 들어가야 하잖아요.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건 내가 정말 하고 싶었으니까 늦은 감은 있잖아요. 지금 근데 나이가 무슨 문제예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그렇지만 어쨌든 시작했으니까 나 이게 너무 좋아요. 내가 이러려고 갈등했나? 어쨌든 이제는 취미생활 할 거를 잡았잖아요. 그 악기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잡생각이 없어져요.”
그리고 또 다른 탈북민 수강생 유임향 씨 또한 한국에서 아코디언을 처음 접하게 됐다면서 오랜 꿈을 이룬 시간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유임향 씨] “어릴 때 정말 다른 애들이 그거 지고 있고 노래하는 거 보면 진짜 제 인생에 최고로 내가 바라보는 그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정말 여기 와 보니까 내가 배우려고 하면 배울 수 있구나 뭐 비록 나이는 있지만 그래도 지금 다 나이 들어서 은퇴해서 모든 거 취미 생활하시는 분들 보고, 제가 거기서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래서 지원하게 됐고… (아코디언) 비싸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다른 생활에서 정말 모든 돈을 아껴 쓰고 이제 그렇게 하면서도 배우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그렇게 하고 아코디언을 구매했죠.”
어떤 분야에서든지 노력하고 시간을 쏟는 만큼 그 실력도 뒤따라올 텐데요. 유임향 씨는 조금씩 나아지는 연주 실력으로 아코디언을 배우는 재미 또한 더 늘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임향 씨] “하나하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렇지만 그래도 이제 두 번 듣기 하고 세 번 듣기 하고 좀 이해가 되면서 이제 악보는 원만히 볼 수 있고 거기에 맞춰서 이제 연주를 원만하게는 못하지만 그래도 보고는 할 수 있더라고요. 자체로 연습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너무 감사하죠. 이렇게 교육을 해주는 게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정말 기회잖아요. 그래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했죠.”
끝으로 한국 시민 이채영 씨는 탈북민과 함께하는 이 수업이 너무나 즐겁다고 전했는데요.
[녹취: 이채영 씨] “저는 작년부터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참여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 동아리 활동 느낌도 나고 북한에서 오신 선생님들 유머 감각이 굉장히 좋으셔서 재밌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휘랑 이런 사용이 다른데도 제가 딱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 약간 쉽게 사용하지 않는 그런 유머인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저는 초보자고 근데 피아노를 오래 했기 때문에 이제 금방 배울 수 있는 장점은 있어요. 여기 있는 좋은 분들하고 즐겁게 생활하면서 서로 즐거운 음악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