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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하원서 ‘대통령 핵무기 선제 사용 제한 법안’ 재발의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재발의됐습니다. 과거 닉슨 전 대통령이 북한의 미 정찰기 격추에 대응해 대북 군사 보복을 검토했던 점이 법안 재발의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됐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테드 리우 하원의원이 의회의 사전 승인 없는 대통령의 핵 공격 개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선제적 핵무기 사용 제한 법안’을 재발의했습니다.

14일 공개된 법안은 의회의 전쟁 선포권은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을 승인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선제적 핵 공격은 주요 전쟁 행위가 될 것이라며, 의회의 전쟁 선포 없이 대통령이 선제적 핵 공격을 개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헌법이 부여한 고유의 전쟁선포권을 갖고 있는 의회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핵무기 사용 승인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의회의 전쟁 선포 없이 선제적 핵 타격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법안은 명시했습니다.

또 연방 예산이 의회의 승인 없는 선제적 핵 타격에 쓰이는 것은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 의원실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법안 발의 배경과 관련해 1969년 4월 15일 북한이 미군 정찰기를 격추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자리에 있던 고위 보좌관들에 따르면 술에 취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핵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도자료] “Fifty-four years ago this week, on April 15, 1969, North Korea shot down a U.S. military plane. According to top aides present at the time, an intoxicated President Richard Nixon allegedly ordered a nuclear strike in response. Thankfully, that order was disregarded and never carried out – however, it exposed the dangerous possibility of a rogue U.S. president ordering a nuclear strike without Congressional authorization.”

이어 “다행히 그 명령은 무시됐고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는 불량한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핵 공격을 명령할 위험성을 노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010년 기밀 해제한 1969년부터 1972년까지의 미한관계 외교문서에 따르면 닉슨 행정부는 1969년 4월 북한의 미 정찰기 격추 사건 당시 대북 군사 보복을 검토했으나 전면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포기했습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헨리 키신저 보좌관을 통해 북한의 미그기 이륙 비행장 공습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다만 닉슨 전 대통령이 당시 술에 취해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지시했다는 마키 의원의 주장은 조지 카버 당시 중앙정보국(CIA) 베트남 최고 전문가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인용한 2000년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사실 여부는 공식 확인된 바 없습니다.

마키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를 발표하는 성명에서 “어떤 대통령도 핵 선제 타격은 물론 독자적으로 전쟁을 선언할 헌법상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마키 의원] “No president has the right or the constitutional authority to unilaterally declare war, let alone launch a nuclear first strike. In the face of Vladimir Putin’s nuclear threats, Congress must pass the Restricting First Use of Nuclear Weapons Act to reaffirm its authority and make clear to world leaders that the United States will uphold its commitment to peace, stability, and democracy.”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의 핵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의회는 권한을 재확인하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평화, 안정,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핵무기 선제 사용 제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키 의원과 리우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대북 선제 타격론이 거론되던 2017년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선제적 핵 공격을 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처음 발의했습니다.

마키 의원은 또 2020년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선제 타격 권한을 특정한 ‘위헌적 대북 선제 타격 금지 법안’을 민주당의 로 칸나 하원의원과 함께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두 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됐습니다.

미 의회에서는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억지나 반격 목적에 한정하면 주요 국가 이익 보호와 동맹에 대한 확장억지 공약 유지에 대한 결의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초당적으로 우세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핵태세검토 보고서에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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