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혁을 강행하면서 큰 진통을 앓고 있습니다. 헌법위원회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야권과 노동조합, 시민 사회는 여전히 거칠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랑스 연금 개혁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위원회의 결정”
4월 14일,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 개혁 법안을 심의한 결과 대부분 내용이 프랑스 헌법에 합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9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다른 나라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사법기관입니다.
이로써 최근 몇 달째 프랑스 전역을 들끓게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은 합법적 당위성을 부여받았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인 15일 법안에 서명하고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이행까지 앞으로도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연금 개혁의 주요 내용”
이번 프랑스 연금 개혁의 핵심은 정년 연장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법정 은퇴 나이는 62세입니다.
하지만 새 법에 따르면 오는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늘려나가 2030년에는 이를 64세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또한 현재는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요구되는 근로 기간이 42년인데요. 하지만 2027년부터는 1년 더 늘어 43년간 일해야 합니다. 아니면 67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즉 간단히 말해 더 많이 일하고 더 늦게 받으라는 요지입니다.
대신 매달 받을 수 있는 최소 연금 수령액을 지금보다 올려, 적어도 최저 임금의 85% 또는 약 1천200유로(미화 약 1천300달러)를 받게 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주장”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노인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1%입니다.
즉 현행 연금 제도하에서는 프랑스 사람 10명 중 2명이 연금 수혜자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는 이 상태대로라면 향후 10년 안에 적자 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연금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 이전 대통령들도 추진했던 국정 의제였습니다. 하지만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는데요. 국민의 이런 반발을 모를 일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연금 개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연금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이 1기 때부터 추진해 온 주요 국정 과제였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며 올 1월부터는 더 강하게 연금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 특별 권한을 이용해 하원의 표결 절차를 건너뛰어 또 비난을 샀습니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상원은 찬성 193표, 반대 114표로 연금 개혁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상원은 비교적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중도 우파 공화당이 우세한 만큼 큰 무리 없이 법안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 하원 표결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하지만 돌연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한 겁니다. 해당 법은 의회 표결 없이 총리 책임하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대통령의 특별 권한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해 있었던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중도 연합 ‘앙상블’은 하원 의석의 과반 확보에 실패했는데요. 공화당의 협조를 기대해 볼만 했지만 안심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야권은 즉각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했는데요. 만일 하원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내각은 총사퇴 해야 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도 좌초 위기를 맞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하원 표결에서 과반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불신임안은 부결됐고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은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그 어떤 전임 대통령도 손대지 못한 연금 개혁에는 성공했지만, 민주주의는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 여론”
각종 매체와 여론 전문 조사 기관이 실시해 온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대다수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프랑스 여론 조사기관 ‘엘라베’가 성인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가 정부의 연금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프랑스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한 후 ‘해리스인터랙티브’가 성인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1%가 정부 퇴진을 원했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82%는 대통령이 특별 권한을 이용해 연금 개혁을 강행한 것은 나쁘다고 답했고요. 응답자의 65%는 법안이 채택되고 실행된다 해도 반대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지난 1월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시민운동이나 시위가 상대적으로 잦은 편인데요. 하지만 이번 시위는 규모나 강도 면에서 프랑스 사회 전반을 마비시킬 만큼 거센 편입니다.
항공, 항만, 운수, 교원 등 대다수 노동조합이 파업에 동참해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는데요. 일례로 청소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거리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시민사회와 노조는 5월 1일 다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의 앞날에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위자들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정부의 연금 개혁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면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부유층의 연금을 줄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금 재정이 아직 심각한 위기를 맞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국의 은퇴 연령”
연금 문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제도가 정착된 상당수 나라들이 비슷하게 겪는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연금 수령자들은 점점 늘고, 이는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 조기 은퇴 연령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남성과 여성의 은퇴 연령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독일은 남녀 동일 63.7세입니다.
다음 스위스의 경우, 남성 63세, 여성 62세이고요. 스페인, 핀란드 등이 남녀 동일하게 63세고요. 스웨덴, 포르투갈,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은 62세로 정해져 있습니다.
현행 프랑스의 은퇴 연령과 같은 건데요.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개정 연금 정책에 따라 앞으로 프랑스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보다 은퇴 연령이 높은 나라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 창립자입니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가 최근 종전의 필요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국가 권력과 현재 사회를 위해 이제는 특별군사작전을 완전히 종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키는 러시아의 표현입니다.
프리고진 창업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 측에 서서 전투를 이끌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창업자는 1961년 생으로 현재 61살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고요.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면서 어머니가 생계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그는 1979년 불과 18살의 나이에 절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2년 후에는 강도와 절도 혐의로 1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9년 복역했습니다.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핫도그 체인점을 설치했는데요. 1990년대 정치, 사회적 혼란 속에 사업이 성공하면서 그는 고급 식당들을 열기 시작합니다.
특히 ‘뉴아일랜드’라는 선상 식당에는 고위 권력층 인사들이 자주 찾았는데요. 이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푸틴 대통령은2003년 뉴아일랜드에서 생일 파티를 가질 만큼 그를 신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 년 후, 그의 음식배달업체가 크렘린궁 행사에 음식 공급 계약을 맺었고요. 이런 배경으로 그는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그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건 2014년 민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설립하면서부터입니다.
바그너그룹은 시리아, 모잠비크, 리비아, 중앙아프리카 등지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인권 유린과 잔학 행위를 하며 악명을 얻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정치에도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 연방수사국(FBI)은 2021년 그가 러시아 인터넷 조직을 후원함으로써 온라인상에서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미국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지명 수배 명단에 올렸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프랑스의 연금 개혁 논란에 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창립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