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 방문 중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 북한인권대사는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워싱턴에서 북한인권에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 방문 중 보인 북한인권 관련 행보에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27일 VOA에 “이는 과거 북핵에만 집중해 실패했던 대북 정책의 교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인권에 관한 윤 대통령의 행보는 “역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is is historic. His focus on human rights in North Korea is a breath of fresh air. I think it's so necessary. I applaud with what President Yoon said to our Congress today and what the South Korea's first lady has been saying over the last few day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윤 대통령 의회 연설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며칠 동안 말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겪는 참혹한 인권 상황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며 개선을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주민의 인권과 존엄을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희소한 자원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내 인권을 증진하고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활발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도운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변인은 김 여사가 “북한의 인권문제는 한미 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고 바이든 여사도 이에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여사는 또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해결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면서 “여러분들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김 여사는 이 회동 뒤 워싱턴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미국 내 탈북 청년들과 북한인권단체 대표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 씨를 만났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한국 정부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소개하며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미 직전 워싱턴을 방문해 미 관리들과 비정부기구 관계자들, 탈북민들을 면담하고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이에 대해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함께 제기해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 대사는 27일 VOA에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구사하는 수법을 윤석열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하나는 핵이나 이러한 미사일 위협은 외부적, 북한인권은 주민 통제 등 내부적입니다. 이는 모두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반드시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고 우리 정부도 이를 인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는 특히 “북한의 인권 개선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야하며 과거처럼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에는 북한인권도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이지 정치적 행보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고 고통받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것을 대한민국 정부가 어루만져 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 대통령 부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고 해석하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대북 특사를 지낸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미한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비핵화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인권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 I think it’s a reality. We're seeing this reality and we should just admit that we haven't focused on it in the past because we were fearful that it would detract from denuclearization. I think in retrospect, we realized that was wrong. I think many of us realized that was wrong. And we should have early on focused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and denuclearization. Biden administration needs to put human rights front and center with North Korea”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우리 중 다수가 그런 접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권 상황과 비핵화에 더 일찍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계기로 미 상원도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조속히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북한 인권 관계자들의 회동에서 사회를 맡았던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 등의 양비론 주장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이 북한 인권 문제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황 대사는 27일 VOA에 미국은 더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후발 주자인 약소국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한다는 비판,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을 야기한다는 식의 양비론을 두둔하는 시각이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날로 세 대결이 치열한 유엔 무대에서 이런 양비론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양비론 무력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게 인권입니다. 북한 편을 드는 곳에서 보면 세 대결이란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어느 쪽이 도덕적 우위를 갖느냐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도 북한인권 문제는 대단히 의미 있는 주제라고 봅니다.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과연 북한 편을 드는 게 가능한가?”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 행보는 “북한인권 쪽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 think it signals a shifting focus toward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it signals a shifting focus towards specific issues that were ignored before. South Korean POWs, South Korean abductees. I think things are changing right now. And this is perhaps the initial stage of a paradigm shift that pays more attention to human rights.”
스칼라튜 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을 제기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는 아마도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패러다임 변화의 초기 단계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