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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수단 군벌 충돌 배경과 경과


수단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전투원들이 지난 23일 무장 트럭을 타고 수도 하르툼 시내에 진입하고 있다. (자료사진)
수단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전투원들이 지난 23일 무장 트럭을 타고 수도 하르툼 시내에 진입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북아프리카 나라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상자 가운데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해 파견된 국제구호단체 요원도 포함돼 우려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수단에 나가 있는 자국 외교관과 국민 대피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수단 무력 충돌 사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제일 컸던 나라”

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면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때는 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컸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수단에서 ‘남수단’이 떨어져 나가고,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라는 지위는 알제리에 넘겨줬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수단은 약 190만 ㎢의 국토 면적을 가진 큰 나라입니다.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4천800만 명으로, 인구 밀도는 매우 낮은 나라입니다.

참고로 한반도는 전체 면적이 23만㎢에, 남북한 합친 인구가 8천300만 명 정도인데요. 그러니까 한반도보다 약 8배 큰 땅에 한반도의 절반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도는 하르툼이고요.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나일강을 끼고 하르툼과 마주하고 있는 옴두르만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약 91%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입니다. 수단은 이슬람의 두 주요 종파 가운데 하나인 수니파가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내전과 무력 충돌의 역사로 점철돼 있습니다. 수단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수단의 무력 충돌은 특히 국제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수단은 7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수단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은 이들 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수단은 아프리카의 젖줄이라고 하는 ‘나일강’이 관통하는 나라입니다.

‘나일강’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태동이 됐던 곳인 만큼 나일강 하면 대개 이집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수단은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에서 각각 발원한 나일강의 두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곳입니다.

이렇게 수단에서 합쳐진 강줄기는 이집트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데요.

수단의 잦은 정정 불안과 더불어, 하류에 있는 이집트와 상류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간 오랜 물싸움은 수단과 주변국 아프리카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이 돼 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단은 지금 에티오피아 정부와 1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반군 지역과 접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쪽으로는 10여 년 전 유혈 분쟁 끝에 떨어져 나간 남수단이 있는데요. 지리적 환경이 이렇다 보니 수단은 언제든 무력 충돌에 휘말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홍해를 낀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

수단은 아프리카 나라로서는 매우 드물게 ‘홍해’라는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입니다. 수단은 동쪽에 중동과 아시아로 이어지는 홍해와 접해 있는 나라로, 무려 900km의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천혜의 지리적 조건은 러시아의 오랜 주목 대상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이곳에 러시아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최근 수단 군부는 러시아와의 합의 사항에 대한 최종 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단과 러시아 간 합의는 2019년 군사 쿠데타로 축출된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 때 성사된 것으로, 2021년 말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합의에 따르면 러시아는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Port Sudan)’에 최대 300명의 러시아군을 보유한 해군 기지를 설치하고요. 또한 핵 추진함을 포함해 최대 4척의 해군 함정을 동시에 주둔시킬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수단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제공하게 되는데요. 양국 간 이 합의는 25년간 유지되며, 양측 모두 반대하지 않으면 10년 자동 연장됩니다.

수단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나라는 러시아만 있지 않고요. 미국, 중국 같은 나라도 수단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업적 측면에서 나일강 중류 지역인 수단은 비옥한 토양의 거대한 잠재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금, 은, 천연가스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부 내 갈등”

수단의 이번 무력 충돌은 군부 갈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단 군부는 지난 2021년 10월,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바시르 정권이 전복된 후 들어선 과도 정부 축출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수단 정부군의 일인자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힘을 합쳤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부르한 장군의 군부가 이끄는 과도 정부가 들어서 있는데요. 하지만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은 민정 이양 절차 등 수단의 정치적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10만 명에 달하는 RSF군을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와 군 지휘권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는데요. 그러다 지난 4월 15일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곳곳에서 양측의 무력 충돌이 시작되면서 사태가 급속히 악화했습니다.

수단 정부군 측은 RSF를 ‘반군’ 집단이라고 선언하며, 이번 사태를 정통성 없는 무장 세력의 체제 전복 시도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수단은 이미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종족과 종교 간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극심한 기상이변과 경제 빈곤으로 기아와 난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때 미국은 수단 정부가 급진 이슬람 테러 조직 지원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듣지 않자, 수단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30년 동안 수단을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되자, 수단에도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쿠데타로 과도 정부가 축출되면서 수단의 민주주의 미래는 한 걸음 더 멀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무력 충돌이 벌어지자, 전문가들은 이 싸움의 승자가 차기 정부 대통령이 되고, 패자는 망명, 체포, 또는 죽음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가능성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경제적, 인도적 위기가 심각한 수단의 미래가 더 암울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압델 파타 알부르한(사진 왼쪽) 수단 과도군사위원장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
압델 파타 알부르한(사진 왼쪽) 수단 과도군사위원장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수단 무력 충돌의 두 핵심 인물, 수단 정부군의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에 관해 알아봅니다.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은 1960년생으로, 현재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상 수단의 국가원수, 지도자라고 하겠습니다.

부르한 장군은 2019년 쿠데타로 바시르 정권이 축출될 당시 핵심 역할을 맡기 전까지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는 2000년대 초 다르푸르 지역에 부임해 2008년까지 사령관직을 맡았습니다.

수단 서쪽에 있는 다르푸르는 이슬람 강경 정책을 펼친 바시르 정부의 비호를 받은 아랍 민병대 무장 조직 ‘잔자위드’가 현지 토착 주민들이 반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마을을 공격, 방화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부르한 장군은 이러한 공격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현재 바시르 전 대통령과 수단의 여러 전직 고위 관리가 전범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된 상태인데요. 하지만 부르한 장군은 관련자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의 생일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랍계 베두인 부족 출신으로 1973년생, 또는 1975년생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1974년경 다르푸르에서 태어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낙타 파는 일을 했으며, 다르푸르 사태가 벌어지자 잔자위드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갈로 장군의 신속지원군(RSF)은 다르푸르 사태를 주도한 잔자위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RSF는 초기 5~6천 명의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급속도로 세를 불려 현재는 약 10만 명의 준군사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RSF는 오래전부터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있는데요. 하지만 RSF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수단 무력 충돌 사태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수단 무력 충돌 사태의 두 핵심 인물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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