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봄 가뭄이 예년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가뭄상황(Drought Index)를 보여주는 미 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자료는 북한 전역 곳곳을 여전히 검붉은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가뭄 정도에 따라 ‘중간’과 ‘높음’, ‘심각’ 수준을 각각 노란색과 붉은색, 검붉은색으로 구분하는데, 색깔이 진한 붉은색은 그만큼 가뭄이 심각하다는 의미입니다.
VOA가 NOAA의 가장 최신 자료인 4월 17~23일 주간을 살펴본 결과 함경남도와 황해남도 일부를 제외한 전 지역이 검붉은색과 진한 노란색으로 나타납니다.
북한의 가뭄 조짐은 3월 초부터 관측됐습니다.
3월 6~12일 주간 북한 중부지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진한 노란색과 붉은색은 한 주 뒤인 3월 13~~19일 주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3월 20~26일 주간 다시 곳곳에 노란색과 붉은색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3월 27일~4월 2일 주간엔 이전보다 더 붉어진 점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이후 4월 3~9일 주간과 4월 10~16일엔 상황이 다소 완화됐지만 다시 17~23일 주간 심각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북한의 봄 가뭄이 심상치 않다는 건 예년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과 2022년의 4월 둘째 주 북한은 주로 일부 지역에만 노란색으로 표시됐으며,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던 2020년에도 황해도와 평안도만 검붉은색으로 나타날 뿐 그 외 지역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가뭄 피해 대책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는 등 가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밀, 보리를 비롯한 올곡식 농사를 잘 짓는데서 당면하게 힘을 넣어야 할 사업은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라며 관개체계를 완비하고 관수설비를 총동원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4일 북한은 김덕훈 내각총리가 지도하는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가뭄 피해 대책 등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북한 기상수문국 독고혁철 실장은 ‘조선중앙TV’에 출연해 2월 26일∼3월 29일 북한 지역에 내린 비는 12.1㎜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히며, 북한이 사실상 봄 가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4월은 벼 모판을 만들고 옥수수와 감자 등 주요 밭작물을 파종하는 시기로, 이때 가뭄 피해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1분기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심각한 가뭄에 대비해 중국 등 외부로부터 식량 수입을 더 늘릴지도 주목됩니다.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해 최근 수개월 간 북한이 중국에서 많은 양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전달보다 2배 이상 많은 4만6천t의 쌀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