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윤석열 정부가 첫 1년 동안 ‘가치 외교’를 추구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특히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하며 중국과 북한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10일 VOA에 윤석열 정부가 1년 동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미국과 연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One, re-energizing the alliance with the US and especially on the security front vis-a-vis North Korea, two, resetting relations with Japan and putting them on a positive track, and three enunciating a foreign policy for Korea based on values and freedom, liberty and ensuring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doing all this he's clearly aligned Korea with the United States in ways that could not have been anticipated. And Washington I think is delighted.”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특히 대북 안보분야를 비롯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재활성화하고 일본과 관계를 재설정해 긍정적인 궤도에 올려놨으며 자유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등 가치에 기반한 외교정책을 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모든 일을 추구하면서 윤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한국을 미국과 연대시켰다”며 “미국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강력 연대… 일본과 관계 개선”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미한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를 펼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지난해 12월 첫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미국과 동맹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한일 간 고위급 접촉이 계속 이어지며 삼국공조가 강화됐습니다.
또 올해 3월 강제노역 피해보상 해법을 마련하며 한일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일본을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정상화됐습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이달 한국을 답방하면서 12년만에 ‘셔틀외교’도 복원됐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10일 VOA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거둔 가장 큰 성공일 것”이라며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던 한일 관계를 되돌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He was able to improve relations with Japan. I think that was one of the key highlights, probably the biggest success that he's had after reaching the lowest point in bilateral relations. He has helped turn that around. The strength of the US, Japan, Korea, trilateral I think that is something that he had contributed too.”
이어 “미한일 관계 강화에도 윤 대통령이 기여했다”고 여 석좌는 말했습니다.
오는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도 초청돼 미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11월 미한일 정상회담, 올 1월 미일 정상회담, 3월과 5월의 한일 정상회담, 4월 미한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구체적인 안보협력 강화 조치가 발표될 지 주목됩니다.
“미한일 군사협력 강화… 대북 억지력 높여”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10일 VOA에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한 연합훈련을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미한 동맹은 북한의 한국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태세로 복귀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5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것은 “동맹의 진화와 성숙”을 보여준다고 맥스웰 부대표는 평가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 Washington Declaration is really the natural evolution of the alliance and it is a demonstration of how mature the alliance is because what the United States is doing with South Korea in the Washington declaration, and the establishment of the Nuclear Consultative Group is unlike anything that was ever done in a bilateral alliance. And I would argue that it's even superior to the nuclear sharing and the nuclear planning group in NATO. And so this is a real indication of how the United States views the importance of the ROK-US Alliance.”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과 도모하는 협력과 ‘핵협의그룹’ 설립은 미국이 지금까지 양자 동맹에서 해왔던 어떤 것과도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미한 ‘핵협의그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보다 더 낫다고 본다며 “이는 미국이 미한동맹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간 3국 연합훈련도 강화돼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수함전 훈련, 미사일 경보훈련도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치 연대’ 확대… 국제위상 강화”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는 미국과 일본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작년 6월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 진영과의 연대를 구축했습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10일 VOA에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Korea is well on its way. I think it was very important with President Yoon attended the NATO summit in Madrid last June. And now he'll be going back to the Vilnius NATO Summit this July. So I think that shows Korea is stepping up onto the world platforms, and he’ll be at the G7 in Hiroshima to which is very important. So I think we're seeing expectations for what Korea will be able to do for the world rising.”
주한 미국 부대사를 지낸 토콜라 부소장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 매우 중요했으며, 그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적인 무대로 도약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참석도 중요하다며 “한국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윤 대통령이 특히 안보와 외교정책 분야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Among his key successes has been ensuring that Korea's voice is increasingly heard and respected not only in Northeast Asia, but also among members of the Quad in the Indo-Pacific region, the UN Security Council, and NATO. President Yoon's most significant achievement may be his decision to associate the ROK more closely with the values, concerns, and priorities of those global and regional powers defending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open sea lanes, democracy, the inviolability of international borders, and the importance of resolving disputes peacefully. His work in this area has gained much respect for the ROK.”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이 거둔 성과 중 하나는 한국이 동북아 뿐 아니아 인도태평양 지역과 쿼드 회원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나토에서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존중 받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항행의 자유, 민주주의, 국경 수호,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 세계적 강국들과 역내 강국들의 가치와 우려, 우선순위에 한국을 더욱 긴밀히 연대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은 한국에 대한 존중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가치 외교’의 연장선에서 중국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녹취: 여 석좌] “South Korea has an Indo-Pacific strategy and he’s become more vocal, has criticized human rights issues in Xinjiang and also in Hong Kong. He's also mentioning Taiwan, I think a bit more than Moon Jaein. That has upset China, but I think President Yoon feels that by aligning with the US and other like minded countries and allies that this puts South Korea in a stronger position within the region.”
여 석좌는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도 발표했고 신장과 홍콩의 인권 문제를 비판했으며, 타이완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언짢게 받아들이지만 윤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들과 동맹국들과 연대함으로써 한국이 역내에서 더 강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힘에 의한 타이완 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는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관계를 잘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So trying to decide where to stand up in China where to cooperate, how to deal with other country's relationship with China. It's a difficult question for both South Korea and the US.”
이어 “중국에 어떤 부분에서 맞서고 어떤 부분에서 협력해야 할 지 결정하고,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맺는 관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 등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한 관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법 등 미국의 경제 정책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도 윤 대통령에게 놓인 과제라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I think the economic rewards for closer US alignment, especially in Korea's core high tech sector, have been thin so far with many Koreans concern that they are giving much more than they're getting from the US.”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특히 한국의 핵심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지금까지 미미했다”며 “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 정책에 대해 일반 한국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도 “야심찬 외교정책에 대한 국내적 지지를 확대하는 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이라며, 임기 2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이 이 부분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