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구 10명당 1명꼴로 '현대판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이 강제노동을 비롯해 위협과 폭력에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은 24일 공개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에서 약 269만 6천 명의 북한 주민들이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판 노예란 위협이나 폭력, 강압, 속임수 등으로 인해 착취 상황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을 뜻하며, 여기에는 강제노동과 강제 결혼, 성매매 강요, 아동 인신매매 등이 포함됩니다.
이번 보고서는 2021년 기준으로 각국의 상황을 평가한 것입니다.
WFF 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노예 지수'는 1천 명당 104.6명입니다.
이는 조사 대상 16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조사에도 노예지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북한 다음으로는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90.3명)와 모리타니(32명), 사우디아라비아(21.3명), 튀르키예(15.6명), 타지키스탄(14명), 아랍에미리트(13.4명), 러시아·아프가니스탄·쿠웨이트(각 13명) 등의 노예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1천명 당 3.3명, 한국은 3.5명입니다.
북한은 '현대판 노예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응이 가장 미흡한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관련 수치가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에선 자국민에 대한 고문, 부당 투옥, 강제 노동과 같은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이 유인이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신부로 매매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탈출해 북한으로 돌아온 여성들은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받기보다는 당국의 처벌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사대상 160개 국가의 현대판 노예는 4천 960만 명으로 추산돼 5년 만에 1천만 명가량 늘어났습니다.
WFF는 무력 충돌 증가와 광범위한 환경 악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영향 등으로 상황이 악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