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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식량난 “함경도, 양강도 최악”


밭일을 하는 북한 여성들 (자료사진)
밭일을 하는 북한 여성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중국에서 쌀이 들어오고 있지만 북한의 쌀값은 여전히 비싸고 식량 사정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양강도와 함경도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의 식량난은 4월부터 시작되곤 했습니다. 북한은 10-11월에 가을걷이를 마치기 때문에 이듬해 3월까지는 식량 사정이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식량을 다 소비한 4월부터 9월까지는 ‘보릿고개’ 즉, 춘궁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식량난은 대개 4-9월 중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식량난이 일찍 시작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20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며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관계기관 간에 북한의 식량 사정 평가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원래 노동당 전원회의는 1년에 한번 정도 열리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만인 2월 26일 또다시 전원회의를 열고 식량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또 관영 `노동신문’은 올해 경제 분야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12개 중요 고지 중에 ‘알곡 고지’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1월부터 북한 내 식량난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아사에 준하는 상황까지 간 것은 틀림없는데, 올해는 사실 연초부터 식량난이 굉장히 심각했어요.”

실제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지금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의 경우 최근 쌀 가격은 kg당 5천700원, 지난해 보다는 3백원, 2년 전보다는 1천500원 이상 올랐습니다.

북중 접경 지대의 쌀 가격은 더욱 비쌉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양강도의 경우 쌀 가격은 kg당 6천2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00원 올랐습니다.

노동자들이 사먹는 옥수수(강냉이)의 경우 3천2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00원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부족이 곡물 수급과 북중 국경 봉쇄, 그리고 유통 등 3-4가지 요인이 중첩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이 한 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이 550만t 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생산한 곡물은 451만t에 불과합니다. 수요에 비해 100만t 가량 부족한 겁니다.

또 북한이 2020년 1월 시작한 북중 국경 봉쇄가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중 화물열차는 지난해 9월 재개됐지만 트럭을 통한 육로 수송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12월을 기해 장마당 쌀 판매를 중단시키고 정부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장마당에서 쌀 가격이 kg에 6천원이라면 양곡판매소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4천700원에 판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양곡판매소의 쌀 공급이 충분히 못했기 때문에 시장 혼란만 가져왔다고 권태진 원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게 아닌가, 양곡판매소가 생기면서 다른 민간 상인들의 양곡을 제약하면서 시장에 공급돼야 할 양곡을 공급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고…”

북한 당국은 쌀값을 잡기 위해 중국에서 식량을 수입했습니다. 권태진 원장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20만t의 쌀을 수입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정도 물량이 도입되면 시중의 쌀값이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쌀값은 진정되지 않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4월21일 kg당 5천800원이었던 쌀값은 5월19일 6천200원으로 올랐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는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영훈 박사] ”충분하지 않죠, 2007년까지는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식량 지원을 많이 해서 그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는 개선된 것이 없어 식량 부족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등 북중 접경지대의 식량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평양의 공급보다는 중국과의 공식, 비공식 무역으로 식량을 조달해 왔습니다. 그런데 북중 국경 봉쇄가 계속되면서 식량 조달이 끊긴 상황이라고 권태진 원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많게는 50만t 정도가 비공식적으로, 밀수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공식도 아니고 비공식도 아닌 애매한 상태인데, 수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는 북중 식량 교역의 비중을 그렇게 크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박사] ”식량 교역에 의존하는 지역의 식량 사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식량 수입분이 국내 총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식량 수입이 막혔다고 해서 식량 공급 사정이 크게 나빠졌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 하락이 식량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의 배급제도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현재 배급을 타는 사람들은 당 간부나 보위부, 안전원같은 힘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주민들 대부분은 개인장사를 하거나 각자 돈을 벌어 장마당에서 쌀과 옥수수를 사먹습니다.

4인 가족이 1인 당 쌀 500g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하루 한 세대에 필요한 양은 2kg입니다. 그러면 한 달에는 60kg이 필요합니다.

현재 쌀값은 1kg에 6천원입니다. 따라서 한 가족이 쌀을 사려면 한 달에 3만6천원이 필요하며, 이를 미화로 환산하면 4.5 달러입니다.

과거처럼 개인장사가 잘 되면 중간층 주민들은 이 정도 돈은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개인장사를 하려면 중국에서 물품이 들어와 장마당이 돌아가야 하는데, 2020년 1월 북중 국경 봉쇄 이래 40개월 이상 중국에서 물자 반입이 끊겼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김흥광 대표] ”시장에서 팔고 사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장사를 못하고 먼 곳에도 가지 못하니 장사도 못하고, 정말 죽을 맛이랍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언론이 관측하고 있는 6월 중 북중 국경 개방 여부가 식량난 해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국경 봉쇄로 식량 상황이 악화된만큼 다시 국경이 열려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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