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정상의 ‘워싱턴 선언’이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충분 수 있다고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이 평가했습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이 약속이 다음 정부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한일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와 관련해선 3국 미사일 방어망 통합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롤리스 전 부차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달 31일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2022년 초부터 북한은 11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전례없이 많은 86번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시했고요. 또한 북한이 곧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핵심은 억지력 유지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롤리스 전 부차관) 그것이 현재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로 한국과 역내를 계속 위협하고, 결국 미국 본토에도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역량 고도화에 대응해 우리가 억지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자) 미한일 국방 협력도 전례없이 강력한데요. 세 나라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연내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미사일 정보를 수집하면 다음 단계는 요격입니다. 미한일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롤리스 전 부차관) 저는 그것이 세 나라 모두에게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신뢰 수준이 더 높아진 것이죠. 또한 3국간 더 높은 수준의 신뢰와 통합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기자가 질문한 그 내용입니다. 3국간의 탐지와 정보 공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3국 미사일 방어망의 통합입니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자) 미한일이 미사일 방어망 통합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롤리스 전 부차관) 물론입니다. 항상 그래 왔듯이 (북한 미사일의) 일본과 주일 미군에 대한 위협이 심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에 대한 전술핵 위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방정식의 새로운 요소이고 윤석열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은 거의 전적으로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태도를 가졌었습니다. 새로운 현실은 북한은 한국을 전술핵무기로 공격할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한국에 알리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큰 변화입니다.
기자) 부시 행정부 때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도 직접 참여하셨습니다. 오늘날 북한을 다루는 데 6자회담의 경험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롤리스 전 부차관) 6자회담은 기본적으로 실패한 회담이었지만 중국을 포함한 당사국 모두가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북한이 스스로의 행동을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역량을 과시하고 입증하려고 하죠. 6자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들은 북한이 준수했다면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유지하고 향상하기로 결심했기에 우리는 같은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최근 저서 ‘핵무기 사냥’ (Hunting Nukes)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 핵무기 개발 시도를 무산시키는 데 직접 관여한 내용을 소개하셨습니다. 50년이 지나 한국에서는 핵무장론이 주류 담론이 됐습니다. 북한은 11번의 ICBM 실험을 했고 그중 상당수가 성공했습니다. 미국 도시들이 북한의 핵 보복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확장억제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한국인들은 미국 확장억제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롤리스 전 부차관) 그것이 지금 현안입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전면에 제기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를 미국에 제기하면서 ‘이제는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막연한 전략적 억지 공약이 아닌 집중적인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도 지난 몇 달간 인정했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점을 주장하고 있으며 저는 이러한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보장에 만족하며 핵협의그룹(NCG)이 확신을 줄 것이라는 점을 한국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기자) 한국 국민들이 워싱턴 선언 이후에도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가진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롤리스 전 부차관) 기자는 제게 “그것이 충분한가?”를 묻고 있습니다. 어쩌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 약속이 다음 정부까지 지속될 만큼 충분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매우 광범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됐습니다.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미군의 재래식 전력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는 것 뿐 아니라 전술핵을 재배치해 한국 영토에서 미국이 관리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전술핵 등 핵무기 사용을 위협할 경우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실질적인 억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수준의 억지력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미국이 전술핵을 철수했을 때 솔직히 우리의 신뢰도와 억지력 수준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한국 측에서) 핵협의그룹이 있어도 전술핵 재배치를 원한다는 의견이 언젠가는 제기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기자)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워싱턴 선언 발표 며칠 전 기자들에게 “냉전 때처럼 한반도에 전술핵이나 다른 종류의 핵무기를 재배치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술핵 재배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롤리스 전 부차관) 지금은 미국의 무기체계 구성을 감안하면 우리가 그렇게 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철수했을 당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해당 무기를 파괴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미래에 그러한 능력을 갖게 된다면, 그리고 저는 확실히 2~3년 내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데, 그 때에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 달라는 것이 매우 타당한 요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저서 ‘핵무기 사냥’은 박정희 정부 당시 핵개발을 저지한 성공 사례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때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요?
롤리스 전 부차관) 우선 제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에서 설명했듯이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를 추구했던 동기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매우 실용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신뢰하는 의사 결정자들이 주위에 있었죠. (비밀 핵개발에 대해) 미국이 전모를 알고 있었으며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참모들이 납득했을 때 박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봅니다. 미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태를 통해 비확산과 미한동맹, 군사관계 등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모든 일은 동맹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핵추진) 계획의 오류를 보고 때로는 목숨과 경력을 걸었던 한국측 인사들에게 전적으로 공로를 돌립니다. 저는 제 책에서 이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으로부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한국 내 핵무장 여론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