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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70주년 기획] 2. 남북 극명한 대조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승리…격차 더 커질 것”


지난 3월 한국 고양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지난 3월 한국 고양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오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휴전으로 전쟁을 중단한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70년이 지난 지금 모든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VOA는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점검하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남북 간의 극명한 차이를 만든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보도에 조은정 기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기념하는 백악관 만찬에서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고 존경받는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 way the Korean people have transformed your country, Mr. President, through courage and hard work it’s one of the most prosperous and respected nations in the world. It is testament to the boundless possibilities our people can achieve when we do it together. And we know that our work is not yet done.”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민이 용기와 노력을 통해 한국을 세상에서 가장 번영하고 존경받는 국가 중 하나로 변화시켰다”며 “이는 미한 양국 국민들이 함께 할 때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은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불량 국가이자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습니다.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자본주의 시장경제 vs 사회주의 폐쇄경제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20일 VOA에 한국과 북한의 사례는 “같은 국민이 분단된 이후 서로 다른 두 개의 정치 체제를 채택해 극명하게 다른 결과를 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 실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여 교수는 오늘날 남북한의 차이를 결정지은 핵심 요인으로 전쟁 직후 미국과 소련의 역할을 꼽았습니다.

[녹취:여 교수] “The Soviet Union took the North and the United States they had control over the South at the end of World War Two. So that wasn't anything the Koreans could choose themselves. But that made a huge difference in the trajectory, in part because South Korea then began adopting market principles whereas North Korea, was a socialist command economy.”

여 교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소련은 북한을, 미국은 한국을 장악했다”며 “한국민이 스스로 내린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후 남북한의 경로에 큰 차이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각각 미국과 소련의 영향을 받아 “한국은 시장 원리를 채택한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 교수는 1960년대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주도형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한국 경제가 크게 도약했다며, 이것이 한국의 번영을 가져온 “결정적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경우 폐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발전은 뒷전으로 하고 김씨 체제 유지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여 교수] “So everything was being done with the idea that it's going to support the regime that there will be no more opposition. And I think that started making the economy less and less efficient that there were these economic plans, but they weren't being met. That in terms of ideas for economic growth, there was really no discussion. They relied heavily on Soviet aid so when the Soviet Union was beginning to decline that became much more problematic for North Korea.”

여 교수는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결정이 내려졌으며 반대 의견은 낼 수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경제의 효율성은 점점 더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제 계획은 달성되지 않았으며 경제 성장을 위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소련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소련 쇠퇴와 함께 북한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여 교수는 말했습니다.

지난 2017년 8월 평양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17년 8월 평양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핵∙미사일 개발, 북한 경제발전 가로막아”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24일 VOA에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한국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추진하고 북한은 스탈린식 계획경제를 추진한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 후원국인 소련의 붕괴 이후 북한은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베트남 등 다른 공산권 국가들은 이미 구소련식 계획경제를 탈피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경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이에 더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경제적 번영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Nuclear program has distorted the internal policymaking, and it's distorted the willingnes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engage in economic trade and development and investment with North Korea. And the choice to continue to go down the nuclear road has really inhibited their ability to pursue a different kind of economic development strategy.”

뱁슨 전 고문은 “핵 프로그램은 북한 내부의 정책 결정을 왜곡하고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경제, 무역, 개발, 투자에 참여하려는 의지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개발을 계속하기로 한 북한의 선택은 다른 종류의 경제 발전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을 저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북한이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며 핵개발 정책이 주민들을 더욱 큰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 복지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우선시하는 김정은의 고의적인 정책 결정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맥스웰 부대표는 말했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미한 동맹, 한국 번영의 주요 요인”

미국 터프츠대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24일 VOA에 한국과 북한의 오늘날의 차이는 국민들과 지도자들이 만들어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민들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국가를 번영과 자유의 길로 점진적으로 이끌었지만 북한 정권은 잘못된 정책 우선순위로 국가를 기아와 비참함에 빠뜨렸다는 것입니다.

이성윤 교수는 이에 더해 “한국의 성공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교수] “The US Defense commitment in the form of the Alliance Treaty and the actual physical presence of US troops standing in harm's way, thus sending a powerful message to Kim Jung don't even think about starting another war. We might then just not only fight but march right into Pyongyang and end your regime, that implicit message made credible by the physical presence of US soldiers stationed in South Korea. I would say that is a major factor in South Korea's freedom, peace and prosperity.”

이 교수는 “미국의 방위 공약과 미군의 물리적 주둔은 김정은에게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동맹이 북한의 공격에 반격할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을 끝낼 수 있다는 암묵적 신호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방위 공약이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 이후 성공의 빛나는 사례”라면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국 경제의 역동성은 놀랍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존스톤 석좌] “Yes, of course, the primary credit goes to the people of South Korea for building the country that South Korea is today. But I do think it's true that being part of the US alliance structure was helpful to South Korea's development as part of a free trade architecture built after World War Two that supported Korean industry, part of a military alliance that helped protect Korea, keep it secure. And I think also ultimately, over time, the created a context for democracy, that has also I think, been sort of vital to Korea success.”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낸 존스톤 석좌는 “오늘날의 한국을 건설한 일차적인 공로는 한국 국민에게 있다”면서도 “한국이 미국 동맹 구조의 일원이라는 점이 한국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체제가 한국의 산업을 지원하고 미한 군사동맹은 한국의 안보 유지에 도움을 줬다는 것입니다.

또한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주주의를 위한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국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민주주의, 법치, 투명성, 부패 방지 조치, 자유 노동 등은 국가의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지식기반 경제 선도국 vs 북한, 생존의 벼랑 끝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과 북한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한국이 저임금 제조업에서 경공업을 거쳐 중공업 중심 경제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미래형 산업인 지식기반 기술을 선도하는 데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의 주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I think the big reason is the education system. Both because in South Korean culture, families value education very highly and are willing to do things to support children in acquiring knowledge and expertise of various kinds. And secondly, the willingness of the government to transform the education system itself as it rose.”

뱁슨 고문은 “한국에서 가족들은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자녀들이 다양한 종류의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기꺼이 지원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또 “교육 체계를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높다”며 한국 정부가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OECD 수준으로 성공적으로 격상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 “지식 경제의 원칙을 디지털 분야와 문화 분야에 적용하고 확장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현재 “생존의 벼랑 끝에 있다”고 맥스웰 부대표는 지적했습니다.

[녹취:맥스웰 부대표] “Because of the draconian population resources control measures, the people no longer have a safety valve, a relief mechanism that they once had and developed in response to the Arduous March of 1994 to 1996.”

맥스웰 부대표는 “당국의 가혹한 통제 조치로 인해 주민들은 1994년에서 1996년 고난의 행군에 대응해 발전시킨 자체 안전조치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당국의 시장 통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권이 군부에 자원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내부 불안정과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방향을 조망해보는 기획보도, 다음 시간에는 각국 참전용사들이 보는 정전 70주년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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