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회기를 시작한 미국 의회에서 현재까지 발의된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법안과 결의안은 모두 15건인데, 이 가운데 처리된 안건은 2건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 내 정치 지형에 따른 여파라면서 의회의 관심 부족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공화당 내 후보들의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올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법안과 결의안 15건 가운데 의회 의결 절차가 마무리된 안건은 두 가지입니다.
상원의 미한 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 기념 결의와 베트남전 참전 미국 내 한인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하원 법안입니다.
현재 의결이 시급한 안건은 지난해 9월 만료된 북한인권법 연장을 위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입니다.
지난해 말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외교위 의결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된 뒤 올해 다시 발의됐습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영 김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지난달 말 상원에서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됐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북한에 푸에블로호 반환을 촉구하는 하원 결의안도 올해 다시 발의됐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최근 민주당 내 일각에서 재발의된 한국전쟁 종전선언 촉구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조차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한반도 관련 안건들은 당파적 이견이 없는 초당적인 안건들입니다.
그럼에도 초당적 안건들에 대한 의회 내 처리가 더딘 것은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의석수가 많지만, 각각 근소한 차이로 양분된 의회 내 정치 지형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출법안 같은 시급한 안건 처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반도 관련 안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킹 /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일부 문제는 하원과 상원의 당파성과 내분 그리고 표 차이가 너무 작아 일을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감소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여전히 매우 높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그럴 뿐입니다.”
실제로 상원은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지명한 지 6개월 만에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수전 숄티 / 북한자유연합 대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많이 받았지만 지난 회기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의회의 관심이 결여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의회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는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회에서는 내년 예산안과 세출법안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문제, 미국 국내 경제 문제 등 의회가 시급히 다뤄야 할 사안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 내 경선 후보들에 대한 관심, 또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관련 재판 진행 상황에 시선이 쏠리면서 한반도 관련 안건 처리 등 다른 안건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처리 속도는 매우 떨어진 상태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