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6년 만에 개최한 북한인권 공식 회의에서 증언해 주목을 받은 탈북 청년이 VOA에 소회를 밝혔습니다. 기본적인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며 유엔의 대응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 청년 김일혁 씨가 유엔 안보리가 지난 17일 개최한 북한인권 공식 회의에서 시민사회 대표로 발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함경북도 샛별군 출신으로 16살 때인 2011년 가족과 탈북한 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이날 영어로 북한 주민들이 겪는 다양한 인권 침해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녹취: 김일혁 씨] “Even with such hardship, North Koreans cannot express any dissatisfaction to their government. Our people have no human rights, no freedom of expression and no rule of law, so anyone who disagrees is taken to a political prison camp, where they will do hard labor until they die, or they are simply shot to death.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s eradicated basic human rights from my homeland.”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에 불만을 표출할 수 없다”며 “북한 주민들에겐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법치도 없기 때문에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고된 노동을 하거나 총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는 우리의 피와 땀을 지도층을 위한 사치품으로 바꾸고 우리의 고역을 미사일로 날려버린다”고 비판하면서, 북한 정권을 향해 한국어로 더 이상 죄짓지 말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일혁 씨] “독재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김 씨는 1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정권의 만행과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주민들의 현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일혁 씨] “기본적인 인권이나 사람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 자유, 이런 것들이 너무 없다. 죄도 아닌데 죄로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것. 무법천지라는 거죠. 그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어 발언 뒷부분에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국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북한 주민들이 언젠가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며 당신 나라의 국민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자유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 앉아 있는 각국 대표들이 누리는 자유를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누리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일혁 씨]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이 자유인지도 모르고 누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원래 자유라는 게 그냥 거저 얻어지면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기 때문에 그분들이 누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얘기해서 이분들이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하나 다 호명했어요.”
김 씨는 또 자신과 가족의 탈북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끌려간 뒤 실종된 고모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범들의 아픔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미국의 민간단체 링크(LiNK)와 국무부를 방문해 만났던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의 소개로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김 씨는 인권은 안보리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중국과 러시아 대표를 향해 반박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일혁 씨] “세상에 인권이 없는 안보가 어디 있고 인권이 없는 자유가 어디 있냐고. 인권이 없는 평화는 없다. 인권이 없는 국가 간 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김 씨는 현재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라며 국제개발협력학을 공부해 저개발국의 발전을 도운 뒤 궁극적으로 북한의 재건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는 김 씨의 증언을 듣고 눈시울을 적시는 일부 관계자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회의 뒤 많은 나라 대표로부터 격려를 받았다며 안보리 행사를 통해 큰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회의 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별도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그의 진지한 모습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17일 김 씨 발언 후 “김 씨의 용감한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며 그를 향해 “당신은 북한 주민의 존엄성과 권리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렇게 김 씨처럼 유엔 무대에서 영어로 북한의 실상과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밝히는 탈북 청년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개최한 북한인권 비공식 회의에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 청년 이서현 씨와 조셉 김 씨가 증언했었습니다.
또 지난 4월에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부대 행사에는 탈북 청년 한송미 씨가 증언했습니다.
지난달 탈북 청년 7명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했던 민간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글로벌 교육센터’ 케이시 라티그 공동대표는 VOA에 이러한 흐름이 북한의 인권뿐 아니라 탈북민들 자신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They should be able to communicate that to audiences. So hopefully, then people will see that oh, now I understand what you believe should be done and then maybe there's some way I can support your effort.”
라티그 대표는 청중에게 자기 생각을 국제 공용어인 영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사람들은 무엇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탈북민들이 믿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노력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