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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환영…“민주·법치주의 부합”


지난 2014년 10일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일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법과 한국 헌법에 모두 부합하는 올바른 결정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모스 단 리버티 대학 법대 학장은 27일 VOA에 한국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타당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정보에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보내는 활동을 사실상 막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 가치와 한국 헌법에 모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모스 단 전 대사
모스 단 전 대사

단 전 대사는 “표현(발언)의 자유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유”라면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민주주의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정보를 보내려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단 전 대사] “The freedom of speech is a critical freedom to support and undergird a healthy democracy. And so South Korea is a democracy and in order for it to thrive, there should not be the muzzling of those who want to send information to North Korea. There should not be the persecution of those who are seeking to bring good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단 전 대사는 또 “북한에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사람들을 핍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은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끔찍한 실수”였다며 한국 헌재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이 다시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헌법재판소는 26일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규정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등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국민의 생명 등을 보장하려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 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단을 보내는 모든 행위에 대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미화 2만 2천 달러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입법 전후로 국내외에서 큰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 비무장지대 인근 파주에서 경찰이 대북전단을 실은 트럭을 막았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 비무장지대 인근 파주에서 경찰이 대북전단을 실은 트럭을 막았다.

단 전 대사를 비롯해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공동의 기본 가치를 공유한다며 한국 헌재의 조치는 당연한 결과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미국 의회에 북한인권법과 제재 관련 입법을 자문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이날 VOA에 한국 헌재의 결정은 “모든 민주주의 사회가 국경을 초월해 평화롭게 발언할 수 있는 자유를 해석하는 방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는 설명입니다.

[스탠튼 변호사] “The court's decision is a victory of South Korea's hard-won democracy in that first, it's consistent with how all democratic societies interpret the freedom to speak peacefully across borders; second, because it's the only interpretation that's consistent with Article 19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nd third, because it withdraws a sweeping and vague censorship law that was effectively dictated from the world's least free society by the sister of Kim Jong-un, under a threat of violence.”

스탠튼 변호사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가 없는 사회로부터, 폭력의 위협 아래, 사실상 김정은의 여동생 지시에 따라 나온 광범위하고 모호한 검열법을 철회했다는 점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어렵게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
고든 창 변호사

지난 2021년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에 우려해 개최했던 청문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고든 창 변호사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한국이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국가임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창 변호사는 한국의 헌법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 you know, South Korea is a democracy. People have to have free speech in order to have a democracy. And this law is certainly restricting free speech by preventing people from talking about North Korea in effect. What they were really doing is restricting free speech. So this is an important decision. This is this is a decision that's obviously correct.”

창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볼 때 ‘대북전단 금지법’은 “사람들이 북한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하게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확실히 제한하고 있다”며 헌재의 결정은 “중요하고 분명히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유엔 특별보고관들과 다른 국제 법률 전문가들도 전임 문재인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대북전단 금지법은 제재 부과의 비례성과 처벌 기준에 대한 모호한 문구 사용 등 국제 기준에 위배될 수 있는 여러 문제가 있다며 재고를 촉구했었습니다.

특히 모호한 표현은 시민사회 단체와 북한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과잉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한 바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과거 미국 의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입법 활동에 관여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성숙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a reflection of South Korean maturity that this is becoming an issue. I mean that this issue is being resolved by a reference to a fundamental value that is important to freedom of expression. I think it's another indication of the progress and the strength of democracy in South Korea. I think it's a very encouraging sign.”

킹 전 특사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강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이자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과 지원 활동을 대폭 늘려 북한 주민들이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 전 대사는 이와 관련해 “스마트 풍선이든, 태블릿이든, 어떤 수단이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새로운 정보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도록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단 전 대사] “I think the floodgates should be opened for new information to flow into North Korea, in every possible means whether it's smart balloons, whether it's through to tablets, whether whatever means are, can be use. Also, the State Department needs to implement more what has already been legislatively passed and actually use that those resources.”

단 전 대사는 또 미 국무부도 이미 입법적으로 통과된 내용을 더 많이 이행하고 실질적으로 해당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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