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불법 무기 이전을 막기 위해 북한 항구를 봉쇄하는 등 미국과 국제사회가 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이 말했습니다. 파네타 전 장관은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판매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또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도 촉구했습니다. 9선의 연방 하원의원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파네타 전 장관을 조은정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파네타 장관님,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에 일어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이는 것과 인도주의 여파를 완화하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파네타 전 장관) 미국은 국제적 지도자입니다. 국제적 지도자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 방문에서 이스라엘 지원의 중요성을 밝히고 동시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주선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은 한 국가의 자기방위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동시에 국제법과 교전 규칙의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 내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동의하십니까?
파네타 전 장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의 전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인 지도자였습니다. 또 미국이 그러한 지도력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세계 어떤 국가도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네타 전 장관)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자체가 중국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중동에 가서 그 곳의 동맹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신호 말입니다. 중국은 동맹국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세계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국이 어떻게 기여할 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중국은 자국만을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제 대전차 무기와 122mm 방사포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은 파네타 장관님이 중앙정보국 CIA 국장으로 계실 때인 2009년에 처음 제기됐습니다. 미국이 이런 거래를 가장 잘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파네타 전 장관) 저는 다른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과 관련한 북한의 활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정확히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CIA 국장일 때도 그랬고, 북한은 지금도 러시아와 다른 나라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미국과 유엔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무기 제공은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북한은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우리가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매우 단호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떤 더 과감한 조치가 있을까요? 공해상에서 무기를 운반하는 선박을 차단해야 할까요?
파네타 전 장관) 공해상 선박 차단은 물론 선박에 무기를 싣고 있는 북한 항구를 봉쇄하는 것입니다. 물론 무기가 실려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결정적인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금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이2027년까지 2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동의 무장세력에게 핵무기를 판매할 수도 있을까요? 미국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파네타 전 장관) 저는 북한도 김정은도 믿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 한국, 호주 등 동맹은 물론 안보협의체 쿼드, 인도, 유엔 등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이 실제로 다른 나라에 핵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 이것이 국제법 위반이고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그 일을 막기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마스가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침투한 방식 등은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유사합니다. 한국은 잘 대비할 수 있을까요?
파네타 전 장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모두 북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과 같은 일을 한국이 당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살펴보죠. 백악관은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에 달하는 군사 장비와 군수품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러시아가 이런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국에 얼마나 더 큰 위협이 될까요? 러시아가 북한에 ICBM 기술까지 제공할까요?
파네타 전 장관) 푸틴과 김정은이 회담에서 서로 협력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냈다면 우리는 지금 위험한 순간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러시아가 그런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고, 러시아가 그런 일을 할 지 여부를 우리 정보기관이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에 근거해 러시아에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기자)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함께 연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두 왕따 국가들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십니까?
파네타 전 장관) 시진핑 주석이 그보다는 더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 주석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미사일 등 무기를 제공하면 북한은 더 위험해집니다.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신호를 보낼 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를 러시아가 취하지 말라는 신호 말입니다.
기자) 미한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나토보다 더 나은 안보 협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미국이 현재 두 개의 전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한일 안보 협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파네타 전 장관) 현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중국, 북한, 이란의 위협도 있죠.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나토와 그랬던 것처럼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우 강력한 나토가 단합된 모습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것을 봤습니다. 태평양에서도 그런 종류의 매우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 일본과 매우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세 나라는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동맹을 호주와 쿼드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까지 포함해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맹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상대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 정책을 최근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요?
파네타 전 장관) 저는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협상이 없이는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어떤 위협을 하더라도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북한이 살아남으려면 핵무기로 무장하지 않고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궁극적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더 나은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금까지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와 북러 무기거래, 한반도 안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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