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럽과 중동 전쟁을 빌미로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한반도 방어가 철통 같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한일이 북러 간 밀착 등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한반도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미국은 한반도와 역내에서 발생하는 어떤 분쟁에도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7일 VOA에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분쟁을 다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미한동맹이 준비돼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Whether the U.S. is capable of handling a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of course we are. The more important question is, is the U.S.-ROK Alliance ready. I believe the answer to that is yes as well, for the reasons I’ve already articulated. The last time I checked, the U.S. is not involved militarily in Ukraine or Israel vs. Hamas. Rogue regimes should not underestimate American capability and resolve to defend ourselves and our allies…this has never ended well for them.”
그러면서 “불량 정권들은 우리 자신과 동맹국들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능력과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결코 그들에게 좋게 끝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누차 미국이나 동맹국 또는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미·한·일 3국 군사협력에 대해 연일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미일괴뢰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어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중동 사태에 이어 조선반도 정세가 악화되는 경우 미국이 해소하기 힘든 전략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예평하고 있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5일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3각 군사동맹 마차를 미친 듯이 몰아대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망동이 핵전쟁 발발과 3차 대전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위협했습니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2개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여기에 한반도나 타이완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이런 동시다발적인 분쟁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데다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한동맹으로 북한의 도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가자 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중동과 유럽에 병력을 증강했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어떤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동맹국들, 특히 한국과 공조해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U.S. has not directly engaged in the military conflict in Ukraine and in Gaza. The U.S. Forces in the Middle East have been reinforced in response to the Gaza war, and the U.S. has built up its forces in Europe in response to the Ukraine war. But the U.S. still has overwhelming military forces in Asia, so the U.S. is capable of handling the any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 in coordination with its allies, especially the ROK.”
북한의 이 같은 위협은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한 한국 국민의 동요를 부추기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지난 40년간 이런 종류의 수사를 지켜봐 왔다”며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억지력과 한국 방어에 대한 궁극적 결의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는 한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유럽과 중동 분쟁으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조약 동맹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 같으며 지난 70년간 지속돼 왔고, 바이든-윤석열 정부 들어 워싱턴 선언으로 속도감 있는 양자 및 3자 군사 훈련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 대리] “The reality is just the opposite. As a treaty ally, the US commitment to Korea is ironclad, has been for 7 decades, and has only been reinforced by the Biden-Yoon administration through the Washington Declaration/NCG and up-tempo pace of bilateral and trilateral military exercises. The US and ROK are ready to ‘fight tonight’ and respond decisively to any military effort by the North to overturn the status quo on the peninsula.”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의 현 상황을 뒤집으려는 북한의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오늘 밤 당장 싸울 준비’가 돼있으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나 팔레스타인에서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충분한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은 지금 스스로 만든 독설과 벼랑 끝 전술, 위협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Since we are not at war ourselves in Ukraine or Palestine, we have ample forces for deterrence elsewhere. North Korea is now caught in a cycle of invective and brinkmanship and threatmaking of its own making.”
북한이 거친 수사로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북한이 오히려 미·한·일 3국의 강화된 군사 협력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북한은 미·한·일 3국의 군사 협력 강화에 위협을 느낄 때 거친 수사와 위협으로 대응한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은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의 대응 능력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최근 군사 협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미·한·일 3국은 지난달 9~10일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참여한 해양 훈련을 진행했고, 지난달 22일엔 핵무장이 가능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3국 연합 공중 훈련을 사상 처음 실시한 바 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미국과 아시아에서의 미 동맹국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위협을 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nd so you should expect North Korea to make these kinds of threats because it considers itself to be threatened by the US and its allies in Asia.”
미·한·일 3국의 군사 협력이 그만큼 북한에 위협적이란 설명입니다.
북한이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데는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대내적 요인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항상 주민들에게 미국이 북한을 침략해 정복하려 하기 때문에 군사력 증강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t’s also for internal purposes.
Kim is always telling his people that they have to spend money on military capabilities because otherwise the U.S. is going to invade and conquer North Korea. (중략) But Kim has to convince his people that they should starve in order to for him to have the money to spend on the military.”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등 군사력 증강에 한정된 재원을 쓰려면 미국의 위협을 과장해 주민들이 굶주려야만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이 한국을 침략할 경우 북한은 심각하게 패배할 것이며 김정은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때문에 북한의 거친 위협은 (실제 도발보다) 내부 주민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어느 나라도 3개의 전선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두 개의 뜨거운 전쟁이 북한과 같은 트러블메이커가 도발을 시도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우려스러운 때일수록 경계를 늦추지 않는 유능한 동맹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No country wants a three-front war. Yet two hot wars may prompt a troublemaker like North Korea to attempt a provocation. Vigilant and capable alliances are vital in such fraught times.”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 중앙정부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 정권을 억제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의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함께 행동하고자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일본, 나토,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공통의 위협에 맞서 공동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력과 헌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As Washington has repeatedly emphasized, it seeks to act in concert with like-minded nations in Europe, Asia, and throughout the world to deter and push back against authoritarian regimes that threaten democracies. That is why South Korea, Japan, NATO, southeast Asian nations, and others must all enhance their own militaries and commitment to defend common principles against common threats.”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한국은 강력한 군사, 경제, 외교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설 때 소심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의 위법행위를 좀더 단도직입으로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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