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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러 군사협력에 ‘중국 건설적 역할’ 기대 어려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미한 외교 수장들이 주문했지만 실제로 중국이 그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 무력이 더욱 고도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중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한 양국의 바람대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억제하는 데 실제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미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9일 VOA에 “중국이 할 수도 있는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낙관적이고 심지어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괜찮다”며 “결국 이것이 외교의 핵심”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상주의는 현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스 전 대사는 이어 “만약 지난 과거가 프롤로그라면 중국이 어떤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이란, 탈레반에 대한 중국의 공개적인 지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Regarding any constructive role the PRC might play, it is OK to be optimistic, even hopeful...after all, this is the heart of diplomacy. However, idealism must be rooted in realism. In my opinion, if past is prologue, I would be surprised if the PRC played any constructive role. Just consider their open support for Russia, Iran, and the Taliban.”

이제까지 중국의 행적을 돌아보면, 중국이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위협을 억제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박진 한국 외교부장관은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비판하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9일 서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박진 한국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9일 서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박진 한국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지닌 대북 영향력을 언급하며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Paul Morigi/Brookings Institution/Flickr.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VOA에 “중국은 모스크바와의 관계에서 서울이나 워싱턴의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중국에 있어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여러 면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 등의 위협은) 미국의 압력 및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대응책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굳이 미국을 도와 러시아나 북한을 자제시킬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냉전 시절부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북한이 러시아와 최근 밀착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같은 북러 간 밀착을 미국을 견제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현재 중국은 최근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관계 회복과 군사 공급 채널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스크바(또는 평양이) 이런 (일련의 군사협력)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설득하기 위한 눈에 띌 만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At the moment, I see China as leery about the recent rapprochement and military supply channels between Moscow and Pyongyang, but unwilling to take any observable actions to dissuade Moscow (or Pyongyang) from this track it’s seemingly on.”

랩슨 전 대사대리는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국들로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이 움직이도록 할 만한 제안이나 위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항상 해결책의 일부분이 되기보다는 문제의 일부였다”며 “이미 통과된 유엔 결의조차도 반복적으로 제한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China has always been part of the problem rather than part of the solution when it comes to trying to achieve progress on North Korean denuclearization, they've repeatedly restricted the UN resolutions that were allowed to be passed.”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위반 행위에 대응하는 더 강력한 유엔 결의안 채택을 방해할 뿐 아니라 이미 동의한 결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더욱 심하게 방해하며 수많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대북 제재 위반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반도 위기를 막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 really can't expect a lot of support from China, even though it would be in their self interest to prevent a crisis on the on the peninsula.”

하지만 중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비롯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 대북제재 체제를 자주 문제삼고 있습니다.

겅솽 유엔주재 중국 부대사는 지난 8월25일 안보리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유감스럽게도 일부 관련국은 이 같은 합리적인 제안을 무시한 채 제재와 압박이라는 마법의 힘에 집착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겅솽 유엔주재 중국 부대사가 북한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겅솽 유엔주재 중국 부대사가 북한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 무력 프로그램이 더욱 고도화해 동북아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면 결국 중국도 북한 억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은 당장 1~2년 안으로 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되면 이득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중국이 북한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이 (북핵 개발 억지는)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No one benefits from an ongoing North Korean nuclear buildup. It is possible that China could help there—with whatever leverage it may have with Pyongyang (though I’m not sure how much it has).”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만약 북한이 150~200개의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중국은 북한이 이제 한국과 미국을 상대할 충분한 핵무기를 가졌을 뿐 아니라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North Korea gets up around 150 or 200 nuclear weapons, Chinese going to figure that it now has more than enough to deal with South Korea and the US and could then pose a threat to China as well.”

북한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한·일 3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위협이 되는 등 동북아 정세를 더욱 심각한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중국이 자국의 안보와 동북아의 전반적인 안보에 대해 더욱 우려하게 될 때가 바로 잠재적으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게 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way when they become more concerned about their own security and the general security of Northeast Asia, that's the point in time in which they're going to potentially become constructive.”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중국도 북한이 미국을 어느 정도 압박하는 것을 반기면서 북한의 위협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중국이 앞으로 2~3년간 특별히 (북핵 위협 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중국이 건설적 역할에 나서도록 할 마땅한 방법이 사실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과거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의 돈 세탁을 한 유럽 은행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처럼 북한의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을 조장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US, I believe under the Obama administration, imposed 8 to 9 billion dollars in fines on European banks for money laundering for Iran. And so far, we've imposed $0.00 in fines on any Chinese bank for money laundering for North Korea, even though we know it's happening.”

지금까지는 한 푼의 벌금도 부과하지 않았지만, 북한 자금을 세탁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해 실제로 벌금을 부과해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역대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자제해 왔지만,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합당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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