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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예제 철폐의 날’…국무부 “북한, 자국민 착취·재원 전용” 


지난 1월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지난 1월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유엔이 세계 노예제 철폐의 날을 맞아 현대판 노예는 자유가 없는 곳에서 증가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불법 무기 개발을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재원을 전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일 세계 노예제 철폐의 날을 맞아 전날 발표한 비디오 영상을 통해 전 세계 노예 피해자가 5천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피해자 4명 중 1명은 어린이들이라며 현대판 노예는 “자유가 없는 곳에서 증가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튀르크 대표] “It grows where there is no freedom. It preys on people who are left behind, whose rights are denied.”

또 “노예제도는 뒤처지고 권리가 거부된 사람들을 피해 대상으로 삼는다”며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노예’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 생산 수단을 빼앗긴 채 남의 소유물이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노예를 사고파는 전통적 의미의 노예제도는 이제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유엔은 다른 형태의 ‘현대판 노예’가 21세기에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현대판 노예는 강제노동과 어린이 노동, 인신매매, 노예 등 신분의 대물림, 강제 결혼 피해자 등입니다. 이들은 대개 협박과 폭력, 기만, 권력 남용 또는 다른 형태의 강요로 거부할 수 없거나 벗어날 수 없는 착취 상황에 직면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현대판 노예제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꼽습니다.

호주의 국제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은 1일 VOA에 이 단체가 올해 발표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인구 1천 명당 현대판 노예가 104.6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현대판 노예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의 국제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이 지난 5월 발표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 (출처: https://www.walkfree.org/global-slavery-index/#the-scale)
호주의 국제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이 지난 5월 발표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 (출처: https://www.walkfree.org/global-slavery-index/#the-scale)

이 단체의 재클린 주도 라르센 디렉터는 “북한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현대판 노예의 실제 규모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수치는 북한 내 현대판 노예의 수를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르센 디렉터] “The 2023 Global Slavery Index found that North Korea has the highest prevalence of modern slavery of any country in the world, with 104.6 people in modern slavery for every thousand people in the country. Due to the lack of transparency in the country, it is difficult to assess the true scale of modern slavery. This should be interpreted as a conservative estimate of the number of people in modern slavery in North Korea.”

특히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는 학대를 가하는 주체가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입니다.

라르센 디렉터는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사법기관에 의지할 수 없는 현실, 성인은 물론 어린이마저 농업과 도로 건설 등 강제 무급 노동에 동원되는 상황, 수감자들에 대한 강제노동 만연을 꼽았습니다.

국무부도 이러한 북한의 강제노동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세계 노예제 철폐의 날을 맞아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탄스럽다”며 노동 착취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DPRK is among the most repressive authoritarian states in the world. Its human rights situation is deplorable. The DPRK continues to exploit its own citizens and divert resources from the country’s people to build up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weapons programs.”

“북한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재원을 전용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이런 북한의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가장 취약한 계층을 포함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존엄성을 증진하고 개선하며 북한 정부의 지독한 인권 기록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대변인] “For decades the United States has championed efforts to promote and improve respect for the human rights and dignity of North Koreans, including members of the most vulnerable populations, and to promote accountability for the DPRK government concerning its egregious human rights record.”

많은 탈북민은 북한 내 김정은 일가족 등 일부 특권층을 제외한 전 국민이 사실상 현대판 노예라고 말합니다.

지난달 30일 체코 찰스 대학에서 3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북한의 현대판 노예제에 대해 강연한 탈북민 출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입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박지현 씨가 15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국 내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실태를 고발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박지현 씨가 15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국 내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실태를 고발했다.

[녹취: 박지현 대표] “학생들이 8살~10살 (소학교 2학년)이 되면 소년단 넥타이 매면서 강제노동의 피해자가 됩니다. 그리고 북한 자체가 성분으로 모든 계층을 나눴잖아요. 그래서 성분이 다르면 결혼을 못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강제 결혼이지요. 그리고 군인들은 10~12년 복무하면서 강제노동에 혹사당합니다. 한국 군인들은 복무하면서 월급 받잖아요. 근데 북한은 그 자체가 없고 그냥 밥만 먹여주면서 아파트, 도로 건설 등 모든 노동에 동원됩니다. 2천300만 명이 사실 현대판 노예 피해자들이죠.”

박 대표는 “북한 정권은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지만 학생들에게까지 ‘충성의 자금’을 강제로 걷고, 감옥에서 노동착취를 통해 얻은 생산물을 모두 정권이 가져간다”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더 부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도 자신들은 김씨 정권의 “고급 노예”였다고 강조합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2010년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고,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도 201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황장엽 전 비서] “이 중앙당 비서라는 것은 김정일에게만 복종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아요. 노예 생활과 같다고요. 다만 우리가 고급 노예이지. 한 사람만 섬기는 고급 노예이지 노예 생활과 같다고요. 아무런 자유가 없지요.”

[녹취: 태영호 의원 (2017년)] “The reason why I gave up all the privileges and economic benefit was that I felt I could not let my sons lead a life like me as a modern-day slave.”

태 의원은 당시 망명 이유를 설명하며 “내가 모든 특권과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이유는 내 아들들이 나와 같은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전직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이 201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전직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이 201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크프리재단(WFF)의 라르센 디렉터는 북한 내 모든 형태의 현대판 노예제가 즉시 폐지돼야 한다며 북한 정부와 국제사회, 기업들이 해야 할 조치를 각각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를 향해 이런 조치에는 “국가가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근본적인 박해와 차별을 해결하고, 국가가 강제 노동을 허용하는 법률을 폐지하며 관행을 범죄화하는 것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르센 디렉터] “This must include addressing underlying persecution and discrimination driving state-imposed forced labour and repealing legislation and criminalising practices that allow state-imposed forced labour to occur.”

아울러 각 정부는 북한 정부가 강제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한 제품들이 해외에서 판매되지 못하도록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홍보와 안내를 담은 맞춤형 지침서를 모든 공급망 관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라르센 디릭터는 그러면서 “광범위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이 글로벌 공급망에 유입될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들어오는 의류, 신발 제조, 섬유, 화장품, IT 서비스, 제약과 같은 부문의 상품에 기업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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