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3차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020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의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 해제되면서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북한도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남북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로켓) 3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4일 밝혔습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 중문 해안에서 4km 떨어진 해상 바지선에서 발사됐습니다.
한국의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약 100kg의 지구 관측용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을 탑재한 발사체는 약 650km 고도의 저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 오후 3시 45분쯤 지상과의 첫 교신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3월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추진 시험에 처음 성공한 이후 9개 월 만인 지난해 12월 2차 시험에 성공한 뒤 11개 월여 만에 3차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입니다.
지난해 1~2차 시험 발사 때는 모의(더미) 위성을 탑재했지만 이번 3차 시험 발사에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지구 관측 위성을 탑재해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 추진 우주 발사체는 1~3단은 고체 연료, 4단은 액체 연료를 사용합니다. 지난해 1~2차 발사 때는 2,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고, 이번엔 1, 3, 4단 추진체를 시험했습니다. 2025년 최종 시험 발사 때는 1~4단 추진체를 모두 갖추고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고체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 기관은 소형 위성이나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 발사체에 사용됩니다.
액체 연료 추진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 생산도 가능합니다. 또 액체 연료와 달리 사전에 연료를 주입할 수 있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체 추진 기술로 소형 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여럿 발사해 운용하면 한반도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정찰,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개발에 탄력이 붙은 것은 지난 2020년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의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 해제되면서부터였습니다.
지난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2001년과 2002년, 2017년 등 총 3차례 개정됐지만, 고체 연료 발사체의 추진력을 우주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의 50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함에 따라 개발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개정으로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한국의 민간 우주 개발은 물론 한국군의 정찰위성 기능 강화와 고체 연료 미사일 개발에도 가속이 붙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4일 “이번 발사 성공을 통해 군은 향후 소형 위성을 신속히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적 우주 능력 확보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안보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사 성공은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 및 보복)의 핵심인 우주 기반 감시 정찰 능력 확보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도 고체 연료 추진 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5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사용할 고체 연료 엔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형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 연료 발동기(엔진)들을 개발하고 1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 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 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당시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도 관련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체 연료 추진 발사체는 앞부분에 위성이 아닌 탄두를 실으면 탄도미사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8형’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고체 연료 고출력 엔진 연소 시험 이후 4개 월 만인 지난 4월 13일 고체 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 화성 18형을 발사했고, 다시 3개 월 만인 7월 두 번째 시험 발사 만에 성공했습니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면 액체 연료와 달리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미한 양국 정찰 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습니다.
발사 시간이 단축되고 기동성이 뛰어나 미한 양국 군의 ‘킬 체인(북한 미사일 발사 사전 탐지 후 선제 타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전략 무기로 꼽혀 왔습니다.
국정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의 고체연료 발사 기술과 관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개발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관련 정보가 적어 남북한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기술 수준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한 모두 고체 연료 추진체 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매우 정교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추진체의 에너지가 얼마나 높은가보다는 신뢰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I mean, I think both countries have very large sophisticated programs to develop solid propellant rockets. (중략) So really, I think the important question here is reliability rather than how energetic the propellant is.”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의 추진력보다는 발사의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여전히 액체 연료 기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체 연료 ICBM은 “군사 작전 운영상 이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But you know, solids have a lot of operational advantages. It's easier for troops to handle in the field it's you know there's less issues with moving the missile around and you know, almost all of their deployed military solid propellant missiles are road mobile. So you know there are a lot of good reasons for that. And of course you know most other countries also put us, you know, substantial emphasis on solid propellant military missiles as well.”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고체 연료 추진 미사일은 부대가 현장에서 다루기 쉽고, 미사일 이동 문제가 적다”면서 “배치된 거의 모든 고체 추진 미사일들은 도로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다른 많은 나라들이 고체 연료 기반 추진 미사일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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