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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 중앙당 과학교육부 산하 연구소 출신 장혁


[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 중앙당 과학교육부 산하 연구소 출신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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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이과대학 수학력학부를 졸업하고 북한 중앙당 산하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사람이 있습니다. 탈북민 장혁 씨인데요. 2020년 한국에 정착한 장혁 씨는 북한 내부 정보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대북 정보 유입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장혁 씨'의 이야기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이과대학 수학력학부를 졸업하고 북한 중앙당 산하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사람이 있습니다. 탈북민 장혁 씨인데요. 2020년 한국에 정착한 장혁 씨는 북한 내부 정보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대북 정보 유입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탈북민 장혁 씨'의 이야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디지털 자유화 심포지엄 현장음]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 및 디지털 자유화 심포지엄’에서 탈북민 장혁 씨가 정보의 알 권리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장혁 씨는 2019년 11월 북한을 떠나 2020년 5월 한국에 정착했는데요. 북한 영재고등학교와 이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북한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고 합니다.

[녹취: 장혁 씨] “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당 과학교육부 9호실 연구소에 배치받아서 그쪽에서 일을 몇 년 했었습니다. 저는 선택권이 거의 없이 연구소에 들어갔던 거고 연구소에 들어간 게 사실은 일종의 축복이라고 보기에는 저주에 가까운 거죠. 그래서 북한 환경에서 이렇게 오롯이 재능이 있는 것이, 사실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거든요. 저는 사실 내 권리를 100% 주장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 직업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 저하고 한마디 정도는 상의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절차조차 없이 제 인생을 그런 식으로 결정해 버렸고, 그 위치에서 제가 45살이 될 때까지 옮길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반항심이 좀 더 생겨서 연구소를 뜨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사실 그런 행동의 연장선이 지금 탈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업 선택과 이동에서도 자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장혁 씨는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에서 배운 정보통신(IT) 기술로 관련 직업을 찾으려고 했는데요. 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장혁 씨] “한국에 오면 상당히 많은 고민이 들죠. 일단 북에서 배우는 기술이라고 하는 거는 상용성이 조금 떨어집니다. 사회주의권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요. 기초과학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 기술 트렌드가 빠르기 때문에 북한에서 IT 쪽 직업을 했다고 해도, 한국에 와서 바로 그쪽 일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구조거든요. 그래서 저도 IT 쪽 일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현실은 상당히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아무리 북에서 IT 쪽 관련 일을 해도 바로 직업을 얻기는 어려움이 있고 아무래도 경쟁이 좀 더 심한 사회니까 직업을 쉽게 찾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녹취: 장혁 씨] “그쪽이 요즘 많이 유행하는 인공지능(AI) 관련 분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IT가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히 커졌고 IT로 인해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데이터를 인간의 삶에 유의미하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개척된 학문이다 보니까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정리가 안 돼서 어려움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인공지능 개발 현황은 어떨까요?

[녹취: 장혁 씨] “북한도 AI라고 딱히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인공지능에 관한 시도들이 있었고요. 제가 컴퓨터 사이언스라는 학문에 입덕하게 된 계기가 북한에서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 때문이거든요. 드라마에서 엄청 미모의 여성분이 컴퓨터를 하는 내용도 나오고 충분히 IT 꿈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하고요. 그로 인해서 제가 IT에 입문했을 때 당시만 해도, 북한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라든가 아직도 국가적 관심도 있는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의 문제점은, 대규모의 어떤 학습을 위한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거는 사실 미국이나 이런 선진 기업들에 비해서 그 역량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결국에는 그대로 모방하기 상당히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북한 환경에서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혁 씨가 한국에 정착한 지 이제 3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는데요. 아직은 북한에서의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고 합니다.

[녹취: 장혁 씨] “아무래도 이민자라고 볼 수 있죠. 저희가 북한을 떠났으니까, 이민자가 사실 행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탈북민은, 가지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보통의 이민자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기 어렵거든요. 그런 문제를 잘 극복하려고 하면 일단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좀 길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30년 넘게 북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기서 3년 산 거 가지고 이쪽 기억이 저쪽 기억을 완전히 덮기 어려운 상황이고 최소한 몇 년을 더 보내야 제가 여기서 많은 안정감을 찾게 될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북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노출돼 산 것이 다 몸에 배어 있거든요. 한국에서 제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누군가 내 컴퓨터를 뒤져볼 일은 없어요. 그런데도 가끔씩은 내가 뭘 잘못하는 게 없나? 이렇게 스스로 흠칫흠칫 놀라게 되고, 내가 검색했던 이력을 지워버리고 일종의 PTSD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라우마의 일종인데 너무나 북한에서 살면서 쓸데없는 데 집중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까 좀 더 본인의 경쟁력이라든가 본인의 강점을 부각하는 시간을 많이 낭비하며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혁 씨는 한국 사회에서 더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녹취: 장혁 씨] “한국 사회에 와서 대부분 사람이 겪는 문제가, 어떤 꿈의 크기가 낮아서 고통받는 거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부분 탈북민이 북에서 살던 삶과 한국에서 사는 삶을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물질적으로 윤택하죠. 북한에서 사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협당해서 코너로 몰려서 중국 쪽에 넘어가신 분들도 많은데, 한국에 와서 먹는 문제, 입는 문제 이런 거 고민하시는 분은 거의 없거든요. 그러면 사실 이 사회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루기 어려운 거창한 꿈을 꾸는 것보다는 저는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긴 하지만, 제가 이걸 하면서 정말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아직 못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서적인 안정이 안 돼 있는 것도 크겠죠. 그래서 아직은 어떤 직업이나 꿈을 정해놓고 돌진하기보다는 삶에 만족하는 방법을 많이 모색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가장 가까운 목표는 지금 하는 석사과정을 내년에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고요. 공부와 함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자신이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말합니다.

[녹취: 장혁 씨] “내년에는 공부를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제가 많이 미루지 않으면 내년에 끝날 수 있는 부문이고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하면, 사실 탈북민들은 북한 문제에 작은 소명감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이쪽 문제를 외면할 수가 없어요. 모두가 자기 정체성이 그쪽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관한 활동을 하는 데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조금이나마 바른길로 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기여하고픈 그런 바람은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자유는 비도덕적이라고 배우기 때문에 장혁 씨는 진정한 북한의 디지털 자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장혁 씨] “사실 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 저는 2, 300년 전 자본주의의 삶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기본적으로 먹는 문제 그리고 입는 문제 이런 문제가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 국가가 몇 안 됩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가 미친 듯이 매진하고 있고 그 사람들한테서 어떤 자기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너무나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의 디지털 자유화는 거의 그들에게 문맹 상황을 강요하고 있는 거나 같거든요.”

그래서 끝으로 장혁 씨는 북한 주민들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북한 내부의 환경이 달라지길 바랐습니다.

[녹취: 장혁 씨] “공부하고 배울 권리라는 게 있잖아요. 인간한테는, 그리고 자기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권리가 당연히 존재하는 거고, 그런 것 때문에 사실 북한 사람들이 가장 근본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들처럼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고 목소리를 내고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고 이런 것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세상은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국가와 정부에서 민주주의라든가 미국식 자본주의가 나쁘다는 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는데, 좋고 나쁘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판단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떤 정권의 세뇌보다는 직접 최소한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고 비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택은 물론 본인들의 몫이지만 그런 마음이 제일 큽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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