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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셰퍼 전 평양주재 독일 대사] “북한 지도부 목표는 ‘미한관계 약화’…노선 갈등 목격”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대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토마스 셰퍼 전 주북 독일대사가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8년 동안 평양에 머물렀던 토마스 셰퍼 전 독일대사가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목표를 ‘미한 관계 약화’로 진단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여주는 한국의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또 유일 지도 체제인 북한에서 당국자 간 노선 갈등을 목격했다며 엘리트층과 북한 주민을 아우르는 대북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2007년에서 2010년, 2013년에서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주재한 셰퍼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죠.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어떤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셰퍼 대사)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점진적일지라도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정치, 경제적 인센티브와 안전보장을 제안하고 동시에 제재를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민주당 정부와 관계를 맺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통해 자국의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요 목표는 미한일 연대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인데, 북한은 바이든 정부하에서는 이러한 목표의 진전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2024년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2025년이 돼야 미국에 관여할 것으로 봅니다. 그때까지는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우선시하면서 경제적 악영향은 감수할 것입니다. 또 북한은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작은 일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을 하면 적어도 대화 단절의 책임을 북한에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가요?

셰퍼 대사) 물론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가 시작되기 전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목표를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긴 것이 분명합니다. 당시 북한인들은 여러 번 제게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했는데, 저도 그들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북한인들은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에게 아첨했죠(flatter). 저는 북한이 2024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매우 희망한다고 믿습니다.

기자) 트럼프 정부에서 활동한 미 국방장관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철수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미 의회에서는 주한미군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고요.

셰퍼 대사) 저도 (미 정치권의) 관련 입장을 단언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에는 현재 상황에서 공화당이 가장 나은 선택(best bet)인 것입니다. 현재 평양 지도부의 주요 정치적 목표는 미한 관계를 약화하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국의 존재를 정치적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인들도 한국인들처럼 독일 통일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동베를린에서 동독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주민들이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유를 요구하다가, 갑자기 “우리는 하나의 인민이다”로 구호를 바꾸며 서독과의 통일을 요구한 것을 주목했습니다. 동독 주민들은 상황을 개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독과 통일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따라서 북한에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됩니다.

기자) 셰퍼 대사님은 저서 ‘김정일부터 김정은까지, 강경파는 어떻게 세력을 키웠나’에서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징후를 보셨나요?

셰퍼 대사) 제가 2007년 여름 평양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지도부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 심각한 홍수가 나서 외부 지원을 받았는데 관영 언론에 이를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죠. 외국인 투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김정일 시대에도 토론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우리는 즉시 북한의 정치적 입장이 강경하게 돌아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경제 정책, 주민과 사상 통제 등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TV에는 군부가 더 많이 출연했으며, 6자 회담은 더 어려워졌죠. 더 개방적인 노선을 원하는 이들과 강경파들 간 권력투쟁이 있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언제나 잠재해 있었지만, 2008년에 권력투쟁이 부각됐고 2016년까지 지속됐죠.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뒤 더 심해졌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어땠나요?

셰퍼 대사) 김정은이 자리를 물려받은 직후 지도부 내에서는 핵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이견이 있었습니다. 미국과 맺은 2.29 합의도 깨졌고, 경제개발과 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정책’이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선군 정책을 더욱 강화한 결과가 나왔죠. 저는 적어도 2016년까지는 김정은이 아버지보다 훨씬 약한 지도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그는 지도부의 내분에 압도돼 의사결정 과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정은은 2012년 첫 공개연설에서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불과 몇 달 후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또 2013년 개성공단이 일시 폐쇄됐습니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이 있었고 김 위원장은 군부가 당 방침에 반해 행동한 것도 사후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후 당 관료들이 한국과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했죠. 따라서 2015년 말까지 계속된 일관성 없는 정책과 정치적 통제의 결여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후에 김정은의 권력이 더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이 결정적인 권한을 가졌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행으로 알려진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살해, 2017년 이복형 김정남 살해, 김정일 대남 정책에 대한 비판은 김씨 가문의 신성함과 자신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그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상충합니다. 따라서 저는 김정은이 물론 일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북한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범위가 고정돼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북한은 집단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개개인이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집단이 매우 작은 집단이라고 생각하는데 대개 김일성 주석과 인연을 맺은 가문에 속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협상에 이용하기 위해 ‘강경파 핑계’를 댄다는 의견에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미국 등의 양보를 받으려고 마치 강경파가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셰퍼 대사) 글쎄요, 북한의 정치적 목표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이 북한에 왜 핵무기를 원하냐고 물으면 북한 관리들은 보통 억지력 한 가지만 얘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합니다. 김정은의 통치가 시작된 이래 핵무기 개발은 새로운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2017년 북한 외무성은 핵무기가 지역 평화와 안전, 국제 정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주권이나 이익이 침해될 경우에만 핵무기를 사용하겠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정의되지 않은 이익 보호와 정의되지 않은 국제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은 억지력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정확히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무기 확산이나 사이버 공격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북한은 핵무기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현재 북한 지도부의 상당수는 외국과의 모든 협력을 체제 안정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경파가 있는지, 아니면 있는 척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북한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기자) 외부 세계가 북한 엘리트층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셰퍼 대사) 유럽이 추구한 ‘대북 비판적 관여 정책’은 적어도 6자 회담 당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가진 접근법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 엘리트층과 북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옳은 정책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변화를 추구해 얻을 혜택을 보여주는 정책입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유지돼야 합니다. 설사 현재 북한 정권이 관여하지 않으려 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정책입니다. 또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인권 대화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절한 기회에 달린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인권 논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로부터 대북 접근법과 북한 권력층 동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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