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는 올해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 온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미한일 3국 공조 강화, 미사일 방어 태세를 구체화하는 입법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2024년을 시작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는 VOA 기획보도,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미 의회의 한반도 정책과 구체적 입법 방향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의회 내 입법 움직임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처리 여부입니다.
현재 상원과 하원에는 각각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의원과 영 김 의원이 주도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외교위에 계류 중입니다.
2022년 9월 만료된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하는 이 법안이 지난해에도 처리되지 못하면서 역대 최장인 1년 이상의 ‘북한인권법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새해는 북한인권법 제정 2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의회의 조속한 연장 입법이 시급합니다.
앞서 영 김 의원은 VOA에 “법안 통과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며 “새해에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올해 11월 15일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만큼, 상반기 중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톰 랜토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회는 기본적으로 9월 말쯤에 업무를 마무리하는데, 올해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의회 내 정치 공방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Congress will basically finish its business by sometime in probably late September. And since it's a presidential election, there'll be much more hotly contested races across the board. The first part of the year there is a rush to get things done, but anything that isn't done by or at least well underway by June is unlikely to be dealt with before the election.
그러면서 “연초에는 서둘러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6월까지 완료되지 않거나 최소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법안이 대선 전에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의 올해 처리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한 제재 법안의 통과 여부도 주목됩니다. 대부분의 한반도 안건이 처리되지 못한 지난해 의회에서 유일하게 진전이 있었던 한반도 관련 법안입니다.
하원에서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의원이 주도한 북러 협력 제재 법안은 지난해 말 외교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무기 등 북한의 군수품 지원에 연루된 모든 개인과 기관은 물론, 북한의 우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에 연루된 개인과 기관에도 제재를 부과하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의회에서는 권위주의 국가 간 연대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그런 만큼 이 법안은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해 말 법안 통과 직전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이 모두 서방의 자유세계에 맞서 싸우면서 자유세계는 위기에 처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매콜 위원장] ““You know, Russia, China, Iran, North Korea, all together in this against the free world in the West… I think the free world is at stake and the United States needs to lead.”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 체제 구축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는 법안의 통과 여부도 중요합니다.
아직 의회 내 큰 지지층을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법률로 제정되면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현재 외교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다만 워싱턴에서는 나토와 같은 강력한 집단 방위 체제를 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도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VOA에 “아시아 국가들, 심지어 일부 조약 동맹국도 한결같이 중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의 나쁜 행동이 계속되면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에 맞선 보호와 대비책으로 동맹을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Countries in Asia — even some of our treaty allies — do not view China uniformly as an existential threat…Even so, China’s continuing bad behavior could drive countries in Asia to seek alliances as a protection and hedge against Beijing… the details matter. I look forward to seeing how Congressman Lawler’s proposal fleshes out.
그러면서 “(법안의)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며 “롤러 의원의 제안이 어떻게 구체화할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점증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그리고 미한일 3국 공조 강화를 구체화하는 법안의 추진 여부도 주목됩니다.
모두 의회 내 초당적 지지를 받는 사안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윤석열 한국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과 관련 협력 의지를 천명한 이후 일부 의원들은 이를 더욱 구체화하는 입법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회는 지난해 말 제정한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고려한 미군 태세 재검토를 미사일방어청에 요구했습니다.
또 이번 NDAA에는 ‘미국의 모든 방위 역량을 동원해 한국과의 확장억제 관련 공조를 심화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내년도 법안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해 명시할 수 있습니다.
하원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군사위 소속의 윌슨 의원은 국방수권법 제정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공약의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안 포함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미한일 3국 공조와 관련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VOA에 세 나라 정상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다개년 3국 훈련 계획 수립과 미사일 조기경보 데이터 공유에 합의한 것을 환영하며 “이런 공조가 단순한 평시 합의가 아니라 잠재적인 역내 충돌이나 우발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개최되지 않던 의회의 한반도 정책 점검 청문회가 새해에 열릴지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특히 상원 군사위 공화당 측 관계자는 최근 VOA에 새해 초 북한 문제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큰 움직임(bigger push)을 계획 중”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군사위 차원의 청문회가 열린다면 북한의 위협 증대를 고려한 ‘미사일 방어 태세 재검토’와 ‘북러 군사 협력 상황 평가’가 주요 안건이 될 공산이 큽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특히 북한의 ICBM 등 거듭된 미사일 실험을 고려할 때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다룰 사안은 아마도 미사일 방어일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 역량에 올바른 투자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부대표] “I think the number one issue that the Armed Services Committee, both the Senate and the House, will probably look at is missile defense- defense of the homeland and theater missile defense to ensure that we're investing in the right missile defense capabilities. So I think that's one, especially given North Korea's ICBM test and all of its testing... They're probably going to look at, you know, force structure throughout Indo-Pacific and examine perhaps the rotational forces going to Korea.”
또 군사위는 새해 “아마도 인도태평양 전역의 병력 구조를 살펴보고 미군의 한국 순환 배치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의회의 한반도 관련 청문회는 국방 예산 책정을 위한 연례 안보 청문회와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 인준 청문회를 제외하고는 단 두 차례 열렸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의회가 얼마나 미미한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놀라울 정도”라며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몇 년 동안은 청문회 개최 빈도도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has been surprising how little attention Congress has paid to North Korea’s continually increasing ability to threaten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There have been relatively few hearings in recent years as compared with a much greater focus in the past…A first step would be for Congressional committees, most notably the foreign affairs and armed services committees of both houses, to hold a series of hearings. Topics should include assessing current and projected North Korean military capabilities (nuclear, missile, conventional, and cyber), the extent of Russian and North Korean military collaboration, and current status of allied deterrence and defense measures. The latter should include steps taken by South Korea and Japan to augment their military forces and enhance 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with the United States.
이어 새해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상하원 외교위와 군사위가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라며 “현재, 그리고 예상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재래식, 사이버 군사 능력 평가와 북러 군사 협력 수준, 동맹 억지 및 방어 조치 현황이 주제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동맹 억지 및 방어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과의 3국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문회 추진과 서한 발송 등을 통한 일부 의원들의 북한 인권 개선 목소리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사태가 주요 안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자신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명의로 유엔 인권과 난민 기구에 서한을 보내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한 회의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한편 의회가 지난해 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개정안 추진은 현재 다소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전기차 제조 업계는 북미에서 생산된 보조금을 주는 IRA 규정에 대해 차별적 조치라며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한국 등 동맹국의 우려 해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입법은 전무했고, 의회에서는 오히려 IRA 제정을 미국 내 첨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주요 성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새해 미한 동맹 관련 정책에 대한 양국 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미국과 한국 정부의 동맹 관련 정책 추진에 직접적이고 눈에 띄게 도움을 주는 주요 의원들을 양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때가 기억난다”며 “안타깝게도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recall a time when it was easy to identify key legislators in Washington and Seoul who were directly and prominently helping drive alliance-related policy. Unfortunately, this no longer seems to be the case. There has been a serious reduction of legislative interest in, and coordinated action on, policy in both capitals… This needs to be fixed.”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관련 정책에 대한 미한 양국 입법부의 관심과 조율된 행동이 상당히 줄었다”며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국 입법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서로 더 자주, 그리고 더 깊이 교류하며 양측의 대화 채널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한편, 양국 정부가 동맹을 최대한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각자의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Perhaps the most important things that legislators in both capitals could do would be to engage more frequently and deeply with each other, expand their bilateral dialogue channels, forge common goals with legislators in the other capital, and make clear that they intend to exercise oversight over their respective executive branches to ensure that both governments are keeping the alliance as strong as possible… Rebuilding the robust dialogue that once existed between and among legislators in both capitals on the full range of alliance issues would do much to strengthen bilateral ties, enhance popular support for the alliance, and broaden the consensus in both countries for strong bilateral ties.”
그러면서 “모든 범위의 동맹 문제에 대해 양국 입법자들 간 존재했던 ‘강력한 대화’를 재건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동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높이며 강력한 양자 관계에 대한 양국 내 공감대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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