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앞두고, 탈북 여성들이 제네바와 런던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결혼해 자녀를 둔 탈북 여성들을 북송하는 것은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라며 각국 외교 당국에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탈북여성단체인 ‘통일맘연합회(RFNK)’가 지난 15일부터 유엔 인권이사회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탈북여성 인권 옹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김정아 대표는 22일 VOA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23일 실시하는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을 맞아 중국 내 탈북 여성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최소한 엄마와 아이의 강제 분리만큼은 막기 위해서 강제북송 대상자 중에서 중국인의 자녀를 출산한 탈북 엄마들만이라도 강제북송을 막아달라. 이것이 핵심입니다.”
중국에서 강제 결혼을 통해 낳은 아이와 생이별의 아픔을 겪은 김 대표는 “가정과 자녀를 지키려는 마음은 전 세계 모든 엄마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인신매매와 강제결혼을 통해 낳은 자녀라도 “이들을 사랑하는 모성애는 모두가 같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그 아이들이 인신매매로 결혼해 출산한 아이더라도 엄마는 열 달을 뱃속에 품어 낳은 자식이잖아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그들은 여전히 겪고 있습니다. 중국 내 탈북여성은 그런 자녀를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잡혀갈 텐데 어떻해요? 그렇게 불안에 떨고 있어요.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요? 국제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제네바에 주재한 각국 외교관들과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을 만나 이 단체가 제작한 영문 자료들을 제공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공개 조건으로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난 5개 기관 관계자를 밝힐 수 없지만 대부분 탈북 여성의 현실에 개탄하며 가정 보호에 많이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들이 23일 실시될 중국에 대한 UPR과 이후 과정에서 “최소한 중국이 탈북 엄마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도록 설득하고 압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3일 탈북 여성들이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집회를 열고 시진핑 주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영국의 탈북민 인권운동가인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22일 VOA에 중국에 대한 UPR을 맞아 지난해 가을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 여성 김철옥 씨의 두 언니 등과 함께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집회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가족이 기본 포커스입니다. 세계인권선언문에도 있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다 가정의 소중함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우리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됐든 성 매매되어 갔든 그분들이 그래도 그 자리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분들을 강제북송하면 한마디로 가정을 파괴하는 거잖아요. 아이들한테서 엄마를 뺏어가는 겁니다. 그 가족을 파괴하는 파괴범들이 되지 말라…”
이들은 시 주석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중국 정부의 조치로 탈북 여성들의 가족은 해체되고, 아이들은 엄마 없이 고아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가족의 단합과 안정을 파괴하는 비극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공유)해야 할 문제”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안고 일상을 사는 탈북 여성과 그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공개서한] “Due to the Chinese government's actions, the families of North Korean refugee women are broken up, and the children are forced to live as orphans without their mothers. This is a tragedy that destroys family unity and stability, and is a matter of concern that must be shared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서한에는 탈북 여성들 외에도 국제앰네스티 관계자 등 수십 명의 영국인들이 서명했습니다.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로 지난주 런던 시내에서 동생 구명을 위해 서명 운동을 전개했던 김규리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한 가정을 파괴했다는 거 자체는 진짜 비인간적인 겁니다. 본인들도 다 가정이 있고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신분을 주지 않아도 그래도 가정은 지키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분까지 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한 가정의, 자녀의 엄마잖아요. 이렇게 무작정 비인간적으로 보내면 남아있는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 씨는 23일 런던의 중국대사관 집회를 마친 뒤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동생 등 북송된 탈북민들의 보호를 촉구하고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탈북민은 난민이 아닌 경제적 목적으로 불법 월경한 사람들로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3일 실시할 중국에 대한 4차 UPR 수검에서는 위구르족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 탄압, 홍콩 민주화 문제, 파룬궁을 비롯한 종교자유 침해 등 다양한 인권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인권 문제에 가려 지난 1~3차 UPR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이 중국에 공개 서한을 잇따라 보내고 국제 캠페인을 강화하면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통일맘연합회(RFNK)를 비롯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북한인권시민연합(HRNK),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과 국제인권연맹(FIDH), 성통만사(PSCORE) 등 전례 없이 많은 북한인권 단체들과 국제인권단체가 강제북송 반대 권고안을 UPR 실무그룹에 각각 혹은 공동으로 제출한 바 있습니다.
또 유엔 인권조약 기구들이 중국에 대해 제기한 내용을 담은 요약문(Compilation of UN information)에는 중국에 대한 UPR 사상 처음으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우려가 구체적으로 반영돼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한편 김정아 대표는 국제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23일 중국에 대한 UPR 참관 허가증을 받았다며 다음 달 초까지 제네바에서 캠페인을 계속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