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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서 ‘한인 이산가족 등록 법안’ 발의…“남은 시간 얼마 없어”


제니퍼 웩스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제니퍼 웩스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미국 정부가 한인 이산가족과 북한에 있는 그 가족들의 정보를 담은 공식적인 기록부를 구축하도록 하는 법안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습니다. 의원들은 고령에 접어든 이산가족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상봉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버니지아주의 제니퍼 웩스턴 민주당 하원의원과 캘리포니아주의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이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한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Divided Families National Registry Act)을 지난 30일 공동 발의했습니다.

한국계인 캘리포니아주의 영 김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법안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들의 정보가 담긴 ‘국가 등록부’(National Registry)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향후 대면 및 화상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비해 국무장관은 북한인권특사 등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을 희망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파악하고 이들의 이름과 기타 관련 정보를 담은 국가 등록부를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법안] “In anticipation of future reunions for such families and family members, including in-person and video reunions, the Secretary of State, acting through the Special Envoy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or such other individual as the Secretary may designate…shall identify Korean American families who wish to be reunited with family members in North Korea; establish a national registry of the names and other relevant information of such Korean American families; to facilitate such future reunions; and to provide for a repository of information about such Korean American families and family members in North Korea, including in formation about individuals who may be deceased.”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고 사망했을 수도 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 등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과 북한에 있는 이들 가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법안은 이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100만 달러를 승인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미북 대화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주요 의제로 다루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국무장관은 미북 간 모든 직접 대화에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데 진전이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안] “The Secretary of State shall take such actions as may be necessary to ensure that any direct dialogu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includes progress towards holding future reunions for Korean American families and their family members in North Korea...The Secretary of State shall consult with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in carrying out this section.”

법안은 또 “국무장관은 이를 이행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웩스턴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 전역의 한인 가족들은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강제로 헤어지는 아픔을 70년 넘게 겪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웩스턴 의원] “Korean American families across the U.S. have felt the pain of being forcibly separated from their families during the Korean War for more than 70 years,” said Rep. Wexton. “It’s long past time to do the right thing and help bring these families back together.”

그러면서 오래 전에 이들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왔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

스틸 의원도 성명에서 "10만 명이 넘는 한인들은 아직도 북한에 갇혀 있는 친척들과 생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며 “이들은 너무 오랫동안 가족과 재회할 기회를 박탈당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스틸 의원] “Over 100,000 Korean Americans have suffered the unknowable heartache of separation from their relatives who are still trapped North Korea. For too long, these families have been denied the opportunity to reconnect with family members… I am honored to co-lead this legislation to right this wrong for so many Korean Americans who are running out of time to see their family members again.”

이어 “가족을 다시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수많은 한인들을 위해 이 법안을 공동 발의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회에서 미북 이산가족들의 정보 체계를 구축하도록 안건이 법적 구속력 있는 형태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년간 매해 국무 예산안에 첨부된 보고서에는 국무부가 향후 미북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내 한인 단체와 협의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을 희망하는 한인 명단을 파악할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VOA는 국무부에 이번 법안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국무부의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하와이를 방문해 이산가족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지난해 12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북한인권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내 이산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터너 특사] “We're focused on seeking a humanitarian solution to allow for divided family members in the United States to reunite with their loved ones.”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022년 하원 청문회에서 미북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운명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블링컨 장관] “This is just heart wrenching, knowing that people have been not only separated but don't even know the fate of their loved ones. So what I can pledge to you is that we will absolutely work on this.”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현재 이산가족 문제에 진전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법안과 결의안이 거의 매년 추진됐고 여러 안건이 의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1년 하원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한인을 포함하는 등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마련할 것을 행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의회는 지난 2022년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미 정부에 요구하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이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이 제정된 것을 처음이었습니다.

과거 의회에서는 공화당의 마크 커크 전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찰스 랭글 전 하원의원이 미북 이산가족 관련 입법을 주도했으며 이들이 2016년 은퇴한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캐런 배스 전 하원의원이 관련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배스 전 의원이 은퇴한 2022년 이후로는 상원에서 민주당의 메이지 히로노 의원이,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그레이스 멩 의원과 공화당의 영 김 의원이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은 2001년 기준 10만 명으로 추산됐었지만 고령인 가족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최근 들어서는 그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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