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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토안보부 “중국산 둔갑 북한 가발, 적성국 대응법 위반…적발 시 몰수”


미국 워싱턴의 국토안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토안보부 건물

미국 정부는 북한 인조 모발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과 관련해 해당 제품은 현행법 위반으로 적발 시 몰수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할 기업들의 책임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세관∙국경보호국(CBP)은 8일 북한산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반입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기업들은 북한의 노동력을 포함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전 대책을 마련해 공급망을 모니터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기업들이 공급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북한산 제품 반입) 위험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국토안보부] “Companies have a responsibility to proactively monitor their supply chains to mitigate the risk of importing goods into the United States that were produced with forced labor, including North Korean labor. No one knows their supply chains better, and the risks have already been identified for them. Companies should exercise due diligence and closely examine their entire supply chain.”

이어 “기업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실사를 진행하고, 전체 공급망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 중국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최대 가발 수출국이 미국인 만큼 북한산 제품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수염 등 인조 모발 제품은 1억6천674만 달러어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2억9천189만 달러)의 57.1%에 달합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철광석과 석탄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혀 외화벌이에 차질이 빚어지자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을 늘려왔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 등 재료를 수입해 가발 등을 만들어 완제품으로 되파는 역외 가공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만든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이 중국 상표를 달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최대 가발 수출국이 미국이란 점입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의 수출액은 55억3천429만 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전체의51.3%인 28억4천143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인조 모발 제품이 중국 상표를 달고 미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안보부는 북한산 가발의 미국 반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토안보부는 “2017년 8월 2일, 대통령은 이란, 러시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성국 대응법(CAATSA)’에 서명했다”며 “CAATSA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북한 국적자 또는 북한 주민이 전체 또는 일부를 제조하거나 채굴한 상품은 1930년 관세법에 따라 금지된 강제 노동 상품이라는 반박할 수 있는 추정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물품은 미국 내 어떤 항구에서도 입항할 수 없으며 구금∙압수∙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안보부] “On August 2, 2017, the President signed into law the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Public Law 115-44) (CAATSA), which, among other things, imposed new sanctions on Iran, Russia, and North Korea. CAATSA created a rebuttable presumption that goods made or mined wholly or in part by North Korean nationals or North Korean citizens anywhere in the world are forced-labor goods prohibited under the Tariff Act of 1930 (19 U.S.C. § 1307). These goods are not entitled entry at any ports in the United States, and may be subject to detention, seizure, and forfeiture.

국토안보부는 또 “중국산 가발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 자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가발이 북한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CAATSA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안보부] “Importation of wigs into the United States is not a violation; however, if the wigs were made with North Korean labor, then they are in violation of CAATSA.”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가발 수출에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북한산 물품에 대한 수입과 재판매 등을 독자 제재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의 강제 노동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북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또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가발 수입업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CBP의 강제노동 웹사이트에 CAATSA 관련 정보를 게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가발의 출처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는 “세관국경보호국은 구체적인 조사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세관국경보호국은 CAATSA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산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기업들이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산 제품이 중국이나 다른 상표를 달고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항상 있다”면서 “이는 기업이 공급망을 관리하며 공급업체를 검사하고 하청업체가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There's always the possibility that North Korean goods could enter the United States under the Chinese or other labels. What this really depends upon is firms taking and managing their supply chains, inspecting their suppliers and ensuring that their subcontractors do not use North Korean labor.”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기업들은 하청업체와 공급망이 회사의 윤리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설 점검과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 구축, 공급품의 출처와 처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북한산 제품이 유입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2022년 12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노동력을 사용해 제조된 중국산 제품들을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압류 대상은 징더무역(Jingde Trading Ltd.), 릭신식품(Rixin Foods. Ltd.), 저장 선라이즈 의류그룹 (Zhejiang Sunrise Garment Group Co. Ltd) 등 3곳의 중국 업체에서 생산된 제품들이었습니다.

당시 조치는 이들 업체들이 공급망에서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CBP 조사결과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는 2012년부터 약 5년 간 중국 소재 2개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2019년 엘프 사에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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