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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 당국자 ‘비핵화 중간 조치” 언급에 “정책 변화 아냐”…“현실적 필요” 주장도


지난 2022년 3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ICBM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ICBM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장이나 정책 변화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중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대북 정책의 반복일 뿐 새로운 주장이나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역대 행정부를 통해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유지하면서 모든 협상 합의를 점진적으로 이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하루아침에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역시 하룻밤 새 모든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s not going to abandon it, its entire arsenal and production facilities overnight. Nor is the US going to provide all of the benefits of overnight.”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말부터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무기와 핵 분열 물질 생산 동결과 국제기구의 사찰 허용,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면 그 대가로 미국과 국제사회는 일부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를 이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서명 때나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협정 등 국제 협정을 맺으며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때조차 이미 핵무기를 만들고 있었고,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I've been working North Korea for 31 years. I was skeptical under the agreed framework that they were actually going to abandon their nuclear weapons program, and we saw that despite claims that North Korea was going to do so, that it didn't even when it signed the Inter Korean nuclear agreement. And then nonproliferation treaty and the IAEA safeguards, you know, during each of those international agreements, when it pledged never to build nuclear weapons, it was already building nuclear weapons.”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마법의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왔고, 계속해서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동안에도 (대북 제재 관련) 법과 유엔 결의 집행을 유지해 북한과 그 법과 결의를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we don't have a magic solution. We've been trying for several decades now, so we continue to offer dialogue, but in the meantime, we need to maintain the enforcement of our own laws and UN resolutions, which maintains pressure on North Korea and those that violate those laws and resolutions and then maintain deterrence.”

백악관 선임국장은 4일 서울에서 한국의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정책 목표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중간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그러나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역내와 세계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면 중간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해왔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간 조치’와 관련해 “그것은 미국의 오랜 정책이었다”며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단 번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미국은 과거 6자 회담을 포함해 북한과 맺은 모든 합의에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중간 단계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같은 일련의 중간 단계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지금 북한은 어떤 중요한 중간 조치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마지막으로 진지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 노력이 있었던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중간 조치를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절한 것이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협상이었단 지적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어떤 조치에도 관심이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right now North Korea is not interested in any significant interim steps. I mean the last time there was any serious effort at an agreement was the Hanoi Summit and Kim Jong Un offered an interim step of shutting down the young Beyond nuclear facility in exchange for lifting international sanctions. And of course, President Trump rejected that proposal. But right now I don't see any sign that the North Koreans are interested in any steps toward denucleariz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은 핵무기가 북한의 방어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은 미국∙한국∙일본뿐 아니라 심지어 중국을 포함한 외부의 적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국가와 (김씨) 왕조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은 없다며 “우리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지만, 현재 북한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t in the foreseeable future. Unfortunately we've tried, you know, so many different ways to achieve denuclearization, and at this point, North Korea, I believe, is not interested in denuclearization. So I think for the time being, we're going to have to manage a situation where North Korea is armed with nuclear weapons and the US and the ROK and Japan are focused on deterring use, which I think we're doing a good job of strengthening the alliance and defense capabilities in order to prevent use of nuclear weapons.”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는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중간 조치를 통하게 되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 협상을 하게 되면 김정은은 자신의 정치적 전쟁 전략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것이고, 이는 곧 세계 무대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로 전환함으로써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라며 “이는 군비 통제,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처럼 전략 무기 감축 회담을 통해 김정은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선의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를 절대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믿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 problem with that is that and if we do that, then Kim Jong-un will assess that his political warfare strategy is successful, meaning he is trying to become recognized as a global state of global, I mean a nuclear state on the global stage. And so by shifting the arms control rather than denuclearization, than he will, de facto be acknowledged as a nuclear state, which is what he wants. And then of course, with arms control, 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 and strategic arms reduction talks like we, the United States had with the Soviet Union during the Cold War will place him on a very high level. (중략) He will not negotiate in good faith and he will believe that he will never have to give up his nuclear weapons.”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과 김정은은 김씨 일가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결코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헌법에까지 명시하는 등 비핵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랩 후퍼 선임국장의 ‘중간 조치 고려’ 발언과 관련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 무기용 핵 분열성 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대가로 북한은 제재 완화와 궁극적인 (제재) 해제, 기타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2005년 9월 19일 6자 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안전 보장과 경제적 결과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한 것과 유사한 ‘행동 대 행동’ 프로세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this is a positive statement from the U.S. to North Korea. As stated, our ultimate goal has not changed: complet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However, that comes at the end of a process that could include a halt to nuclear tests and ballistic missile launches and a halt to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for nuclear weapons. (중략) In return, North Korea could receive an easing and eventual lifting of sanctions and other deliverables. This is an action-for-action process, similar to the Six-Party Talks' Joint Memorandum of September 19, 2005, when North Korea committed to complet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return for security assurances and economic deliverables and a path to normalization of relations with the U.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중간 조치를 포함한 미국 측 제안이 비핵화라는 즉각적인 목표가 아닌 제재 완화 및 해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면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do believe North Korea would return to talks if this proposal is spelled-out to include the easing and lifting of sanctions and not the immediate goal of denuclearizatio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분명한 단계일 필요는 없다”면서 “핵무장이 북한의 헌법에 명시된 만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은 미국 대선에서 승자가 결정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년간 미국이 중간 조치 같은 제안을 하지 않았고, 단지 선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내놨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However, Pyongyang may be waiting for the presidential elections to determine the winner before responding to such a U.S. request, given that during the past four years such a proposal was not presented and, they may think, it was only because of an election said proposal is being made. I personally think the White House mentioned this now because the situation with North Korea has worsened exponentially during the past four years, to the extent that North Korea is providing artillery shells and ballistic missiles to Russia for its war of aggression in Ukraine. And indeed with the upcoming election, I think it's important that this administration shows that it did its best to peacefully resolve issues with North Korea, and this proposal is in line with that objective.”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또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할 정도로 지난 4년간 북한과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에 백악관이 지금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간 조치) 제안은 그 목표에 부합한다”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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