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미한 양국에 있다는 취지의 중국 외교부장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대화에 관심이 없는 건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8일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미한 양국에 있다는 취지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그 대신 북한 도발의 범위와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는 다만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발적이거나 의도치 않은 긴장 격화의 위험을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remain open to dialogue with the DPRK without preconditions. To date, however, the DPRK has shown no indication it is interested in engaging. Instead, we have seen a marked increase in the scope and scale of DPRK provocations, which have only served to raise regional tensions and increase the risk of accident or unintentional escalation.”
북한은 올 들어서만 지난 1월 14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어 1월 24∙28∙30일, 2월 2∙14일 등 5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해 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포함해 북한과 함께하고자 하는 많은 가치 있는 논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군사적 위험을 관리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Our goal remain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hile we work towards this goal, there are number of valuable discussions we seek to have with the DPRK, including on reducing the risk of inadvertent military conflict on the Peninsula. We encourage the DPRK to return to substantive discussions on identifying ways to manage military risks and create last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해 “지금 시급한 것은 억지와 압박을 중단하고 고조되는 대립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고 각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란 표현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일삼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미한 양국에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왕 부장은 “현재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평화 메커니즘을 시종 구축하지 않았고, 근본적으로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해결책으로 ‘쌍궤병진(비핵화와 평화 체제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해결) 원칙’이라는 기존의 한반도 정책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주장과 달리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것은 미한 양국이 아니라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이라고 지적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not only what North Korea has done with their missiles and their nuclear program, building more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to deliver them, but with the hostile rhetoric coming from North Korea, South Korea being the enemy state and it's, you know, and making it very clear that North Korea is no longer interested in peaceful reunificatio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은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적대적인 수사를 통해 한국은 적국이며 더 이상 평화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지난 1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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