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 대북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엔 미북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 정책 기조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정책의 연속이 될 것 같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 재개를 결정할 때만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really doubt there's going to be much of a change. I think the policies likely to be a continuation of the current policy, the only thing that would cause a change is if Kim Jong-un decided to resume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and with the ROK, but assuming that North Korea doesn't change its current position, which of course rejects with Seoul and Washington, I don't think they'll be any change in the Biden aministrations policy.”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중간 단계(interim step)’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김정은이 미사일 실험 중단이나 핵무기 원료 생산 중단과 같은 중대한 중간 조치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과 북한이 중간 조치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But I don't see any evidence that Kim Jong-un is prepared to accept significant interim steps like ending missile testing or ending production of material for nuclear weapons. So unless North Korea changes its position, I don't see any likelihood for the US and North Korea to negotiate interim steps.”
앞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전국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일제히 실시된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대결하게 됐습니다.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2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으며, 의미 있는 군비 통제 논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난 3년 반 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며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의미 있는 군비 통제나 군축, 또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심이 있었다면 4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 think that's what we've been seeing for the last three to half years. I don't see any meaningful movement to try to curb North Korean program. I don't see any meaningful effort to strengthen our nuclear deterrence. (중략) If you actually had a Biden administration that was interested in some type of meaningful arms control or disarmament or denuclearization talks with North Korea, it would have happened before the 4th year of his administration.”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바이든 대통령은 2번째 임기에는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더 많은 유연성을 보여주면서 당분간 위험 감소에 집중하고, 비핵화 회담은 나중으로 미루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유연성의 정도는 미한동맹과 윤석열 한국 정부가 2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유연성을 지지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전반적인 안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북한과의 외교적 이익을 위해 미한동맹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 “Biden may try to demonstrate more flexibility in a 2nd term with NK and focus on risk reduction for the time being, tabling denuclearization talks for later. The degree of flexibility, however, may rest with the US-ROK alliance and whether the Yoon government would also support diplomatic flexibility. Biden would not sacrifice the US-ROK alliance for the sake of diplomatic gain with North Korea if it doesn’t improve the overall security situation.”
‘중간 조치’와 관련해선 “이 개념은 전술이나 수사의 변화일 수 있다”며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이나 한반도 또는 비무장지대에서의 위험 감소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 조치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비핵화는 여전히 최종 목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 “The idea of an interim step may be more of a change in tactic or rhetoric.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in fact, proposed discussions with North Korea on a variety of issues, whether over humanitarian assistance or reducing risks on the Korean Peninsula or at the DMZ without necessarily bringing up denuclearization. But North Korea has remained unresponsive. Even if Biden focuses on an interim step, denuclearization will still remain the end goal.”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과의 주요 정책 추진이 예상되지 않는다며 “위험 감소 조치(중간 조치)에 북한을 참여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제외하고는 현상이 대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와 역내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입장과 다소 상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No major initiatives with NK expected; status quo will largely hold, except for possibly additional efforts to engage Pyongyang on risk reduction measures (“interim measures”). Biden administration is focused on ‘stability’ on the peninsula and in the region, which may put it at slight odds with the Yoon administration’s harder-line positions towards the North.”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와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한반도 정책 관련 공약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고 안보 관련 참모진이 어떻게 구성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다시 한 번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가장 먼저 시도할 일 중 하나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꼽았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if Trump is elected, one of the first things he's gonna try and do is start the dialogue that he had with Kim in his first administration.”
코브 전 차관보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개인적으로 더 많이 관여할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번처럼 북한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거나 한 번 더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이 바이든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바이든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that if President Trump is reelected, he personally will be more involved. But I don't think you'll see a change of policy. I think Trump will feel like he did the last time that he can negotiate a deal with North Korea and you know, I think people around it will show that it's just not possible. But he'll talk about it more. Or maybe even try and have one more summit to see if he can get a deal to show that he's different you know from Biden and can get things done that Biden didn't over there.”
앤드류 여 석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다시 만나기로 결정한다면 어느 정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지만 미한동맹이나 비핵화를 희생하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북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미한동맹에 균열이 생기거나 한반도 비핵화가 후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앤드류 여 석좌] “It’s hard to predict. (중략) If Trump and Kim decide to reconnect, we may see some engagement, but it may come at the expense of the US-ROK alliance or nonproliferaiton.”
여 석좌는 그러나 미북 간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관심이 있거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려고 한다는 징후가 있을 때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을 관리하고 악화된 안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합의를 김정은과 타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비핵화라는 개념에 덜 집착할 수 있다”며 “문제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미국이 미한 동맹과 연합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다른 양보를 해야 할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 “Trump may be less wedded to the idea of denuclearization if it means striking a deal with Kim that can help manage risks and improve the deteriorated security situation. The question is whether this would bring about last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long-run if North Korea is recognized as a nuclear state, or if the US has to make other concessions that weaken the US-ROK alliance and their combined deterrence capabiliti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측 불가한 사람이라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알기 어렵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 외교를 재개하기를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한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대가로 대규모 미한 연합 군사 훈련 중단에 동의했다는 설명입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한 연합훈련이 매우 도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중단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엇을 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워싱턴과 서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때와 같은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ll, of course we don't really know because Trump is unpredictable. But many people think that Trump may want to resume his summit diplomacy with Kim Jong-un. And Kim Jong-un may be willing to meet with Trump again for another summit. We also know that are at least some people are concerned that Trump may be willing to weaken the US-ROK alliance in efforts to improve relations with North Korea. Because that's what Trump did when he was president in the Singapore Summit. He agreed to and large scale US-ROK joint military exercises in exchange for Kim Jong Un agreeing not to conduct tests of long range missiles, but whether Trump will actually continue with that policy, we just don't know. We can't predict exactly what Trump will do, but there are certainly a lot of concern in Washington and Seoul that Trump will pursue the same policies that he did when he was presiden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더라도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김정은과 미북 정상회담을 갖고 빅딜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김정은과 협상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번 이 문제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의해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 don't think it's gonna happen. I think there's too many people who work that issue last time who feel burned by and betrayed by the North Koreans. I think there was a real intention on the part of President Trump to get it done.”
피터스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북 정상회담 대신 “모든 종류의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역 및 국가 미사일 방어에 대한 새로운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 내 핵무기고를 재개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 “If President Trump is elected, you will see new investments in regional and national missile defenses with an eye towards fielding capabilities that can intercept all classes of North Korean missiles as well as a possible reopening of nuclear weapon storage sites in Korea.”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먼저 바이든 2기나 트럼프 2기의 북한의 모습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 “First, we should think about what North Korea will be like for Biden-2 or Trump-2. The DNI today said, DNI: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will continue to pursue nuclear and conventional military capabilities that threaten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which will enable periodic aggressive actions as he tries to reshape the regional security environment in his favor.”
그러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 및 재래식 군사 역량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이는 그가 역내 안보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주기적인 공격적 행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한 미 정보 당국(DNI)의 11일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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