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활동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위한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요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대북 제재 감시 활동을 침묵시키려 한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러시아는 대북 제재가 비확산 문제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유엔 안보리는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내년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 채택은 결국 부결됐습니다.
15개 이사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 13개 나라가 찬성표를 던졌고 러시아는 반대,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역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안보리 결의에 채택된 제재 체제는 현재 그 연관성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도 상당 부분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면서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부결 직후 가장 먼저 발언권을 요청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
“러시아, 당신들은 오늘 전문가패널을 침묵시켰지만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지지하는 우리들을 결코 침묵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에 대한 안보리 결의와 모든 관련 조치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드 대사는 특히 러시아가 패널 임기 연장을 반대한 이유는 패널이 지난해부터 북한과 관련한 러시아의 노골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보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대사도 이날 발언권을 얻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무기를 좇아 제재를 회피하고 위반할 자유를 얻기 위해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도 결의안 채택 부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황준국 / 유엔주재 한국 대사
“1718 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의해 인질로 잡혔습니다.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안보리의 공동 책임보다 맹목적인 자기 중심주의를 내세우면서 안보리의 가장 활발하고 중요한 보조 기관 중 하나인 북한 전문가패널은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각국의 이 같은 비판에 러시아는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들이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연장해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을 하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설치된 이래 매년 2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대한 보고서 발표 임무를 수행해 왔던 전문가패널 임기는 만료일인 다음 달 30일까지 연장되지 않으면 제도적 효력을 잃고 중단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