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면담에 참석한 탈북민들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 행동과 다양한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16일 한국을 방문 중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서울에서 탈북 청년들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대표부의 네이트 에반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탈북 청년 리더들의 증언을 듣고 디지털 옹호 활동을 포함해 북한 안팎에 사는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대해 배울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대변인] “The Ambassador had the opportunity to hear testimonies from these young leaders and learn about their efforts, including in digital advocacy, to support North Koreans living inside and outside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For decades the United States has championed efforts to promote and improve respect for the human rights and dignity of North Koreans, including members of the most vulnerable populations, and to promote accountability for the DPRK government concerning its egregious human rights record.
그러면서 “미국은 수십 년 동안 가장 취약한 계층을 포함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끔찍한 인권 기록과 관련해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일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16일 서울의 미국 대사관에서 이뤄진 면담에는 중국에서 강제북송의 아픔을 겪은 뒤 한국에서 인권운동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김은주 씨, 유튜브 채널 ‘북한남자’를 운영하며 소셜 인풀루언서로 활동 중인 박유성 씨, 탈북민들에게 한국 정착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 단체 ‘우리온’의 박대현 대표, 서강대에 재학 중인 김설송 씨, 그리고 미국 유학생 출신 김 모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탈북 청년 5명이 참석했습니다.
김은주 작가는 VOA에 이날 면담이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외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작가는 1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와 골드버그 대사가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작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시간이란 시간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탈북 청년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으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감사했습니다. 특히 시작부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자신들은 (인권 침해를) 겪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정말 중요하고 또 그런 것을 통해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 더 힘쓸 수 있다고 얘기하셨어요”
김 작가는 자신의 강제북송 경험을 설명하고 미국 정부가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작가] “무엇보다도 강제북송의 시작점은 중국이기 때문에 강제북송으로 인한 많은 인권 문제가 중국만 멈추면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좀 더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했으면 좋겠고, 중국 내 다양한 인권 문제와 함께 거론하면 중국이 더 두려움을 갖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제의했습니다. 대사님은 맞다, 그래서 우리가 이 문제를 중국에 정기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답하셨어요.”
김 작가는 영어 등 8개 국어로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열한 살의 유서’를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에게 전달했다며,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꼭 읽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온’의 박대현 대표도 다양한 배경의 탈북 청년들이 겪은 이야기와 바람을 진지하게 듣는 대사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사들에게 “탈북 청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유학 등 교육 부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다 폭넓은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표는 그러나 탈북민들의 증언은 이미 풍부한 만큼, 다음 기회에는 탈북 청년들이 주도하는 형태의 면담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탈북 청년들이 대북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동시에 대사들로부터 통찰력을 듣는 “윈윈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대현 대표] “다음에 대사님이 다시 온다면 탈북민들이 대사님을 모시는 형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탈북민들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개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탈북 청년 커뮤니티 전체의 공통된 목소리를 전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또 우리 청년들은 우리의 스토리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의 경험을 좀 더 듣고 싶은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전날 한국 내 탈북 여성 박사 1호이자 2010년 국무부가 수여한 ‘용기 있는 여성상’을 수상한 이애란 박사가 운영하는 ‘능라밥상’ 식당을 방문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관련 사진을 올리며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이 박사와 탈북민 유튜버 안혜경 씨를 만나 전통 한식을 즐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애란 박사는 16일 VOA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와 북한 주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 음식을 통한 문화적 격차 해소, 북한인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애란 박사] “저희가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란 구호를 만들었으니까 음식이란 게 여러 문화적 소통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이란 게 다시 얘기하면 건강, 복지 부문에 중요하니까 음식을 통해서 통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드렸고 대사님도 공감하셨죠.”
이 박사는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에게 “평양불고기와 녹두지짐, 함경도에서 먹는 감자 막갈이 만두, 평양냉면, 명태깍두기를 대접했다”며 “대사님이 매운 것을 매우 좋아해 화끈한 대화를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의 인권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 문제는 저절로 다 해결되며 미국이 이 점을 더 중시하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2021년 탈북민 조이 씨와의 화상 통화, 2022년 탈북 청년 박노아 씨를 뉴욕으로 초청해 면담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인권 비공식 회의에 미국 내 탈북민 조셉 김 씨와 이서현 씨를 초청해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했고, 8월에 개최한 공식회의에는 한국의 탈북 청년 김일혁 씨를 초청했습니다.
다른 미 유엔대사들도 재임 기간 탈북민들을 만나 이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서맨사 파워 현 미국 국제개발처장(USAID)은 유엔 대사였던 2016년 방한 때 탈북민들의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과 탈북민 대안학교를 방문하고 북한 15호 요덕관리소 수감자 출신인 정광일 씨의 집을 방문해 1시간 이상 환담을 했습니다.
아울러 뉴욕으로 탈북민들을 초청해 직접 간담회를 주최하고 탈북 여성들과 별도로 면담하면서 탈북민들의 활동을 “영웅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전 대사 역시 지난 2017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탈북민 지현아 씨와 조유리 씨를 면담했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시 면담 뒤 미국 정부는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보고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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