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민이 어울려 대중가요 속에서 한민족의 정서를 느끼고 문화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만드는 노래교실이 열리고 있습니다. 대중가요를 통해 노래 가창뿐만 아니라 매주 바뀌는 주제곡의 역사와 시대상을 배우기도 하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제1기 너나들이 노래교실’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남북 수강생이 한 강의실에 모여 <젊은 태양>을 부릅니다. 앞에 나와 노래하는 수강생의 노래를 들으면서 손뼉을 치기도 하는데요. 최근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제1기 너나들이 노래교실’의 취지부터 들어봅니다. 통합체험팀의 김지연 연구원입니다.
[녹취: 김지연 연구원] "센터 초기부터 노래 교실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많았었는데요. 인원을 원래는 20명 정도로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신청 인원이 50분이 넘으셔서 정말 몇 년 동안 기다리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탈북민분이 15분 정도 신청하셔서 일반 주민분도 15명 해서 30명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청하신 분들 연령대가 40년대생부터 70년대, 80년대생 분들까지 다양하셔서 같이 조화될까? 조금 걱정했었는데 강사님께서 강의력도 뛰어나시고 우리 정서를 테마로 수업하셔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너나들이 노래교실’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오는 7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데요. 매달 주제가 달라집니다.
[녹취: 김지연 연구원] "월별로 테마를 다르게 하자고 하셔서 5월은 가족의 달이니까 가족을 주제로, 6월에는 또 호국보훈의 달이니까 호국보훈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선정하셨어요. 그래서 9월에는 추석도 있고 해서 우리 조상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 이런 식으로 매달 다른 노래를 선정했고요. 매달 마지막 수업은 노래자랑 해서 수강생들끼리 지금까지 배운 노래랑, 노래 가창뿐만 아니라 그 내용 스토리까지 본인이 시연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지까지 보려고 합니다.”
또한 프로그램명을 너나들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는데요.
[녹취: 김지연 연구원] "순우리말 중에 ‘너나들이’가 너와 나 서로 허물없이 편하게 부르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이 아예 허물없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노래를 통해서 서로 노래하는 것도 들어보고 노래에 담긴 본인만의 생각이나 추억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것도 얘기하면서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누가 탈북민이고 누가 일반 주민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 격려 해주시고 노래한다고 하면 또 박수 쳐주시고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너나들이 노래 교실’에는 가요방송을 약 19년째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박해상 씨가 강사로 함께하고 있고요. 박해상 씨는 작년 대중가요 이야기를 말과 글로 풀어낸 책을 발간했습니다.
[녹취: 박해상 강사] "제가 ‘역사 in 가요’라는 책을 폈는데 이 강의하고 상당히 그 맥이 맞닿아 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쓰면서 이 노래들을 나만 알고 나만 부르고 그냥 보내는 거는 좀 그렇다. 남한 사람과 우리 탈북민 또 북한에 있는 동포분들이 모두 함께 아는 노래들도 정말 부지기수로 많이 있는데 해방 이전 노래들도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너무너무 아깝다. 그런 노래들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 내에서 전부 다 같이 불렀는데 이렇게 노래가 소멸하는 건 너무 아쉽다. 그래서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지금 세태의 이야기도 같이 나눠보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너나들이 노래교실’의 첫 곡으로 <젊은 태양>을 준비했는데요. 이 곡을 선택한 이유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박해상 강사] "이 노래는 1978년도 MBC 대학가요 2회 때 출품작이에요.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나와서 불렀던 창작곡이었는데 그 후에 가수 심수봉 씨가 리메이크를 해서 범국민적으로 많이 알려진 노래예요. 중요한 거는 우리 함께 있지만, 다 같이 고독을 느끼고 살지 않느냐? 너, 나 없이 모두가 잠깐 왔다 가는 나그네일 뿐이지 않냐? 그런데 왜 웃지 않나? 그런데 왜 사랑하지 않나? 이게 노래의 주된 골자예요. 이 노래 속에 흐르는 테마 자체가 너와 내가 따로 없는 거예요. 모두 같이 따지고 보면 나그네인데 왜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고 왜 그래?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고 웃으면서 살아갈 날도 그다지 많지 않은 날인데 이런 마음을 노래 속에서 얻어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첫 곡으로 해봤습니다.”
강의는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한 시간은 노래에 관한 역사와 배경을 이야기하고요. 나머지 한 시간은 남북 수강생이 하나 되어 함께 노래 부릅니다.
[녹취: 박해상 강사] "아주 작은 부분만 몇몇 군데를 짚어서 설명드리고 음악적인 설명을 곁들여서 드리고, 가능하면 노래 멜로디를 다 같이 부르는 쪽으로 갈 거예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한 번 부르고 난 다음에 중간중간 파트 잘라서 같이 불러보고 그중에 또 한두 분 나와서 노래하고, 시간 말미에는 이 노래에 여러 가지 담고 있는 의미나 사연이나 배경 이런 것들, 한국 사회가 노래로 인해서 참 많은 부분 위안받기도 했었고 가요 발전의 위상을 갖고 있었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런 노래를 타인에게 설명하면서 노래 불러보는, 발표 시간이죠. 이런 시간도 잠시 가질 거예요.”
또한 그다음 주에는 한국 대중음악계 명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강홍식과 전옥의 이야기가 담긴 <처녀총각>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박해상 강사] "1930년대에 나온 노래거든요. 근데 왜 그렇게 오래된 노래를 선곡했느냐? 그 노래를 부르신 분이 강홍식이라는 분인데 연극도 하시고 노래도 하셨는데 그분이 6.25 전쟁통에 북한으로 가서 아마도 북한에서도 이 노래를 참 많이 불렀을 거예요. 그분의 부인이 한국의 연극을 바로 세우셨던 분이죠. 전옥 선생. 1세대 배우입니다. 전옥 선생과 강홍식 선생, 두 분 사이에 딸 한 분이 한국의 문화계에 큰 활동을 했습니다. 강효실이라는 성함의 탤런트 분이시고요. 그 강효실 씨는 최무룡이라는 분과 결혼하시고 그사이에 아들이 태어나죠. 배우 최민수 씨, 근데 이런 이야기가 그냥 작은 이야기가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우리 무대의 역사가 있거든요.”
그렇게 남북 주민이 함께 불렀던 노래를 배우면서 한민족의 공통된 정서도 알아가길 바랐습니다.
[녹취: 박해상 강사] "다음 주에 부를 노래가 ‘처녀총각’이라고 그랬잖아요. 봄만 되면 단골로 나오는 노래지만, 북한에 계신 주민들도 모두 부르는 노래예요. ‘봄이 왔네. 봄이 와. 수천여의 가슴에도’ 이 노래거든요. 그러니까 이 한 곡의 노래가 한반도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고 이 봄에 화사한 따뜻한 봄볕을 보면서 즐거워했었던, 기쁨을 주던 노래였는데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거예요. 네 것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야. 우리 거예요. 이거를 꼭 우리 수강생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한 곡 한 곡을 선곡할 때마다 그런 부분을 주안점에 두고 있습니다.”
끝으로 박해상 강사는 ‘너나들이 노래교실’을 통해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요. 노래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꼭 담아가길 바랐습니다. 남북 수강생의 소감 들어봅니다.
[녹취: 탈북민 김희망 씨] "노래는 무지 좋아하는데 잘 부르지는 못해요. 잘 해보려고 신청한 거예요. 노래 같은 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노래만 따라 부르잖아요. 근데 이렇게 내용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듣고 나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제가 북한에서 와서 노래를 잘 몰라요. 한국 온 지도 몇 년 안 됐고 그랬는데 노래를 가르쳐주신다고 하셔서 기대가 많이 돼요. 제가 봉사활동을 해요. 한국에 와서 장애인 아이들한테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든요. 그러면 가서 노래를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녹취: 탈북민 박정옥 씨] "아까 탈북민 한 분이 나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남한 분이 같이 불러주신다고 해서 그걸 보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남북이 서로 어울리는 거라, 솔직히 탈북민이라고 하면 편견 있는 줄 알았는데 서슴없이 남한분이 나와서 같이 부르겠다고 해서 너무 감동적으로 보았고요. <젊은 태양>이라는 노래를 배우면서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외롭고, 그리움을 이겨내고 고독한 마음도 이겨내고 앞으로 노래 제목처럼 젊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마음을 쏟아부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배웠습니다.”
[녹취: 윤호식 씨] "노래교실 신청한 거는요. 남북통일을 위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도 감회가 참 높습니다. 여기 또 남북(통합)문화센터라는 데가 저도 처음 방문한 자리라 남북(통합)문화센터라는 데가 있는지를 몰랐어요. 그래서 참여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와서 보니까 탈북민도 계시고 해서 서로 한마음으로 해서 앞으로 통일을 기원하면서 저부터도 앞장서서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