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분야 협력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23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이런 협력이 핵이나 드론 등 다른 분야로 이어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 관여함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위협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 최근 러시아가 대북제재 패널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북한이 제공한 지원의 대가라고 해석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볼튼 전 보좌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북한 사이의 오랜 군사 협력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incredibly)’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한국 정부는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한 탄도미사일에 북한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란 미사일에 북한의 기술이 들어갔다고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그럴 가능성이 꽤 있다고 봅니다.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에 관한 북한과 이란의 협력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냉전시대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자체 미사일 프로그램의 일부 요소들을 이란에 제공하고 있었고, 소련도 이란에 이를 제공했습니다. 그 협력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탄도미사일 쪽 협력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협력이 핵이나 드론, 사이버전 등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과연 이어지고 있느냐’가 관건이죠.
기자) 이란 과학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직접 참관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북한 과학자들이 과거에 이란을 방문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이 핵과 관련해 협력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볼튼 전 보좌관) 중동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만 2007년 9월 당시 이스라엘이 폭격한 이란이 짓고 있던 시리아 원자로는 북한의 영변 원자로를 그대로 복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아 핵시설 건설 현장에는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잘 알려져 있고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떤 다른 협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협력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 믿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이란은 최소한 아직까지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부유한 산유국이며, 북한은 절망적으로 가난한 나라로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핵무기가 있습니다. 이런 두 나라 사이에서 성사되는 거래를 파악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기자) 북한과 이란의 연결 고리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로 이어지는데요. 앞서 VOA는 하마스가 실제로 북한 무기를 사용해 왔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요. 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속에서 북한의 무기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것은 아닙니까?
볼튼 전 보좌관) 북한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외교 정책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한 해를 보면 탈냉전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만든 새로운 축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벨라루스,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이 함께 하죠. 냉전시대의 중·소 동맹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우위에 있고 러시아가 열위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를 돕고, 또 중동에서의 일에 관여하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지금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이지만, 북한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은 30년 이상 중국에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더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기자)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 새로운 한 축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축이 세계 안보 환경에 어떤 도전적인 상황을 야기한다고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전 세계의 지정학적 현실이 변했습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은 고립된 사안이 아닙니다. 타이완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점점 더 연결이 되죠. 그리고 이 점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이 새로운 축을 주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한국의 주요 위협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오는 것을 봐왔습니다. 요즘 중국이 얼마나 위협적 존재인지는 한국의 정치적 영역 전반에서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습니까?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그 이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김일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간에 있었습니다. 김일성은 한국 침공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중국의 마오쩌둥과 소련의 스탈린 사이에서 저울질했죠. 두 공산주의 거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김일성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김정은이 그 자리를 되찾는데 성공한 듯 합니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포와 탄약, 그리고 아마 그 외의 것들도 팔고 있겠죠. 그리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부분적으로 북한이 제공한 지원에 대한 대가로 해석되는데요. 이는 한반도의 전반적인 상황이 이전보다 더 위험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쪽 세계에서 김정은의 상대적 힘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한국은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이 투발 가능한 핵무기 개발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위협이 점점 더 심각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한국도 스스로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한국 내 의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과의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오히려 남북한 모두 핵무기가 있다면 균형 잡힌 공존이 가능할 것이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저는 한국 사람들이 왜 한국이 자체적인 핵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나쁜 (대북) 정책을 허용한데 따른 것이죠. 한국인들은 한국이나 일본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의 의지가 확고하고 핵우산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한국 정부를 더 안심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핵무기 개발 필요성도 사라지게 되고, 일본도 핵무기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죠. 동북아는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이지만 국가는 얼마 없습니다. 그리고 핵무기가 늘어날 수록 그 위험성은 더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정부가 미국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더 긴밀한 미한동맹, 미일동맹이 필요합니다.
기자) 최근 한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고 야당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현재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야당은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대외 정책에 있어서도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선거 결과가 미한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볼튼 전 보좌관)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실 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다른 사람들만큼 걱정하지 않습니다. 여당이 선거 전에도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여당이 더 작아졌고,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정책을 정할 수 있는 건 대통령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요. 그래서 저는 단기적으로는 변화가 없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것은 한국 내부의 문제입니다. 저는 한국 대중 사이에서 북한 그리고 중국 위협에 대해 더 많은 토론과 고민이 있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요즘 한국에서는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사실상 한국에도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점점 커지는 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국 내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및 핵무기 협력,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 등과 관련한 견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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