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최근 1970년대 후반 한국인 고교생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현장을 찾아 이들의 송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특히 자신도 아이들의 엄마라며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고교생 납북자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 “난 다 저거 이런 거 저런 거 다 바라지도 않아. 그러니까 우리 아들만 한 번 얼굴만 보고 갔으면 그게 원이여. (중략) 알았지? 언니, 언니도 자식을 키우고, 키워 보지?”
지난 24일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 지난 1977년 전남 홍도로 여행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된 이민교(납북 당시 18세)씨의 어머니 김태옥(92) 씨가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손을 꼭 잡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터너 특사는 자신도 아이들이 있다며, 김태옥 씨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해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함께 아드님이 어머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 will do my best to work with 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to work to get your son back to you.”
이날 선유도 해수욕장에서는 지난 1977~1978년 선유도와 전남 홍도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된 고교생 김영남∙이명우∙이민교∙최승민∙홍건표 씨의 귀환을 염원하는 송환 기원비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제막식에는 납북자 가족 외에도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과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대사, 터너 특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납북자 가족들의 애끊는 호소에 이날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앞서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지난 2월 말 터너 특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최 이사장은 편지에서 터너 특사가 앞서 지난 2월 중순 일본 납북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납북 당시 13세)의 고향 니가타현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한 것을 언급하면서 “메구미의 남편은 고등학생 때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이라며 “한국에는 김영남을 포함해 1970년대 북한 간첩에 납치된 고교생이 5명이나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애끊는 심정으로 자식을 그리워하다가 한 많은 생을 마감했거나, 죽기 전에 자식 얼굴 한번이라도 보고 죽겠다고 아직 모질고 질긴 생명줄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터너 특사가 메구미의 고향을 방문했던 것처럼 한국인들이 납북된 장소를 찾아 기댈 곳 없는 힘 없는 가족들을 위로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터너 특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북한의 억압적인 정책이 너무나 오랫동안 가족들을 갈라놓았다”면서 “이곳 선유도는 45년 전 김영남이 아직 10대였을 때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의 가족은 생일이나 결혼식, 손자가 태어난 날 같은 수많은 기념일들을 함께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놓칠 필요가 없는 순간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납치, 자의적 구금, 강제 노동,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는 등 초국가적 탄압 행위를 일삼는 북한 정부의 극악한 행위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North Korea's repressive policies have for far too long kept families separated. We're here at Seonyudo Beach, not far from where Kim Young Nam was abducted by North Korean agents more than 45 years ago when he was just a teenager. His family has missed opportunities to share so many milestones such as birthdays, weddings, and welcoming new grandchildren. These missed moments did not need to be missed. They were missed because of the egregious actions of a government a government that engages in acts of transnational repression, abducting foreign nationals, arbitrarily detaining individuals while subjecting them to forced labor and restricting fundamental freedoms, including the freedom of movement.”
터너 특사는 고교생 납북자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고, “이들 고교생 납북자 5명을 포함해516명의 전후 납북자가 아직 행방불명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들 10대 납북자 외에도 최원모 씨를 비롯한 수백 명의 어부들이 북한에 의해 납북됐다”면서 “최 씨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지휘 하에 한국 연락부에서 근무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최원모 씨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미 극동군사령부가 조직한 북파 공작원 첩보부대 ‘켈로부대’ 소속으로 ‘북진호’라는 선박을 이용해 공작 업무를 수행했었습니다.
그러나 1967년 6월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하다 북한군에게 납치돼 1970년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 정부는 지난 2013년 최 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한 바 있습니다.
터너 특사는 “이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납북자 가족들은 가족의 (행방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제약 없이 재회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납북자들은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전시 납북자와 미송환 국군포로, 억류자들과 함께 즉각 송환돼 가족들과 재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n addition to these teenage abductees, hundreds of fishermen, including Choi won Mo, have been taken from their families by the DPRK. Mr Choi served in the Korean Liaison Office under the command of the US Army during the Korean War. These families continue to suffer with the burden of wondering how their loved ones are doing.”
또 “미국은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 정신을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미한일) 3국 협력에 대한 약속과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그러면서 지난 2월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메구미의 가족과 다른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만났으며, 5월엔 한국인 전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 국군포로 들을 만났고, 4월엔 뉴욕과 시카고에서 재미 이산가족들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As a mother, a daughter and a sister, it's heartbreaking for me to see the far reaching impacts of the DPRK's human rights abuses. The impact on families extends around the world. So many of the affected individuals are aging, making the need for action more urgent. So we continue to urge the DPRK to provide immediate humanitarian relief and to return these individuals home.”
“엄마이자 딸, 또 자매로서 북한의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겁니다.
터너 특사는 “많은 피해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즉각적인 인도적 구호를 제공하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납치 등 북한의 반인도 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들이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n the meantime, we will continue to raise awareness and to say the names of these victims out loud so they know they have not been forgotten. 잊지 않겠습니다.”
터너 특사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정부가 어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납북자, 억류자, 이산가족,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는 모두 가족에 관한 문제이고 가족은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가족을 연결 고리로 삼아 3국이 힘을 합쳐 국제사회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가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알려 국제사회가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 think the issue of abductions, detainees, divided families, the unrepatriated POWs are all about families and families are something that all of us can understand and relate to and so I think using that family connection as a tie to bring together our trilateral work to help raise international awareness to amplify the voices of the family members so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an get behind increasing pressure 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또 오는 11월 실시될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통해 전 세계 정부가 북한에 가족 송환이나 상봉을 촉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관한 연례 결의안이 채택됐다면서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결의안에 담기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저도 엄마이기 때문에 자식과 헤어져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고통과 아픔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랜 세월동안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활동해 온 가족들이 무척 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It's hard not to feel for the family members, especially as I mentioned before being a mother myself it's unimaginable to me to think of what kind of pain and suffering they've had to experience all of these years being pulled apart from their child. I also think it must be lonely for the family members to have been advocating for so many years for their loved ones.”
한편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도 28일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X(옛 트위터)틀 통해 “1970년대 후반 대한민국 홍도와 선유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해 강제실종 당한 다섯 명의 고등학생을 위한 중요한 구제방안으로 이들의 송환을 기원하는 비가 세워졌다”며 송환 기원비 설치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강제실종 피해자를 위한 기억화·기념화 방안을 비롯해 완전하고 충분한 시정조치 및 배상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며 관련 보고서 링크를 게재했습니다.
이어 “기억화는 강제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강제실종 피해자를 기리고, 이들의 계속되는 고통을 인정하며, 이들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배상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해 3월 ‘아물지 않는 상처∙∙∙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516명의 전후 납치 피해자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면서 “1977년부터 1978년 사이 해안에 위치한 전라남도 홍도 및 전라북도 군산에서 다섯 명의 고등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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