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도 영국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경기를 무단 방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여 경기를 녹화 중계하면서도 유독 한국 선수의 경기만 제외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영방송인 ‘조선중앙TV’가 올해에도 해외 축구 경기를 무단으로 중계했습니다.
VOA가 한국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등에 게시된 조선중앙TV의 프로그램 편성표를 확인한 결과 북한은 2023~2024 시즌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55회, 득점 장면 하이라이트 영상을 2회 방영했습니다.
북한은 각 경기에 ‘프리미어리그’라는 영어식 표현 대신 ‘잉글랜드 최상급 축구련맹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제목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계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단 중계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는 14일 VOA에 프리미어리그는 북한과 이번 시즌 중계권(media rights)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 내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갖고 있는 한국 방송사 ‘스포티비’ 역시 북한에 대한 중계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이 지난해에도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무단으로 중계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는 북한의 무단 중계 사실을 확인하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 사례 등이 담긴 문건을 VOA에 건넸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북한은 무단 방영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4대 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중계료가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북한은 이를 개의치 않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북한이 이번 시즌에도 한국 선수가 소속된 팀의 경기는 중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23~2024 시즌 동안 북한은 맨체스터 시티 경기 17회를 비롯해 첼시와 리퍼풀 등 유명 팀의 경기를 각각 15회와 13회씩 중계했습니다.
그 외에도 노팅엄(9회)과 웨스트햄(8회), 애스톤빌라(7회) 등 전체 20개 팀 중 15팀의 경기가 조선중앙TV의 방영 목록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의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과 황희찬 선수가 소속된 울버햄튼의 경기는 제외됐습니다.
토트넘은 지난 2023~2024 시즌에 5위를 달성하는 등 전통적인 강팀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울버햄튼 역시 시즌 중반까지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북한이 중계한 경기에 등장한 팀이 주로 상위권에 몰려있는 점으로 본다면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가 제외된 건 고의적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 선수가 속한 팀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2~2023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리그’의 경기를 무단 방영하면서도 16강전에 오른 16개 팀 중 한국의 손흥민 선수와 김민재 선수(당시 나폴리 소속)의 경기를 제외했습니다.
이후 김민재 선수가 뛰는 팀이 8강전에 올랐지만 여전히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등장한 팀은 6개에 불과했습니다.
또 북한은 2022년과 2023년 스페인 라리가의 경기를 20여회 방영하면서도 당시 한국의 이강인 선수가 활약하던 마요르카의 경기는 쏙 빼놓고 중계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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