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슈퍼마켓이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중국산 수산물이 유통됐다는 지적에 대해 약 2년 전부터 해당 상품의 수입을 중단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1년 말까지 해당 기간 동안 강제 노동의 증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감사 보고서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자이언트 푸드’(이하 자이언트)의 모회사 ‘아홀드 데아즈’(Ahold Delhaize)는 북한 강제 노동 동원 의혹을 받는 중국 수산물 공장의 제품이 자이언트에 유통됐다는 보도에 대해 2022년부터 해당 공장의 상품이 더 이상 수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홀드 데아즈] “We have contacted Canadian Fish Exporters, one of the suppliers of Ahold Delhaize’s brands for national brand products, not own-brand products. This supplier has not sourced from Donggang Haimeng Foodstuff Co. LTD since the end of December 2021. There are SMETA audit reports on file showing no evidence of forced labor during the period in question, until the end of December 2021.”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다국적 도소매 업체인 아홀드 데아즈는 5일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공급업체 중 한 곳인 '캐나다 어류 수출업체'(Canadian Fish Exporters)에 문의한 결과 2021년 12월 말부터 '둥강 하이멍 식품 유한공사'로부터 제품이 공급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둥강 하이멍 식품 유한공사’(이하 동강 하이멍)는 북한 강제 노동 동원 의혹을 받는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수산물 가공 업체입니다.
아홀드 데아즈는 또 “2021년 12월 말까지 해당 기간 동안 강제 노동의 증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SMETA' 감사 보고서도 보관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META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윤리 감사 형식으로 기업 활동을 평가하는 글로벌 인증 방식입니다.
앞서 워싱턴 DC의 탐사 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중국 랴오닝성 둥강시와 단둥시에 있는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북한 출신 근로자들의 강제 노동을 통한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추가 조사 및 취재 결과를 지난달 25일 미국 잡지 ‘뉴요커’를 통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사자 인터뷰와 현지 방문 등을 통한 추가 조사 결과를 담은 추가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내 수산물 가공 공장은 15곳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고용한 북한 출신 근로자는 1천 명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이들 공장 중 10곳이 수산물을 공급한 미국의 수입업체는 2017년 이후에만 70여 곳으로, 총 12만t 이상의 수산물이 미국 최대의 수산물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트라이던트 시푸드’(Trident Seafoods)와 ‘캐나다 어류 수출업체’ 등 미국 업체들에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업체들이 수입한 중국산 수산물은 자이언트 등 미국 대형 슈퍼마켓과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 등에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보도에 따라 시스코와 트라이던트 시푸드는 북한 강제 노동 동원 의혹을 받는 중국 수산물 가공 공장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가 확인한 무역 자료에 따르면 아홀드 데아즈의 공급업체인 '캐나다 어류 수출업체'는 2019년 이후 중국 수산물 가공업체 동강 하이멍으로부터 명태를 100 차례 이상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현장 조사 및 통계 자료 등을 통해 동강 하이멍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른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시한인 2019년 12월 이후에도 북한 노동력을 사용했으며 가장 최근인 2023년까지도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둥강 하이멍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VOA는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동멍 하이멍이 수출한 가공 수산물이 자이언트에 납품됐는지 아홀드 데아즈에 추가로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홀드 데아즈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과 관련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홀드 데아즈는 VOA에 “우리는 인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홀드 데아즈와 우리의 각 현지 브랜드는 우리가 사업을 운영하는 각 국가의 모든 관련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당사 측도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한편, 우리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원산지를 확인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윤리 및 인권 존중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홀드 데아즈] “We consider human rights of great importance…Ahold Delhaize and each of our local brands are also committed to complying with all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in each of the countries in which we operate, ensuring that the parties that supply Ahold Delhaize brands with goods and services do the same, validating the origin of goods offered for sale by our brands, and maintaining a high standard of business ethics and regard for human rights throughout the supply chain… Whenever there are allegations or reports of non-compliance, the Ahold Delhaize brands follow up on those.”
그러면서 “위반 의혹이나 관련 신고가 있을 때마다 아홀드 데아즈 브랜드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는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아홀드 데아즈의 감사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 설립자 겸 디렉터인 이안 우르비나 기자는 6일 VOA에 “우리 조사 결과의 주요 요점은 이런 감사 자체가 체계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르비나 기자] “A major point of our findings is that the audits themselves have systematically failed. They are not working in China because you cant do unannounced spot checks in China. That means auditors have to tell the factory owners when they plan to show up... even if they were to do so, they can't actually document those issues and expect to be allowed to continue working with the plant.”
이어 “중국에서는 불시 현장 점검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감사관은 공장 소유주에게 언제 방문할 계획인지 등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감사관이 설령 국가가 지원하는 강제 노동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실제로 문서화 할 수 없다”며 그렇게 하면 “공장과 거래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회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2017년에 제정된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성국 대응법’(CAATSA)에 따라 북한 국적자가 생산한 모든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CAATSA는 중국 신장지구 내 위구르족 강제노동방지법과 마찬가지로 모든 북한 노동자를 국가 지원의 강제 노동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VOA는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에 이번 보도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북한 강제 노동을 통해 가공된 중국산 수산물이 미국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VOA에 “국무부는 조사 결과를 인지하고 있으며 수산물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자 외교와 다자 포럼, 부처 간 실무 그룹, 그리고 민관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9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따라 중국의 화학 및 섬유 회사 3곳을 수입 금지 대상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신장 자치구 내 강제 노동 의혹은 “세기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본질적으로 (미국은) 신장의 번영과 안정을 훼손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며 국제 무역 규칙과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