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정치가 아닌 ‘휴머니즘’을 보여줘 반갑다면서도 북한 선수들이 강압적인 북한 정권의 법규 때문에 귀국 후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는데, 한편으로는 올림픽 행사에서 자연스러운 일로 북한 당국이 그들을 처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지난달 30일,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중국과 북한, 한국 선수들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걸고 다 함께 자기가 직접 사진을 촬영한다는 뜻의 셀카를 찍었습니다.

한국의 임종훈 선수가 휴대전화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자 한국과 중국 선수들은 셀카에 익숙한 듯 환하게 웃었고, 북한의 김금용 선수는 살짝 미소를 보였지만 리정식 선수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공식 후원사인 한국의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빅토리 셀피’ 순서가 올해부터 생겨 이런 모습이 생겼습니다.

한국 선수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경직된 채 움직이던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셀카를 찍자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감동적인 장면이라며 대대적으로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장면이라서 이 사진과 영상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심지어 중국 당국자들과 해외주재 중국 공관, 관영 매체들도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스포츠로 하나 되는 올림픽 정신을 진정으로 구현한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기쁘면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지현 / 아태전략센터 인간안보 담당 선임연구원, 인권 운동가
“올림픽이란 것이 체육이지만 전 세계인들에게는 또 다른 휴머니즘의 장르를 보여주는 그런 것이잖아요. 그래서 북한이란 곳이 지금도 외부 정보를 봤다고 젊은 학생들을 막 사형하는 그런 무서운 곳에서 나온 청년들이 처음으로 올림픽이라는 곳에 와서 한국 선수들과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충격인 것 같아요.”

10대 후반에 북한을 탈출해 6년 전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폴 리 씨는 자유세계 사람들에게 셀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으로 북한의 청년들이 매우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있어 한국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두 선수가 처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려했습니다.

폴 리 / 미국 거주 탈북민
“김정은은 한국의 문화가 계속 들어와 젊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알면 정권이 흔들리고 하니까, 아예 통일에 대한 싹이 트기 전부터 잘라버리려고 하는데, 한국 선수들과 사진 찍고 좋다고 하면 아무래도 김정은의 사상과는 많이 다르니까, 그래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 1호 박사인 조셉 한 프레리뷰 A&M대 교수는 북한도 많이 변해 청년들이 셀카를 찍지만 해외에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들도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셉 한 / 프레리뷰 A&M대 교수
“북한 정권은 그것을 철저히 막으려 하죠.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막을 수가 없죠. 그런데 행동 하나로서 가족도 제재를 받을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 많이 조심하죠. 북한은 하루빨리 열렸으면 좋겠어요.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과 북이 대만(타이완)하고 중국처럼 왕래할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북한 복싱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를 지낸 한국의 한설송 씨는 열악한 상황에서 메달을 딴 북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면서, 그러나 은메달은 김정은 덕분이 아니라 자신이 땀으로 성취한 결과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설송 / 전 북한 복싱 국가대표 상비군, 탈북민
“제가 살던 고향의 선수들이 입상하니까 정말 보기 좋고 한데요. 그런데 그들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독재자를 위한 게 아닌) 오롯이 자기가 노력한 땀의 대가로 따낸 메달, 그 메달을 즐기는 그 감정이었으면 좋겠고요.”

한 씨는 또 평양에서는 한국보다 더 나은 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경직되지 말고 당당히 임하라고 지시했을 수도 있다며 셀카 때문에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리정식과 김금용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는 소식은 짤막하게 전했지만 화제가 되고 있는 셀카 사진은 물론 시상식 장면도 1일 현재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