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가발 수출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산 가발 등이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권한을 적극 집행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불법적 수익 창출 노력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이 올해 상반기 중국에 역대 최대치인 총 1억 548만 7천 달러어치의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을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최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인데, 이는 올 상반기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 1억 7천615만 6천 달러의 59.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가 2017년 9월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 2018년부터 비제재 품목인 가발과 속눈썹을 포함한 인조 모발 제품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모 등 재료를 수입해 가발 등을 만들어 완제품으로 중국에 되파는 방식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만든 북한산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대미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11억 6천38만 달러이며, 전체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 17억 7천349만 7천 달러의 65.4%에 달합니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7일 북한산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과 관련해 대북제재의 적극적인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재무부 대변인은 VOA 관련 질의에 재무부는 북한의 인조 속눈썹 수입과 관련된 제재를 비롯한 다수의 대북제재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국과 외국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대북 제재 권한을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북한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은 법적으로 미국 수입이 금지돼 있다면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와 사설 또는 준사설의 열악한 작업장에서 가발과 인조 속눈썹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부는 이렇게 만든 가발과 속눈썹을 중국 수출업자에게 외화를 받고 판매하고, 수출업자는 이를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가발을 구입해 착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관에서 중국산 가발과 속눈썹을 감시 목록에 추가해 공급망을 역추적하는 검사 강화를 통해 북한산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국장도 최근 VOA에 미국 정부가 북한을 돕는 중국의 조력자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
“북한 개인과 북한 기업만 겨냥하는 최소한의 제재만 가하고 북한을 돕는 중국과 러시아의 은행과 기업, 개인, 제재 회피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북한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허점이 생기게 됩니다.”
중국산 가발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 자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생산 과정에서 북한의 강제 노동이 없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미국의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을 위반하는 것이 돼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몰수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