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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 북한 핵 기정사실화 할 것”


정세현 한국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한국 전 통일부 장관

미국은 장차 북한 핵을 ‘기정사실화’ 할 것이라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보다는 핵확산 방지를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김대중, 노무현 정부 (2002-2004)에서 두 차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전 장관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 북한 핵 기정사실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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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6월 19일 평양에서 ‘포괄적포괄적 전략적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북한이 이 조약을 활용해 경제난을 타개하고 핵보유국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정세현) 공식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으로 받을 수는 없는 것이고, 아마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주는 대신,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는 것이 북한의 목적이고 러시아의 계산일 겁니다.

기자) 지난 40년간 아시아의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개혁개방을 선택해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왜 북한은 개혁개방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정세현) 1979년 1월1일부로 미국과 중국 간에 국교가 수립됐습니다. 미중 국교수립이 중국으로 하여금 마음 놓고, 체체 붕괴 위험 없이 개혁개방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결정적 요인입니다. 베트남도 90년대 미국과 국교를 맺고 도이모이(개혁개방)가 본격화됐죠. 북한이 개방개혁을 못하는 것은 미국과의 수교 문제가 아직 결론이 안났기 때문에, 언제 미국이 뒤통수 때릴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개방개혁을 못 하는 겁니다. 개방의 이득을 북한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개방 잘못했다가 간접 침략 당하면 우리는 무너진다, 그게 그들의 고민거리입니다.

기자) 이번에는 남북관계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정 전 장관님은 과거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습니다. 햇볕정책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자는 것인데, 북한은 오히려 햇볕정책을 역이용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핵실험을 6차례 실시했습니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것 아닌가요?

정세현)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한 것은 2005년 9월 19일날 베이징에서 체결된 6자회담 공동성명이 9월 20일부로 깨지지 않았습니까. 미 재무부가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에 북한이 2천500만 달러, 위조지폐를 돈세탁해서 쓰고 있는데, 그 돈을 빼주면 BDA는 외국과 거래 못한다, 이런 조치를 취하니까. 북한이 이런 미국과는 아무런 합의도 이행할 필요가 없다, 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법이 어디있는가. 그렇다면 비핵화 약속 지킬 수 없고, 북미 수교는 물건너 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1년 후에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된 것은 미국 정부로 말하자면 오바마 정부 시기이고, 한국은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 그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는 협상을 안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그래, 마음놓고 핵개발해도 되겠구나, 미국을 진짜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핵개발을 하면 그때는 겁나서 협상에 나서겠지. 그 때문에 북한이 오바마 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킨 것이지, 그게 어떻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겠습니까.

기자)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시절 두번이나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다리를 놔줬는데,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문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왜 그런 것일까요?

정세현) 이유는 간단합니다. 4월27일 판문점 공동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9.19 공동성명도 북한이 말하는 것을 다 들어줄 것처럼 얘기했습니다. 그걸 보고 미국이 놀랐습니다. 아, 이 사람들 북한이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핵을 포기하라는 얘기는 하지도 않고, 경제지원을 이렇게 하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미국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과 연계시키는 한미워킹그룹을 11월 20일 발족시켰습니다. 그 뒤로 미국이 남북관계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이를 본 북한 김정은이 실망을 했죠. 그래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겁니다.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 3월 북한에 비핵화 ‘중간 단계’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는데,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정세현) 미국이 그런 식으로 비핵화 중간단계를 협상하겠다고 나오면 (북한은)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이죠.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고 중간단계부터 하자고 하면 북한으로서는 낫 배드(Not Bad), 그런 식으로 비확산을 전제로 북미관계를 먼저 따내고, 그 다음에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고 하는 협상전술을 세웠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이 장차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할 수밖에 없다고 보시는지요?

정세현)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목표로 해서 관계를 풀어나가겠지만 비확산으로부터 시작하겠다는 뉘앙스를 주지 않았어요? 그러면 결국 거기서 끝나는 거에요. 북한하고 협상 한 두번 해봤습니까. 미국도 그동안 북한과 협상을 해보니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비핵화는 틀렸다, 그 대신 비확산을 목표로 삼아야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공화당, 민주당 모두 했다고 봅니다.

기자) 정세현 전 장관님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움직임도 오래 봐오셨는데, 미국의 대북 정책, 움직임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정세현)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남북관계가 미북관계 보다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싫어합니다. 동맹끼리 이럴 수 있나 하는 속앓이를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내놓고 불평을 한들 들어줄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현재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은 1천달러 정도인 반면 한국 국민의 소득은 3만달러가 넘습니다. 한국 국민이 북한에 비해 30배 정도 잘사는 것인데요. 통일이 가까워진 것일까요? 아니면 더 멀어진 것일까요?

정세현) 바로 그것 때문에 통일이 멀어지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3만 달러를 가진 남한 사람하고 1천 달러 밖에 없는 북한 사람이 만났을 때 사이가 좋을 수 있겠습니까. 살림을 합칠 수 있겠습니까.

기자)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을 했는데, 다음번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차기 지도자가 될까요?

정세현) 김정은이 145kg이라고 하던데, 지난번에 압록강 신의주 수해현장에 시찰을 나갔는데, 계단 서너개를 내려가는데, 걷지를 못해서 조용원 조직 담당 비서와 박정천이 부축을 하고 다니던데, 그걸 보면서, 아 저 친구 오래 못가겠구만, 갑자기 죽게 되면 김주애가 나설 수밖에 없어요. 그 경우 김주애가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자) 정세현 전 장관님은 평생을 북한 문제와 씨름하며 보내셨는데, 북한 당국자 또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세현) 제가 조금 전에 북한이 남한에게 먹힐까봐서 대남 쇄국정책을 추진한다고 했고 또 경제적 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통일이 되도 2등 국민밖에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근다고 했는데, 그런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 남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겁내지 마라, 우리가 절대로 그런 일 안 한다. 김정은이 대남 쇄국정책을 쓰는 이유, 판단 그거 틀렸다. 우리 그런 일 안한다. 통일되면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중국한데도 큰소리치고, 일본에게도 큰소리치고, 러시아에도 매달리지 말고, 미국에게도 우리가 할 말 하고, 그런 떳떳한 나라가 될 수 있는데, 그런 통일을 같이 일궈 나가자,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남북관계 현안과 핵문제를 비롯한 미국-북한 관계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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