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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통일 건배주를 건넬 그날까지, ‘하나도가’ 탈북민 김성희 대표'


[탈북민의 세상보기] 통일 건배주를 건넬 그날까지, ‘하나도가’ 탈북민 김성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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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전통주를 빚는 기업이 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 가문의 명주를 빚는 ‘하나도가’인데요. 탈북민 김성희 씨가 2018년 충청북도 음성에 술 양조장을 차려 북한식 전통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하나도가 김성희 대표’의 얘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통일 문화 체험 행사장에서 한 시민이 ‘하나도가’의 전통주를 시음하고 있습니다. ‘하나도가’는 탈북민 김성희 씨가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빚는 술인데요. 김성희 대표에게 ‘하나도가’의 뜻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늘 부르고, 사람들이 부를 때도 거부감이 없고 또 그 이름을 부르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걸 찾다 보니까 '하나도가'라고 지었는데, 북한의 제조 방법과 대한민국의 농산물이 만나 빚어진 이 술이 바로 우리 통일을 담은 게 아닐까? 하나 된 대한민국을 술병에 담아간다는 의미에서 '하나도가'라고…”

1974년 북한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김성희 씨. 집에서는 제삿술을 직접 빚어왔기에 김 씨 또한 8살 때부터 할머님께 제삿술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북쪽은 개인의 전통이나 업적, 선조들의 전해져 오는 이런 걸 장려하지 않습니다. 그걸 오히려 억압하고 북쪽에서 판매하는 술이나 어떤 것들은 다 그 지역의 특산품으로 즉석에서 만들어낸 거라 전통은 없지만, 대신 그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뿐이거든요. 근데 저희 술은 조상님께만 드리는 술로 비법을 계속 전해 내려왔는데 저희가 딸이 하나다 보니까 술을 빚을 때 저를 옆에다 그냥 술 젓게 하고, 발효가 어느 정도 되면 이런 냄새가 나고, 그다음에 누룩이 곰팡이가 어떻게 될 때는 어떻다, 증류할 때 찬물을 갈아야 하는데 빨리 못 갈면 술에서 누린내가 난다, 뭐 이런 식으로 근데 그때는 되게 지겨운 거예요. 이건 내가 먹지도 못하고 냄새만 고약하고, 자꾸 시켜서 억울했는데 그게 제 인생 후반기에 딸을 위한 선물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의 음식 문화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줄은 생각 못 했습니다.”

2009년 한국에 정착한 김 대표는 먼저 돈을 벌기 위해 식당 보조 일을 했고요. 자동차부품 회사에서도 10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하나도가’를 설립했죠.

[녹취: 김성희 대표] "창업하게 된 동기는 북에서부터 안고 온 두 살짜리 딸이 이제는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고 앞으로 대학교도 진학해야 하는데 엄마가 이 딸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창업을 결심했는데, 창업 아이템이 전통주인 것은 제가 제일 잘하고 오직 저만 할 수 있는 게 그거여서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빚어왔던 전통주를 한국에서 똑같이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요.

[녹취: 김성희 대표] "일단 술은 물이 중요하죠. 북쪽에서는 대체로 술의 기본은 물, 두 번째는 원재료. 쌀, 옥수수의 선도. 선도라는 게 신선한가? 세 번째가 누룩이나 그다음에 발효, 온도, 환경을 말하는 건데 첫째는 물을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90%가 물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물을 맞추지 못하면 술맛이 변화돼요. 그리고 두 번째는 원재료가 속상했어요. 북은 우리 전통주는, 일단 ‘농태기주’ 같은 경우에도 옥수수, 옥수수 누룩 그다음에 엿기름 이렇게 세 가지를 가지고 하는데 옥수수를 잡곡으로 판매하는 데서 사서 술을 빚자고 보니까 너무 원재룟값이 비싼 거예요. 그러면 제가 비싼 원재료로 술을 빚어서 한 병에 얼마씩 맛보이겠어요? 그래서 할 수 없다. 이게 안 되면 옥수수 누룩을 만들고 원재료는 지역에서 싼 지역의 쌀로 하자. 대신 옥수수로 만든 것처럼 그 맛을 내가 내야겠다. 그걸 과제를 안고 해봤습니다.”

결국 김 대표는 한국의 농산물과 북한 가양주 제조 비법으로 새로운 북한 전통주를 만들어냈습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그 맛이 나왔어요. 술은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아파트 베란다에다가 항아리 놓고, 계속 손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연습했고 한 5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베란다에다 술을 빚어서, 술을 빚으면 회사 동료에게 맛보였어요. 왜냐하면 내가 아는 북한 술인데 여기 남쪽의 주민들은 이 맛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했고 내가 빚은 술을 돈을 받겠다고 할 때 이 사람들이 흔쾌히 돈 내고 사 먹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일단 맛 보이기 시작했고 실제 제품이 나오게 된 것은 한 6년 정도 연습해서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도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술은 ‘태좌주’입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저희 집안의 내림주였는데 이 ‘태좌주’가 이름이 없었어요. 그냥 제삿술이었는데 저희 외조부께서 항상 말씀하시던 말씀을 가지고, 이름을 지었는데 태좌라는 건, 북쪽에서는 주로 술은 남자들의 점유물이에요. 여자들은 술 못 먹는 줄 알거든요. 그래서 남자는 크게 앉아서 천천히 술을 마셔야 남자의 길이 열리고 높은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이런 말을 자꾸 하셔서 클 태(太)자에 앉을 좌(坐)자, 술 주(酒)자를 넣어서 ‘태좌주’라고 해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한테 ‘이렇게 했습니다.’ 하니까 엄청나게 고마워하시고 우시더라고요. 자랑스럽다, 한참 우시더라고요. 이름을 찾아줬다고…”

‘태좌주’가 집안의 내림주였다면 그다음은 북한의 서민주인 ‘농태기주’를 만들었는데요. 농태기는 북한의 언어로 농민들이 마시는 술을 의미합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농태기주’는 여기 대중적인 술과 같이 여기서 늘 마트에 가 사 먹는 술처럼 이 술은 대중적인 서민주예요. 그래서 농태기를 모르면 뭐다, 하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개개인이 집에서 빚는 밀주다 보니까, 이 농태기라는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상표 등록이 안 돼 있어요. 팔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서민들끼리 몰래 물물 교환해서 먹던 술이어서, 저는 이 술에 대한민국의 호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농태기주’를 두 번째 제품으로 했습니다.”

북한 술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본연의 맛과 향을 중시하는데요. 그렇다면‘하나도가’ 술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요?

[녹취: 김성희 대표] "일단 ‘농태기’ 술은 증류식 소주다 보니까 여기의 소주 맛하고 조금 다른 점이 옥수수 누룩의 구수함이 있고 발효 과정에 반드시 고구려 술 제조 비법인 엿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도를 따로 감미료를 추가 안 한 상태에서 그 엿기름의 단맛이 입안에 끝맛으로 살짝 남는, 부드러운 증류식 소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좌주 골드’는 우리 집 레시피 비법 과정에 일단 엿기름, 옥수수 누룩, 쌀 들어가지만 한 가지가 더 들어가는 게 고추씨가 발효 과정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톡 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근데 취기는 바로 탁 올라오는데 노래 한 세 곡 정도 부르면 싹 깔끔하게 갈아지는 술이 바로 ‘태좌주’입니다.”

2018년 창업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고 김 대표에게도 난관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동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성희 대표] "첫 번째는 어머니가 고마워하고 대견하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동네에서 너는 이미 성공한 자식이고 제일 부러움을 많이 받는 엄마가 됐다고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라는 칭찬을 받은 게 행복한 순간이었고, 두 번째는 우리 딸이 ‘엄마는 나의 롤모델이야. 나도 앞으로 엄마처럼 살게...’ 이게 제가 지금도 아무리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남쪽 주민들이 마트나 온라인으로 구매하셔도 되는데 일부러 요즘은 전화하고 ‘나 거기 가서 사장님 보고 사 올게요.’ 오시면 제가 술에 대한 스토리를 설명해 주고 이 북한 술에는 이 북한 안주가 맛있습니다, 하면서 제가 서툴지만, 집에서 하던 음식을 안주로 대접하면 ‘그래, 이 맛이야. 이게 한국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옛날 맛이야.’ 그리고 그것이 이분들에게 우리는 앞으로라도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민족임을 일깨워주는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그때 제일 행복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저를 계속 성장하게 하는 동기입니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이 작은 술병에 북한의 전통을 담아 우리 모두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희 대표] "앞으로는 북한의 전통적인 또 기념할 수 있는 남북의 통일을 상징할 수 있는 술을 개발해 나가려고 합니다. 첫 번째 목표가 그거고, 두 번째는 북한의 지역마다 전통적인 들쭉술, 개성고려인삼주 이런 거는 공개된 만들어진 전통주나 명주라면 서민들 속에 우리 ‘태좌주’나 ‘농태기주’처럼 서민들 속에 알릴 수가 없어서 몰래몰래 전해오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술이 있는데 그걸 제가 지역마다의 의미 있는 술들을 다 재현해 나가는 게 두 번째 목표입니다. 세 번째 목표는 통일이 되면 우리 모두가 함께 술잔에 담아서 통일 건배! 하고 부딪힐 수 있는 통일 건배주를 만드는 겁니다. 레시피도 모두 다 생각했죠. ‘하나도가’는 열심히 대신 뚜벅뚜벅,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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